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 기자 노릇을 하면서도
나는 자판보다 볼펜이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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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문 기자 노릇을 하면서도
나는 자판보다 볼펜이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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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퓨터 키보드 자판내 손가락이 길어서 그런지 타자속도가 안 난다
ⓒ 박철^^^
 
 

나는 새로운 문명의 도구 인터넷을 하면서도 자판보다 볼펜이 더 익숙합니다. 내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때는 286이 나오기 전 교육용 컴퓨터 시절이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가 일명 DOS(Disk Operating Sytem)였고, 컴퓨터를 움직이기 위해서 플로피 디스크를 컴퓨터 본체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DOS 명령어가 전부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 타이핑도 잘 해야 하고, 물론 한글 타자도 잘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타자 속도를 높일까 해서 타자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컴퓨타가 교육용에서 286 컴퓨터로 활성화되고 타자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아침마다 30분씩 타자연습을 했습니다.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고 매일 컴퓨터를 했으면 타자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양손 열 손가락을 다 쓰긴 하는데, 속도가 엄청 느리고 A4 2장 정도를 치려면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입니다.

짤막한 글은 내가 직접 타이핑을 하지만 나머지는 전부 두 아들에게 맡깁니다. 나는 여전히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게 익숙합니다. 글씨가 꼬부랑 글씨여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20년 전, 신학교 시절 내가 존경하는 이 아무개 목사님의 필체를 보고 반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아무개 목사님은 동화를 쓰시던 분인데, 지금은 다양한 글을 쓰고 계십니다. 이 분이 쓰신 필체를 보고 반해서, 똑같이 모방했습니다. 자기 필체를 버리고 남의 필체를 모방해서 내 필체로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이 아무개 목사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써 주신 글
ⓒ 박철^^^
 
 

이 아무개 목사님을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필체만이라도 닮아 볼까하여 흉내를 내 본 것입니다. 이 아무개 목사님은 한학(漢學)에도 능통한 분이어서 한자 필체를 모방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일년 가까이 모방을 했더니,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한 내 나름대로의 필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 필체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내 필경 속도는 엄청 빠른 편입니다. 거의 말하는 속도와 비슷할 정도입니다.

주로 아침나절에 원고를 쓰는데, 200자 원고지 20매 정도는 30분에서 40분 정도, 30매 정도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보통 하루에 한 꼭지 이상 글을 씁니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단숨에 쓰기 때문에 써놓고도 글의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또 글의 내용과 나의 삶이 불일치할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글과 삶의 일치를 위해 노력합니다.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이 아무개 목사님을 몇 번 우리 집에 모신 적이 있었는데 틈틈이 원고지를 꺼내놓고 글을 쓰시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날 적마다 글을 쓰시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 내 설교 원고요즘은 주로 국판 노트를 사용한다
ⓒ 박철^^^
 
 

나에게도 그런 산문정신이 있다면 그 모든 공덕은 이 아무개 목사님 덕분입니다. 내가 아침에 꼬부랑 글씨의 원고 초고를 써서 애들 책상에 놔두면 저녁나절에 우리 집 두 아들 녀석이 학교에 다녀와서 번갈아 가며 타이핑을 해줍니다. 큰아들 아딧줄은 귀찮아서 맞춤법이나 원고 교정 없이 후딱 쳐서 주고, 둘째 넝쿨이는 꼼꼼하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해서 거의 완벽한 원고를 메일로 보내 줍니다.

이 녀석들이 아니면 나의 인터넷 글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한 셈입니다. 한 달에 국판 노트를 다섯 권 정도를 씁니다. 가급적 비어있는 공간을 아껴서 사용합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최첨단 도구를 이용하면서도 나는 컴퓨터 자판보다 볼펜을 쓰고 있으니 여전히 구닥다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이 아무개 목사님이 내 시집 발문(跋文)에 “예수와 다산(茶山) 이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좀더 농익고 향기로운 박철의 이야기가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환상을 보다”고 써주신 대로 그런 시와 글을 쓰고 싶은 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그런 꿈을 실어 오늘도 볼펜으로 꾹꾹 눌러 노트에 글을 씁니다. 한 자 한 자 더 깊은 정성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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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3-06-21 07:31:43
박목사님의 글을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혼을 울리는 깊은 느낌을 주는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길에 관한 이야기는 참 좋습니다.
앞으로 길에 대한 이야기가 더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뉴스타운이 오마이보다 더 잠잖고 전체 분위기가 편안한 것 같습니다.

박철 2003-06-21 13:06:35

자판보다 볼펜이 더 친숙한 인터넷 기자
박철의

박철 기자



▲ 컴퓨터 키보드 자판. 내 손가락이 길어서 그런지 타자속도가 안 난다.

ⓒ2003 느릿느릿 박철
나는 새로운 문명의 도구 인터넷을 하면서도 자판보다 볼펜이 더 익숙합니다. 내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때는 286이 나오기 전 교육용 컴퓨터 시절이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가 일명 DOS(Disk Operating Sytem)였고, 컴퓨터를 움직이기 위해서 플로피 디스크를 컴퓨터 본체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DOS 명령어가 전부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 타이핑도 잘 해야 하고, 물론 한글 타자도 잘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타자 속도를 높일까 해서 타자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컴퓨타가 교육용에서 286 컴퓨터로 활성화되고 타자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아침마다 30분씩 타자연습을 했습니다.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고 매일 컴퓨터를 했으면 타자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양손 열 손가락을 다 쓰긴 하는데, 속도가 엄청 느리고 A4 2장 정도를 치려면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입니다.

짤막한 글은 내가 직접 타이핑을 하지만 나머지는 전부 두 아들에게 맡깁니다. 나는 여전히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게 익숙합니다. 글씨가 꼬부랑 글씨여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20년 전, 신학교 시절 내가 존경하는 이아무개 목사님의 필체를 보고 반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동화를 쓰시던 분인데, 지금은 다양한 글을 쓰고 계십니다. 이 분이 쓰신 필체를 보고 반해서, 똑같이 모방했습니다. 자기 필체를 버리고 남의 필체를 모방해서 내 필체로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이 아무개 목사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써 주신 글.

ⓒ2003 느릿느릿 박철

이아무개 목사님을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필체만이라도 닮아 볼까하여 흉내를 내 본 것입니다. 이 목사님은 한학(漢學)에도 능통한 분이어서 한자 필체를 모방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일년 가까이 모방을 했더니,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한 내 나름대로의 필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 필체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내 필경 속도는 엄청 빠른 편입니다. 거의 말하는 속도와 비슷할 정도입니다.

주로 아침나절에 원고를 쓰는데, 200자 원고지 20매 정도는 30분에서 40분 정도, 30매 정도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보통 하루에 한 꼭지 이상 글을 씁니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단숨에 쓰기 때문에 써놓고도 글의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또 글의 내용과 나의 삶이 불일치할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글과 삶의 일치를 위해 노력합니다.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이아무개 목사님을 몇 번 우리 집에 모신 적이 있었는데 틈틈이 원고지를 꺼내놓고 글을 쓰시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날 적마다 글을 쓰시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 내 설교 원고. 요즘은 주로 국판 노트를 사용한다.

ⓒ2003 느릿느릿 박철
나에게도 그런 산문정신이 있다면 그 모든 공덕은 이아무개 목사님 덕분입니다. 내가 아침에 꼬부랑 글씨의 원고 초고를 저녁나절에 우리 집 두 아들 녀석이 학교에 다녀와서 번갈아 가며 타이핑을 해줍니다.

큰아들 아딧줄은 귀찮아서 맞춤법이나 원고 교정 없이 후딱 쳐서 주고, 둘째 넝쿨이는 꼼꼼하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해서 거의 완벽한 원고를 메일로 보내 줍니다.

이 녀석들이 아니면 나의 인터넷 글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한 셈입니다. 한 달에 국판 노트를 다섯 권 정도 씁니다. 가급적 비어있는 공간을 아껴서 사용합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최첨단 도구를 이용하면서도 나는 컴퓨터 자판보다 볼펜을 쓰고 있으니 여전히 구닥다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이 아무개 목사님이 내 시집 발문(跋文)에 “예수와 다산(茶山)이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좀더 농익고 향기로운 박철의 이야기가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환상을 보다”고 써주신 대로 그런 시와 글을 쓰고 싶은 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그런 꿈을 실어 오늘도 볼펜으로 꾹꾹 눌러 노트에 글을 씁니다. 한 자 한 자 더 깊은 정성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박철 2003-06-21 13:07:24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게제된 기사

필자 2003-06-21 17:51:37
어느 분이 제 이름으로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친절하게 오마이 뉴스에 올린 똑 같은 이야기를 여기다 올렸을까요?
인터넷신문끼리는 기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오마이 올리면 다른 데는 못 올리는 줄 아셨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이름을 내가 올린 것처럼 이름을 도용해서 댓글을 단 까닭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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