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엄청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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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엄청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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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절약하며 산다

 
   
  ^^^▲ 박아딧줄 통장수입만 있고 지출은 없다. 우리집에서 제일 부자
ⓒ 박철^^^
 
 

시골에 살다보니 좋은 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돈을 쓸 일이 많지 않다. 찬거리는 텃밭에서 나온다. 아내와 결혼한 지 20년 가까이 되다보니 살림살이가 많이 늘었다. 물론 돈 주고 산 것도 있지만, 얻어온 것이 더 많다.

얻어온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저절로 생긴 것이다. 남들이 버리겠다고 하는 걸 갖고 온 것이니 저절로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아내에게 한 달 용돈으로 십 만원을 받는다. 집안 살림살이 경제권은 아내 몫이다. 아내가 지혜롭게 이모저모 알뜰살뜰 하게 잘 한다.

한 달에 십 만원을 받아서 다 쓰고 모자라서 아내에게 요청해서 더 받아쓰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때는 한 달이 지났는데 그 돈이 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는 때도 있다. 외출하지 않으면 특별히 돈을 쓸 일이 없다.

옷도 거의 다 얻어다 입는다. 애들 셋을 키우면서 교복 외에는 돈 주고 산 옷이 거의 없다. 하도 얻어 입다보니, 헌 옷을 갖다 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큰 옷은 줄여 입으면 되고, 작은 옷은 허리 사이즈만 조금 늘여서 입으면 그럭저럭 입을 수 있다.

아내 옷도 돈 주고 산 적이 거의 없다. 다 공짜로 생긴 것이다. 내 옷이 조금 문제가 된다. 덩치가 커서 얻어 온 옷들이 너무 작아 입을 수가 없다. 바자회 같은데서 큰 옷이 있으면 갖다 주는 후배목사 부인이 있다. 이렇게 저렇게 신세를 지며 산다.

내가 목돈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카메라 바디나 렌즈를 구입할 때이다. 이것도 다 중고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인데 다 합쳐보아야 대학교 한 학기 분 등록금도 안 된다. 아이들은 어려서 아직까지 애들한테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골에서 살기 때문에 과외비가 들지 않는다. 우리 집 은빈이가 피아노 교실을 다녀서 들어가는 과외 비 외에는 없다. 반찬도 거의 사다먹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 돼지고기 사다 먹는 게 전부이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 온 식구가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이나 짬뽕으로 외식을 한다.

 

 
   
  ^^^▲ 우리집 삼남매아딧줄 넝쿨 은빈
ⓒ 박철^^^
 
 

근검절약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시골에서 오래 살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된다. 나와 아내는 결혼하여 20년을 사는 동안 한번도 신용카드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 어떤 물건이고 외상이나 할부로 산 적이 없다. 그러니 물건 값을 갚느라고 애써 본 적이 없다.

나도 신용카드 하나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신용카드 남발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도 쏙 들어가고 만다. 내가 그러니까 아이들도 그렇다. 아딧줄은 우리 집 식구 중 제일 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짜기로 소문났다.

과자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하나 돈 주고 사 먹는 법이 없다. 돈만 생기면 무조건 저축을 한다. 큰아들이 그렇게 하니까 동생들도 따라한다. 식구마다 모두 통장이 있다. 세 아이 다 통장이 있는데 저금통장에 수입만 있고 지출은 없다. 학교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가도 먹고 싶은 거 마음 놓고 사먹고 오라고 해도 기껏 2,3천 원 쓰고 나머지 돈을 다 남겨 온다.

어떤 때 내가 원고료가 생긴다든지 해서 “야! 오늘 아빠가 한턱 쏜다. 대룡리에 가서 돼지갈비 사먹고 오자.” 그러면 아딧줄이 펄쩍 뛴다. “아빠 우리 집 식구가 돼지갈비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10만원은 들 텐데, 그러지 마세요. 참으세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삼겹살 사다 구워먹는다. 아이들이 돈만 생기면 제일 먼저 헌금을 떼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을 한다. 알뜰살뜰하게 집안 살림을 규모 있게 하는 아내가 참 고맙다. 우리 집 식구들은 짜기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서로에게 아무 불만이 없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원고 써서 생기는 원고료나, 어디 가서 강연해서 받은 강연료 등을 모아 아딧줄과 넝쿨이가 대학에 진학했을 때 배낭여행을 보내려고 한다. 아이들도 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공수표가 되게 할 수 없지 않은가?

 

 
   
  ^^^▲ 박넝쿨강화교육청에서 주최한 나의 주장 발표대회를 다녀오는 길에 배에서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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