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언제나 한국보다 앞서야 맞는 말 ?
36년간의 일본에 의한 식미지 지배를 받아온 한국의 양심은 일부 보수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국익에는 진보나 보수와 같은 진영 논리보다는 자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합리적 사고가 작동해야 하지만 지금의 한국사회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수 대 진보로 양분화 되어 조선시대 ‘사색당파’가 무색할 정도의 양상을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본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판결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주정주의 아베와 그 정권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조치(2019.7.4.부)와 수술 우대조치인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 제외(2019.8.2.)하는 등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일보 보수 언론들의 낮 뜨거운 ‘아베 도우미’ 아니면 ‘아베 정권 두둔하기(?)’ 양상을 보여 한국인으로서 창피한 느낌마저 든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인해 안보상의 문제로, 그리고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사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반응에 대한 한국과 일본 언론의 보도가 확실히 다르게 나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볼 수 있다.
미국 고위 관리가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종료 결정과 관련,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실망감을 표명했으나,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실망했다는 사실에서 일본은 쏙 빼고 한국과 미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만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언론을 접하는 일본 독자들은 역시 미국은 일본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미국이 한국에만 실망감을 표시하는 걸 보면, “아베 총리가 외교를 매우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일본 독자들이 할 수도 있다. 한국은 ‘GSOMIA 종료’라고 표현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나쁜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 혹은 지소미아 폐기‘라는 용어를 줄기차게 사용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언론들은 자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용을 감추면서 한미 간 갈등 상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8월 30일자 일본 언론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도쿄, 산케이,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 등 6개 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마크 에스퍼(Mark Esper) 미 국방장관의 “(한일) 양측에 실망했다”는 발언이 지면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스퍼 장관은 2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며 이번 갈등 국면에서 처음으로 일본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이 기자회견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명확하게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얼버무리면서 에스퍼 장관이 한국에게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압박했다는 식으로만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에스퍼 장관이 일한 관계의 상황에 실망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보였다”고 전했다. 한일에 대한 동시 실망감 표출을 애매하게 처리하면서, 한일관계 상황에 실망하고 있다는 얼버무리는 수법의 기사를 썼다.
극우성향의 아베 신문이라 불리는 산케이신문은 “에스퍼 장관이 일한(한일) 대립이 협정의 파기 통고로 발전한 것에 상당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벌어진 상황에 실망했다는 식의 보도이다. 요미우리와 같은 얼버무리는 보도행태이다.
특히 산케이신문은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한국이 비소미아 협정 ‘파기’를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미 청와대는 지소미아 관련, 미 백악관 NSC와 거의 실시간 대화를 나눴다는 것과 상충되는 일종의 왜곡 보도를 한 셈이다.
다소 진보성량으로 분류되는 도쿄신문도 미국이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고, 한국이 주한 미국 대사에게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을 묶어 “미한(한미)관계 삐걱”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역시 한미 간의 갈등 고조, 즉 한국과 미국 사이를 좀 더 벌려놓으려는 듯한 보도내용이다. 한미 간 갈등 고조를 원하는 쪽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쪽이다. 아베 정권과 자국 국익이라며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는 일본 언론은 북-중-러의 입장에 서는 양상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의 통일 방향은 일본에 매우 불리한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수주의, 군국주의 신봉자 아베 정권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공영방송이라는 명예로운 명성이 아베 정권 들어 거의 사라진 '아베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는 NHK도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을 둘러싼 의혹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국 국내의 비판을 돌리기 위해 반일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당분간 한국 측의 양보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한국을 마치 적대국인 것처럼 대하는 듯한 산케이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일본을 향해 ‘정직해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한 것에 대해 “다케시마(竹島 죽도,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며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침략한 것은 한국이다”는 대단히 도발적인 사설을 게재하는 등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들이 단일대오(單一隊伍)을 이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 한국의 일부 보수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한국의 언론이 아니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최근 ‘조선일보, 중앙일보’ 일본어판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국내 여론을 일본에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모습까지 보였다. 고 대변인이 공개 비판한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조선일보는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라는 기사 제목을 일본어판에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붙인 한국 청와대“로 바꿔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 일본어판은 ‘일본의 한국투자 1년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한국어판 기사 제목을 “한국은 무슨 낮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고 바꿔 실었다고 지적했다.
고 대변인은 또 현재에도 야후 재팬 국제뉴스 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의 ‘문통 발언 다음날 외교가 사라진 한국’, 이런 기사가 2위, 3위에 랭킹돼 있다고 소개하고, 또 중앙일보가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조선일보가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라는 칼럼을 일본어로 일본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며 “많은 일본 국민이 위의 기사 등을 통해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이것이 진정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 기업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지금의 상황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이때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 일부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는 과연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한국에서 메이저 신문인데 이참에 일본의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른바 ‘낚시기사’를 통해 일본인 독자들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이유가 어찌됐던 ‘이들 신문은 어느 나라 신문인지, 누구를 위한 신문인지, 참으로 눈을 의심하게 하는 보도가 아니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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