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중거리를 제대로 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고 VOA가 3일 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미사일 궤도의 정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미사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개발된 '북극성' 계열의 변형된 형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루이스 소장은 고도를 낮춰 발사했다면 2000km를 날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과 일본 전역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참여과학자연대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이번 미사일이 2017년 5월 북한이 지상에서 발사한 북극성 2형의 더 발전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참 발표대로 2단계 미사일이 맞다면, 기존의 북극성에 2단계 추진체를 더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끔 했을 것이란 것이다.

라이트 박사는 1단계 추진체만 봤을 때에는 북극성이 보여준 1200 킬로미터 비행이 가능하고, 2단계 추진체와 추가 연료 주입을 통해 최대 1900 킬로미터까지 비행 거리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라이트 박사는 미사일이 일본 본토 상공을 통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이 일부러 고공으로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2017년 8월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이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사일의 궤도를 높이 끌어올려, 동해에 떨어지게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은 피하면서, 엔진 등 미사일의 모든 부문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셈이라고 라이트 박사는 설명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번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약 910km, 거리는 450여 km로 탐지됐는데, 이는 미사일 실험은 감행하되,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사일이 일본 본토를 통과했다면, 미국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넷 연구원은 동시에 북한이 비행고도를 더 높여 사거리를 줄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참을지 시험해보기 위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날아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기술 발전은, 미국 본토에 당장 위협이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역내에 주둔하는 미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해외 주둔 미 육군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인 캠프 험프리스를 한국 내 주요 공격 목표로 삼아 왔다는 것이다.

베넷 연구원은 특히 이번 미사일이 한국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중국에 약속한 ‘3불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한국이 잠수함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등이 주로 북쪽을 향하고 있어,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동해에서 날아올 경우 막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커진 것은 맞지만, 미사일을 실을 수 있는 잠수함 건조 능력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잠수함 미사일의 장점은 잠수함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미사일 공격을 하기 전에 역으로 공격 받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북한의 경우 잠수함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잠수함의 소음이 심해 쉽게 발각되면, 잠수함에 실린 미사일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의 진전은 궁극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액체 연료보다 발사 시간이 빠른 고체 연료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장거리 미사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고체 연료 미사일을 더 편하게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