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어떻게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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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어떻게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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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 가슴을 적시던 개구리 울음소리

요즘 개구리 울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어쩌다 시골에서 밤을 지낼 기회가 있으면 지금도 간혹 생각이 나서 일부러 귀를 기울여 들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요즘도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그렇게 쉬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예를 들면 무더운 여름, 차창을 내리고 시골길의 한 굽이를 지나갈 때 순간적으로 귓가를 스치고는 금세 사라져 버리는 그런 개구리울음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릴 적,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 계신 친지들의 집에서 며칠을 지내곤 했다. 그때 나는 밤을 지새워 우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듣곤 했다. 그리고 개구리 소리가 조금씩 귀해지던 학생시절에도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제법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할 때면 그때마다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저게 무슨 이상한 소린가 했다. 그 소리는 갑자기 시작된다. 그러고 그 소리는 일단 시작되면 마치 홍수처럼 엄청나게 밀려나온다. 마치 산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닷물이 왈칵왈칵 밀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엄청난 울음의 바다는 그치지도 않는다. 밤새 계속된다. 나는 개구리들의 끝없는 울음 속에 조금씩 젖어들고, 마침내 개구리 울음의 그 깊은 바다 속에 완전히 잠겨버린다.

그 지독한 울음은 나의 꿈결 속에서도 그치지 않는다. 나의 피부를 적시고 나의 몸속으로 스며 들어온다. 나는 개구리 울음 속을 떠다니며 그 울음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잠이 깬 후 개구리 울음이 햇살에 증발하는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에도 내 몸속에는 그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남아있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숨어서 내 정신을 흔들고 있었다.

논두렁. 길가에서 개구리를 본다. 개구리는 가만히 앉아서 눈도 한번 깜박이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움직여 펄쩍 뒤면서 멀리 사라져 버린다. 개구리는 그렇게 무뚝뚝하다. 표정도 없는 바로 이 무뚝뚝한 개구리가 그렇게 장한 울음을 울어내는 바로 그 존재란 말인가.

개구리는 울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존재인 것 같다. 그러기에 세상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그저 무뚝뚝하니 지켜보고만 있는가 보다. 그리고 밤이 오기를, 밤의 장막에 깃들어 그 장한 울음소리를 만들어낼 준비를 하면서 부산한 낮 시간을 그렇게 조용히 견뎌내는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엄청난 개구리의 울음을 설명할 수 없다.

개구리는 아마도 몸으로 울 것 같다. 왠지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단순히 조그만 성대에서만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몸을 진동시키며 울기 때문에 그렇게 엄청난 울음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잘 들을 수 없는 그 소리는, 그러나 그저 내 귓전에서만 사라졌을 뿐이다. 이젠 쉬이 들을 수 없는 그 소리는 어릴 적의 추억 한구석에 묻혀서 아직도 내 속 어딘가에 단단히 박혀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난 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역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펄쩍뛰어 사라져 버렸다. 낮에는 조그만 소리 하나 내지 않는 그토록 조용한 개구리가 어둠의 힘을 빌어서 일단 울기 시작하면 온몸을 울리면서 울어대는 그 울음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개구리는 밤을 지새며 그토록 대단한 울음을 울어대는 것일까.

개구리는 내가 보는 앞에서는 울지 않는다. 나는 결코 개구리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헤엄을 칠 때 물에 씻겨나가는 것인지, 한여름 타는 햇빛에 그냥 말라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깊은 슬픔을 그저 온몸을 진동시켜 내는 소리로만 발산하느라 눈물을 흘릴 힘마저 없어서 그런 것인지.

개구리는 울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만 같다. 밤을 지새우며 그 엄청난 울음을 울 때, 바다가 뒤집어지고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서러운 울음을 울 때, 아마 그때도 개구리는 눈도 껌뻑이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그냥 울 것만 같다. 조용히 온몸을 진동시키면서 속으로 오열을 터트릴 것 같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나도 때로 울음을 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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