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변당한 황교안 뭘 바라고 광주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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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변당한 황교안 뭘 바라고 광주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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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제96회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결국 광주에 내려갔고, “물러가라 때려죽여라” 라는 폭력적 언사가 난무하고 아수라장인 5·18묘지를 참배했다.

그가 원하는대로 참배를 했는지 참배를 구걸하다시피 했는지는 여러분 판단에 맡기겠지만, 거기에 더해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저들의 무리와 함께 손을 흔들며 부르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제1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했던 처신으로는 부적절한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오늘은 그걸 좀 다각도로 따져볼 생각이다.

경찰 통제선이 무너지고 물병과 우산 그리고 플라스틱 위자 따위를 마구 던지는 광주 시민들의 봉변을 당하면서까지 황교안이 기념식에 참석했어야 했는지부터 의문이다. 안 내려갔다면 그뿐 아니냐? 그러면 문재인과 호남세력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꼴이 더 우습게 만들 수 있는데, 굳이 내려가서 저들을 도와주고 자신은 스타일을 구겼다.

그날 문재인이 기념사에서 "아직도 5·18을 부정하는 망언들이 나오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는데, 자신과 자유우파를 향해 쏟아지는 그런 헛소리를 멀뚱멀뚱 듣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꼴이 참으로 민망하고 측은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황교안이 이것밖에 안되는 거냐?

그 전에 문재인 김정숙은 "문재인 사랑합니다" 광주시민들의 구호 속에 기념식장에 유유히 입장했다는 것도 참 대조적이지 않느냐? 그리고 문재인이 지가 인간이라면 황교안과 악수를 나누면서 한마디 했어야 정상이 아닌가? “불상사를 당하셔서 유감천만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시지요.” 이렇게 한 마디 우회적으로 언급해도 될텐데, 문재인이 어떤 친구냐? 완전히 입 닫고 말았다.

문재인은 기념식 연설에서 그 엉터리 화해-엉터리 국민통합- 엉터리 상생을 거론하면서도 1야당 대표가 겪은 폭력에 대해선 들은 척도 안했다. 제1야당 대표가 스스로 개망신을 자초한 꼴이다. 게다가 최악의 욕설까지 들었다.

여러분 아시지요? 바로 그렇게 처신하니까 황교안이 사이코패스라는 말도 아닌 소리까지 듣는 것 아니냐? 이날 정의당 대표라는 이정미는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내려갈 예정인 황교안 대표를 두고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했다.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는데, 그건 황교안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유우파 모두가 당한 봉변이라서 울화통이 터진다. 그러나 황교안 개인으로선 광주에서 수모를 당한 게 개인적 인기를 올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할 지도 잘 모르겠다.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도 구축했고, 그래서 '대권행보'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니 광주에 내려간 것은 잃을 게 없는 장사라고 볼까? 아니다. 오늘 지적하겠지만, 황교안이 이번 일로 자유우파로부터 점수를 결정적으로 깎였다고 나는 본다. 민주로 위장한 폭력과 좌빨 논리 앞에 굴종했으며, 현대사의 정의로 포장된 반 대한민국의 장난질 앞에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꼴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말할 게 없다. 황교안의 행보 이미지에 예전 박근혜 전 대통령 이미지가 겹쳐지는 걸 어쩔 수 없다.

꼭 12년 전, 그러니까 당시 이명박과 함께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로 뛰던 무렵 박 대통령은 광주에 내려갔다. 당시 전국순회 합동연설회가 광주 현지에서 있었는데, 하루 전 내려가 이른바 호남민심 구애에 나선 것인데, 놀랍게도 그 일환으로 광주의 한 영화관에서 당시 막 개봉했던 5.18을 다룬 최악의 좌빨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했다. 왜 그걸 자청했는지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

더 이해 못할 것은 그가 남긴 소감이었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27년 전 광주시민이 겪은 아픔이 느껴진다”며 “그 눈물과 아픔을 제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민주화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정의를 내렸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선진국을 만들어 광주의 희생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정말 당혹스럽다.

그래서 박 대통령에게 돌아온 게 대체 뭐냐? 물론 당시보다 5년 뒤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지만, 호남 지역 민심이 돌아왔던가? 그런 말 들어본 바 없다. 그리고 믿어집니까?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간에는 놀랍게도 국정수행 지지율이 0%를 기록했던 적이 있다. 그걸 기억해둘 사람이 누구냐? 황교안 아니냐.

그래서 다시 바보짓을 한 황교안에게 묻겠다. 당신이 광주에 내려가 “물러가라 때려죽여라” 라는 압박 속에 5·18묘지 참배를 구걸했어도 당신에게 돌아올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 물론 나는 황교안의 애국심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가 현대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 역시 덜 떨어졌다고 말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사실 황교안은 “광주는 민주화 이뤄진 거룩한 성지”라고 3개 월 전 광주 현지에서 발언을 했던 사람이다. 반복하지만, 그건 이른바 호남민심에 아부하는 못난 행위였다. 그리고 이번에 광주에서 돌아온 뒤 황교안 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에 환영 받으러 간 것 아니다. 꼭 가야 할 곳이라서 갔다” 원 세상에. 황교안은 “광주는 민주화 이뤄진 거룩한 성지”라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참 답답한 현실이다. 한국당과 황교안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한국당이 말하는 이른바 중도 확장, 외연 확장이 될 리가 없으며 외려 호남 사람들이 더욱 오만해지면서 5.18 암덩어리를 키울 뿐이다. 그리고 그건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과 황교안의 현대사 인식에 그만큼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다.

그는 좌빨들의 민주팔이에 현혹되어 있는 사람이고, 민주팔이 장사에 가장 큰 물건인 광주5.18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그 수모를 당하고서도 이번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재인 도당들과 함께 부른 것이 아니겠느냐?

그 대목 참 할 말이 없다. 그건 황교안 개인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한국당 전체의 문제다. 그 수모를 당하고서도 그 당 대변인은 뭐라고 말했느냐? 그것도 참 우습다. "우리를 향한 광주 시민들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5.18정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정말 할 말이 없다. 자기 당의 대표를 향해 “물러가라 때려죽여라”라고 폭언했던 사람들을 향해 “광주 시민들의 부정적인 목소리”라고 말하는 게 야당 정신이냐? 그리고 5.18정신이란 게 대체 뭐냐? 민주화팔이로 명예를 얻고 보상금도 타내서 결국 대한민국 망가뜨리자는 협잡과 날조의 정신이 아니냐?

한국당은 "5.18특별법을 제정해 이 날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은 한국당의 전신인 문민 정부가 한 일"이라며 "우리가 역사를 부정하고 5.18의 정신을 폄훼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그짓을 한 것이 김영삼이라는 걸 우리가 다 안다. 그리고 그 사람이야말로 대한민국 현대사 복판에 광주 5.18이라는 망령을 불러들였고, 현대사를 헝클어놓은 장본인인데, 아직도 정신 못차린 한국당에서 김영삼을 떠받든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앞으로 두고 보겠다. 한국당은 이날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 3명에 대한 징계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는데, 그게 광주 아이들의 협박에 따른 것이 될지를 예의주시할 생각이다.

방송이라서 더 이상의 비판을 한국당에게 할 순 없는 노릇이고, 참 한국당을 이대로 두고선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걸 재확인할 뿐이다. 한국당은 하나밖에 없는 보수정당이고, 잘 키워야 하는 대중정당인데, 저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새삼하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겠다.

※ 이 글은 20일 오전에 방송된 “봉변당한 황교안 뭘 바라고 광주 갔나?”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 제96회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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