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무관중, 무중계, 무응원으로 열린 평양의 월드컵 남북 예선전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국제축구연맹이 북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VOA가 16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관중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를 “기괴한(bizarre) 경기”라고 평가했고, ‘AFP’ 통신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가장 열망하며 기대했던 경기 중 하나”로 홍보했던 이날 경기 소식을 제한된 온라인 문자로 읽어야 했다고 평했다.

경기는 북한 당국이 취재진은 물론 생중계와 관중, 응원단 모두 허용하지 않아 말 그대로 세계와 단절된 채 진행됐다.

국제 스포츠-정치학 전문가인 스페인 IE 대학의 앤드류 버토리 교수는 “극도로 이상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버토리 교수는 북한이 한국에 대패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 통제력이 강력한 독재국가에서 스포츠는 자주 국가 권력의 상징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과거 무솔리니와 히틀러,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이 국제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정통성과 위상을 높이려 했던 것처럼 김정은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표팀이 상대에 대패할 경우 독재자가 무능해 보이는 등 역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전력이 북한보다 강한 남한과의 경기를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버토리 교수는 분석했다.

‘AP’ 통신도 북한 대표팀이 5만 명의 평양 관중 앞에서 한국에 패해 김정은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을 북한 당국이 우려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비슷한 이유를 지적하며, 누구보다 북한 주민들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 등 일부 언론은 이날 경기를 관광상품으로 외국인들에게 판매한 북한전문 여행사들과 관광객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경기를 관전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AFP’ 통신은 생중계를 볼 수 없었던 한국 축구 팬들이 격노하고 있다며, 북한을 국제축구연맹에서 퇴출시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칼라튜 총장도 북한 당국의 행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신과 원칙에 위배된다며, 실질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버토리 교수 역시 북한 당국이 중대한 개혁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이런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참가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토리 교수는 이런 행태는 대부분의 국제 스포츠 단체들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스포츠 정신의 이상과 원칙과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