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있는 휴일의 ‘리얼리티 쇼’ 한판?
각본 있는 휴일의 ‘리얼리티 쇼’ 한판?
  • 손상대 대기자
  • 승인 2019.07.0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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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손상대의 5분 논평]

6월 29일과 3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국내 언론은 이 시간까지도 문재인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그 띄우기가 ‘중재자·촉진자’ 역할이다. 국내 언론들은 이번 문재인의 역할론에서 ‘미북 정상들에게 공을 돌리면서 북미대화를 촉진시키려는 문재인의 전략적 접근’이란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역시 6월 30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북미 간의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남북 간의 대화는 다음에 다시 또 도모하게 될 것입니다”면서 자신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남북미 회동에서 특별한 공개발언을 하지 않았고,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 회담 때는 별도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문재인은 판문점 회동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을 앞세우며 중재자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이다.

좋다. 중재자건, 촉진자건, 주도자건, 당사자건 이번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과연 앞으로의 북한 비핵화에 어떠한 결과를 안겨주겠냐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는 이번 트럼프-문재인-김정은의 판문점 회동도 외교적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외교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이지 뜬구름 잡는 이상이 아니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회동에 임하는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속내를 거울처럼 들여다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놓고 서로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파악해본다면 앞으로의 북한 비핵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제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회담을 ‘실질적인 핵 담판의 연장선상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목적을 갖고 비핵화와 관련 없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리얼리티 쇼’를 펼친 회담에 불과했는가를 분석해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번 회담을 내정하게 판단해 볼 때 문재인 정권은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세 사람 모두 특정한 목적을 갖고 비핵화와 관련 없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리얼리티 쇼‘를 펼친 회담에 불과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한다.

그 이유는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3자 모두가 국내 현실이 다급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첫째는 비핵화와 관련 세 사람 모두 구겨진 스타일을 펴고 싶다는 절박함이 보인다.

둘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있고, 문재인은 내년 총선을 무시할 수 없고, 김정은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북제재를 영원히 피할 수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조바심이 보인다.

셋째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단절된 비핵화를 위한 물꼬트기보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대선 분위기에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고자 했음이다.

무슨 뜻이냐 하면, 쉽게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내가 정상적인 회담이 아니더라도 트위터 정도로도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럼 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주도권을 자신이 입맛대로 요리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여 준 철저하게 기획된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한 리얼리티 쇼라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이 분위기를 대선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역시 갑작스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빈손 회담이 된다는 판단을 했음에도 응한 것은 미국의 대선국면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판단컨대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국면에 들어가면 재선을 위한 전략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별로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정삭적인 정상회담은 시간이 걸리고 그러다 보면 대북제재로 북한만 고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기회를 놓치면 자칫하면 낭패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미국과 한국에 미끼를 던져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김정은이 나오려고 결심한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 트윗 이후에 5시간 만에 최선희 부상이 이례적으로 반응한 것은 실무회담을 하면 아무래도 북한이 좀 더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 판단이 맞을지는 몰라도, 북한의 관례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 트윗 이후에 짧은 시간 내 결정한 것은 적어도 미국 측이 미리 북한에 언질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된다.

김정은은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 하는데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제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거절했다면 난처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사전에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보통 북한의 화답은 하루 이틀 걸리던 전례를 본다면 “어제 오후에서야 방문 소식을 알았다”고 한 발언은 언뜻 보기에는 대외적으로는 사전 조율이 없었음을 밝힌 것이지만 그 속에는 사전 언질을 받고 고민했음이 배어있다.

미국의 언론을 통해서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사전 언질이 조금은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향해 떠나기 전에 김정은과의 만남 성사 여부와 관련 북한으로부터 김정은의 경호문제에 따른 자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김정은은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문 채택 없이 끝나며 구긴 정치적 위상의 회복에는 어느 정도 전리품을 챙겼다.

북한은 2차 회담 결렬 후 미국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사일을 두 번이나 쏘아대고 ‘계산법을 바꾸라’고 몰아붙였지만 까딱도 하지 않았던 미국이었다.

더욱이 하노이 노딜로 ‘톱다운(Top-down)’ 방식에 대한 불신이 특히 미국 내부에서 적잖이 제기돼온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키는 두 정상이 쥐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회담 제의가 실제 회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행동 여하에 따라서는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것을 얻어낸 것이 북한으로선 성과라고 보여진다.

문재인의 경우는 국내 사정은 물론이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다 강원도 삼척항구 북한 선박 정박 사건까지 겹쳐 북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런 여론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했을 것인데, 그 이벤트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그리고 남북미 3자 회동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싶었을 것이다.

좌파들은 소설을 쓴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바로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비판해온 문재인의 ‘중재자, 촉진자’역할을 반대로 드러내놓고 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한번 잘 보시기 바란다. 문재인은 남북한 협력을 지렛대 삼아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치중했지만 돌아 온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샌드위치가 돼 더 이상 한발도 못 나가고 비핵화 문제가 올스톱 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이번에 더 보란 듯이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치중한 것은 현실의 답답함을 일시적으로라도 풀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확실하지 않은 어설픈 ‘중재자·촉진자’ 역할론은 자칫 실패의 결과에서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는 무모한 행위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여정을 오히려 더 멀게만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처하고 나선 것은 현실 타개책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할 것이다.

‘중재자·촉진자’ 역할론과 관련해서는 김정은까지 나서서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던 사안 아닌가.

김정은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을 향해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민족 이익 당사자’로 나설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김정은 이날 문재인이 들으면 기분 나쁠 정도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김정은은 또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판문점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이런 비판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협력사업이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강도 높게 드러낸 것이었다.

김정은 뿐만 아니다. 북한은 6월 27일 남측을 향해 “북·미 대화에 참견하지 말라”는 입장까지 내놨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권정근 국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며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을 봐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충실했고, 비판에 열 올렸던 김정은은 회담 장소에 나타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각본대로 DMZ까지 찾은 것은 실질적인 비핵화 담판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이벤트는 세 사람에게 모두 필요했기에 이번 남북미 회담은 모두가 손해 볼 것이 없는 완벽한 ‘리얼리티 쇼’였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완벽한 ‘리얼리티 쇼’라고 하는 것은 북한 선전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30일에도 “남조선 당국이 대미 굴종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언제 가도 북남관계가 오늘의 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현실이 보여주는 것은’ 제목의 논평에서 판문점선언 채택 이전으로 되돌아갈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횡포, 무도한 방해책동과 함께 남조선당국의 친미굴종적 자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그릇된 타성을 버려야 한다’ 제목의 기사에서도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자면 남조선 당국이 외세의존 정책을 버리고 민족자주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럼에도 오후 김정은은 회담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외교 협상에서 힘겨루기와 줄다리기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득이 되면 받아들이고, 손해라 생각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북한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회담은 비핵화담판 보다는 각자 이해타산에 따른 쇼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이번 회담을 굳이 폄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역지사지로 지난 전례를 교훈삼아 돌다리도 두드려보면서 건너야 한다는 점에서 냉철한 판단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30일 대북제재 해제 여부와 관련, “제재가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저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제재는 현행대로 유지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 역시 별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이 기조 또한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그대로 밀고 갔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 때문인지 국내 언론과는 달리 미국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인지를 두고 우려를 나타냈다.

AP통신은 30일 ‘역사인가 단지 사진 촬영용인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세계무대에서 만날 때마다 확산하는 열광적인 반응을 세세하게 살피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이번 회동의 극적인 요소는 소음을 더욱 고조시켰다”면서 “하지만 당신이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든 간에, 역사는 하나의 지점에서 이 회동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둘러싼 북한의 오래된 핵무기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라고 묻고 “리얼리티 쇼의 시선 집중”이라고 반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에 발을 들여 놓은 대통령이 됐다”면서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서는 “이번 판문점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핵 협상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5대 대통령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그의 텔레비전 시청률을 위해서는 큰 도약이었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짐작하게 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는 미국 관료들의 말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이 정치적인 성과는 찬란한 반면 실제 북핵 협상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권에 두 가지만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 ‘중재자’를 자처하려 한다면 어느 쪽과도 이해관계가 없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과, 어떤 경우라도 현실적 상황을 컨트롤할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진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중재자의 생명은 공정성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중재자가 공정성을 잃고 지금처럼 국제적으로 김정은 수석대변인 같은 지적을 받는 북한 편들기의 의심을 사거나 어느 한쪽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양측 모두에게 중재자 역할이 아닌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단순히 ‘중재자·촉진자’가 아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점에서 오로지 중재자론만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결과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대북정책에 현실적인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본다. 북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도 좋지만 너무 굴종적인 자세는 오히려 김정은의 오판만 키워 줄 뿐이다.

말이 아닌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면 남북공조가 아닌 한미공조를 더욱 강화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 외는 다른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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