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著 ‘문재인이라는 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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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著 ‘문재인이라는 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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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손상대의 5분 논평]
문재인이라는 재액.
문재인이라는 재액.

북한 선박의 삼척항 입항,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KADIZ·한국 방공식별구역)와 한국 영공 침범,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 탄도미사일, SLBM을 세 발까지 쏠 수 있게 만든 3천 톤급 신형 잠수함. 등기부등본 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로 돼 있는 우리 영토 ‘함박도’의 북한군 주둔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바다도 뚫리고, 하늘도 뚫리고, 육지도 뚫리고, 경제까지 뚤린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적 역량 또한 사면초가에 빠진 꼴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우습게보아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권을 우습게 보는 것인지 한나라도 아니고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사방에서 찔러댄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 내 대표적인 ‘혐한’ 논객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이번에는 ‘문재인이라는 재액’(文在寅という災厄)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문재인과 한국 정부를 공격한다.

지금 이런 형국을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유리가 깨진 창문을 그대로 방치하면 다른 유리창도 깨지게 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깨진 대한민국의 경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뚫리고 깨질 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일 간의 분쟁이 시간이 흐르면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편 가르기 식 페이스북 공격으로 한·일간 분쟁 뿐만 아니라 한국 내 분쟁까지 촉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23일 조국이 페이스북에서 집중해 왔던 대일 여론전을 당분간 접겠다고 했다지만 ‘한·일 간’이건, 여·야 건, 좌·우 건, 친일이건 반일이건 공직자가 갈등을 확산시키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공직자라면, 그것도 민정수석이라면 조용히 입을 닫고 있어야 했다. 답답한 나머지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이 외교적 역량을 총집결해 이 문제 해결에 치중하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옳지 나서서 국내 갈등까지 확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싸움을 함에 있어서는 어떤 경우라도 아군 전체의 역량을 모으는 것이 장수의 리더십일텐데, 조국은 오히려 아군까지 친일과 반일로 둘로 갈라 아군 역량까지 반쪽으로 만들었다.

물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제가 보기에는 조국의 이런 행동은 일본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높이, ‘강제징용 손배 청구권’에 대한 자신의 법적지식,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적 역량 과신이 그 촉매제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제가 항상 지적했던 조국의 브레이크 없는 대일비판 질주였다. 어떤 일이건 정도는 있는 것인데 거의 매일 SNS를 통해 반일 정서를 강하게 드러냈다.

오죽하면 야당이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민정수석 행보로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겠는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역시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로 무엇을 획책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도 조국의 대일 메시지와 관련해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는, 심화시키는 그런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싸움에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지는 것이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국은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공직자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자기 견해를 국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 남북관계, 한중관계 등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은 칼로 무 자르듯 이분법적으로 단정해서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외교력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저는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쓴 ‘문재인이라는 재액’(文在寅という災厄)이라는 제목의 책이 어제 판매를 시작했기에 조국이 어떤 비판을 내놓을까 유심히 봤는데, 대일 여론전을 당분간 접겠다고 해 이에 대한 비판은 듣지 못했다.

국의 논리라면 이 책 내용과 저자를 비판하지 않는 사람들도 친일파가 돼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문재인을 ‘독재자’ ‘재앙’ 등으로 표현한다. 문재인뿐만 아니라 대놓고 한국 정부도 공격한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권이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 이를 비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친일파가 되는 것이다.

진짜 비판은 바로 이런 책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조국이 대일비판을 접었으니 아쉽게 됐다. 대신 내가 그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려드리겠다.

먼저 무토 마사토시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살펴보겠다. 무토는 2005~2007년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를 거쳐 2010~2012년 주한 일본대사를 지내는 등 한국에서만 12년을 살았다.

그러니까 다섯 번의 한국 근무로 체류기간 12년을 포함해 외교관 생활 40년을 대부분 한국 관련 업무로 보낸 대표적 지한파로 보면 된다. 많은 일본 대사들 중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최초의 일본 대사이기도 하다.

무토는 2017년 2월에는 한 기고문에서 “한국은 가혹한 경쟁 사회”라며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정말 좋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같은 해 6월에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책까지 섰다.

그 책 내용에는 “북한 위기 시기에 한국인은 친북반일 대통령을 선출했다”는 주장과 문재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촛불혁명'을 비판할 정도로 일본 내 대표 ‘혐한’ 논객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일본 TV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가 돼 한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고문을 지냈다.

무토의 ‘문재인이라는 재액’ 책은 22일부터 일본 현지 내 주요 온·오프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가 시작된 이 책은 판매 시작 하루 만인 23일 오후 아마존재팬 외교·국제관계 서적 판매 부문 4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일본인들의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책 제목에 ‘재액’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인터넷 공간 등에서 문재인을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쓰는 표현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액은 말 그대로 ‘재앙으로 입게 되는 불운’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무토는 문재인의 성향을 세 가지로 함축해서 설명한다. ‘현실 직시 없이 편한 대로 해석한다’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원리·원칙에만 충실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며 항상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한다’로 규정했다.

특히 문재인을 ‘미래 지향을 외치지만 반일에 앞장서는 혁명가’라고 묘사해 비난하면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심화된 한·일 갈등의 책임을 모두 문재인에게 돌리고 있다.

무토는 또 책에서 “문재인은 한일 양국이 어렵게 마련한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징용공 재판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유도하는 등 지금까지 한일관계를 뿌리부터 뒤집어 놓았다”고 주장한다.

23일 ‘아마존 재팬’에 올라온 책 소개를 보니까 “문재인 정권 탄생으로부터 2년을 거치면서 심화한 한국의 비참한 상황과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관계의 장래를 전망한다”고 적혔있다.

그리고는 “역사문제를 들고 나와 반일 자세를 극대화하는 이 혁명가가 권좌에 있는 한 양국 관계의 복원은 바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무토는 심지어 한국인들이 문재인 탄핵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무토는 책에서 “문재인 정부가 외교와 내정에서 실책을 계속해도 행정·사법·언론을 좌지우지하는 독재자의 공포정치 때문에 보통 한국인들은 실체를 알 수 없다”며 “한·일 양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 최악의 대통령을 어떻게 압박하고 퇴장시키면 좋을지 일본은 눈을 떼지 않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토는 또 “문재인 정권 때문에 한·일 관계가 예상보다 나빠졌고 일본인 대부분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한·일 관계를 망치면서 미래를 얘기하는 무책임한 문재인 정권을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외교관 출신으로서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무토는 덧붙여 “일본인은 그 동향에서 눈을 떼지 말고 단호한 자세로 맞서야 한다”며 이 책을 “한국 분석의 결정판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보내는 영혼의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무토를 보면 일본을 알 수 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피해를 돕고자 한국에서 성금을 보내자 무토는 “이토록 한국인의 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한 일본대사를 끝으로 이임을 할 때는 이임사를 통해 “한국과 4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 온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며 “양국 간의 더 깊은 상호 이해를 위해 힘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일본으로 귀국 후 지금까지 ‘반한·혐한 인사’로 한국을 비난하는 발언들을 내뿜는 최일선에 있다.

내가 이전 방송에서 일본을 표현하면서 항상 했던 말이, 일본은 한 손엔 국화 다른 한 손엔 칼을 들고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조국은 물론 문재인 정권에 이번 한일 간의 문제를 감정적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국은 이런 사람들을 싸잡아 친일파로 매도했다.

일본을 일본 사람들을 모르면 그 싸움은 승리하기 어렵다. 일본은 철저하. 이 문제 역시 게 계산기를 두드렸을 것이고 미국과는 어느 정도 입을 맞췄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무모한 싸움이라는 지적까지 했다.

지금 보라, 미국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일 갈등과 관련해 처음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한일) 양국의 요청이 있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 것은 갈등의 장기화에 부정적인 뜻을 밝히면서도 한일 어느 한쪽의 손을 명확히 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한미동맹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일본 아베는 어느 때보다 미일동맹을 강화시켜 왔다. 그럼 미국이 끝에 가면 누구 손을 들어줄지 각자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무토를 증오하고, 그의 책 내용을 무시한다. 다만 그 책 속의 내용 중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원리·원칙에만 충실한다’는 이 지적만큼은 문재인과 조국은 물론 이 정권 모든 관료들이 진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지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국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무토의 책이 아닌 일본 아베 총리의 얼굴이 표지 전면에 실린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을 들고 참석했다.

이 책은 일본 교도통신의 서울 주재 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가 쓴 것으로 일본의 최대 우익단체로 알려진 ‘일본회의’를 다루고 있다.

책 내용에는 아베를 비롯한 대다수 일본 각료와 거의 모든 집권 자민당 의원이 ‘일본회의’ 멤버이거나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며 이 모임이 평화헌법에 자위대의 근거 조항을 추가하려는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들이다.

실제 아베 총리를 비롯해 2015년 당시 일본 내각 19명의 장관 중 15명이 일본회의 출신이었을 정도로 일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가 ‘일본의회’다.

한일 간의 미묘한 시점에서 보게 된 이 두 가지 책에서 우리는 과연 문재인 정권의 감정적 대립을 비판하며 친일파라는 딱지를 불일 것인지, 아니면 조국의 대일 강경기조에 부화뇌동해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문재인 아바타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록 친일로 낙인찍히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 문제는 격한 감정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해 일본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의 판까지 읽는 외교력을 발휘해주기를 문 정권에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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