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하는 대구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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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하는 대구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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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포정동 그레이스실버영화관이 문 닫는다
그레이트실버영화관 전경
그레이트실버영화관 전경

55세 이상이면 무조건 2000원에 추억의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그레이스실버영화관(대구 중구 포정동)이 폐관 위기에 몰렸다. 대구·경북에서는 55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주 고객은 70~80대) 유일한 실비영화관이지만 2014년 6월 개관한 이후, 누적된 적자와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 등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실버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주)금사연의 조이견 대표(51)는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40대 여성이었다. 사회적 기업인 실버 영화관을 지역 최초로 열게 된 것은 평시 고령화 시대에 다가올 노인복지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서울에서 이미 실버 영화관을 운영하던 지인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근무하며 배운 운영시스템을, 나고 자란 고향 땅에서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실버 영화관 관람료는 2014년 개관 당시나 지금이나 2000원이다. 1일 관객 수입은 24만 원(120명)정도여서 필름 구매 비용과 인건비 등을 제하면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라 고용노동부와 중구청으로부터 인건비 일부를 지원받기도 하지만 냉·난방비 영사기 수리비 공기청정기나 소방비 등 부대비용 지출이 많아 운영난에 시달려 온 것. 그나마 극장 대관사업과 영화 상품권 판매, 영화광고 협찬, 후원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왔지만 매년 5천만원 가량의 적자 비용과 초기비용을 포함하면 5억~6억 원의 사비가 들었다고.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건물주와 임대료 인상문제가 불거진 것이고 지금은 타협이 불가한 상태라면서 “옛날을 추억하러 실버영화관을 찾으시는 어르신들과 매표에서 매점업무, 청소 소방 등 안전업무에 책임을 다하는 직원(6명)의 일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버텨 왔지만 이제 더 이상 대구에서는...” 말끝을 잇지 못한다.

조미견 그레이스실버영화관 대표
조미견 그레이스실버영화관 대표

추억어린 헐리우드 명화를 매주 2~3편씩 그레이스실버영화관에서 즐겼다는 김영모 씨(전 교장 73. 두산동)는 “나 같은 노인들에게는 참말로 시네마 천국 같은 곳인데 몇 군데가 더 생겨도 모자랄 판에 폐관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요”

남산동에서 혼자 산다는 최영렬 씨(76)는 “오래 전에 경로우대로 7천원 씩(경로우대)이나 하는 일반 영화관에 뭣 모르고 갔지만, 도대체 뜻도 모르겠고 시끄럽기만 해서 이제는 공짜로 오라고 해도 안 가오. 그저 일주일에 한 번 바깥나들이도 할 겸해서 이 영화관에서 보내는 두서너 시간을 큰 낙으로 알고 살아 왔는데...“라며 한숨지었다.

그레이스 케리, 오드리 햅번의 열렬한 팬이어서 그들이 출연했던 영화는 몇 번이라도 보러 온다는 주명자 어르신(69)은 ”대구시가 실버 영화관을 여러 곳에다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명색은 전국 최고 문화공연도시라고 자랑하면서 막상 대구에 사는 노인에게 주는 문화적인 대접이 이래서야..“ 당국의 무관심을 탓했다.

올해 초 일부 시민들이 대구 중구청에 그레이스실버영화관을 지원해달라는 민원을 내기도 했지만, 구청 관계자는 “실버 영화관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지원에 관한 법률’상 지원 거능한 ‘전용상연관’에 해당하지 않아 구청 예산지원은 사실상 어렵고 대구시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결국,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도 어떤 경우에는 ‘개인 영리사업의 원리’와 동일하게 ‘빈익빈 부익부’가 작동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허름한 창고 건물을 임대해 4년 동안 수억 원의 사비를 들여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번듯한 영화관 건물로 바꿨습니다. 경상감영공원↔무궁화백화점으로만 이어지던 유동인구가 포정동 그레이스실버영화관거리까지 확장되었고요. 근처 상가는 활성화되어 부동산 가치는 5년 전에 비해 배나 올랐습니다. 이쪽 동네 경제에 기여했다고 자부하기도 합니다만, 되려 그 부분이 발목을 잡힌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음 달이 임대차 기간 만료다. 건물주와 권리금 관계 타협이 이뤄지면 비교적 임대료 부담이 적은 강원도나 충청도 쪽에서 실버 영화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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