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정 통신원이 전하는 한국군의 학살 만행 일부를 소개한다. 1965년 12월 22일, 한국군 작전 병력 2개 대대가 빈딘 성, 퀴년시에 있는 몇 개 마을에서서는 "깨끗이 죽이고, 깨끗이 불태우고, 깨끗이 파괴한다"는 구호 아래 12살 이하 22명의 어린이, 22명의 여성, 3명의 임산부, 70살 이상 6명의 노인들, 곧 양민 중에 양민을 학살했다.
"랑은 아이를 출산한 지 이틀 만에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아이는 군화발에 짓이겨진 채 피가 낭자한 어머니의 가슴 위에 던져져 있었다. 임신 8개월에 이른 축은 총알이 관통해 숨졌으며, 자궁이 밖으로 들어내져 있었다. 남한 병사는 한살배기 어린아이를 업고 있던 찬도 총을 쏘아 죽였고, 아이의 머리를 잘라 땅에 내동댕이쳤으며, 남은 물통은 여러 조각으로 잘라내 먼지구덩이에 버렸다. 그들은 또한 두살배기 아이의 목을 꺾어 죽였고, 한 아이의 몸을 들어올려 나무에 던져 숨지게 한 뒤 불에 태웠다. 그리고는 12살 난 융의 다리를 쏘아 넘어뜨린 뒤 산 채로 불구덩이에 던져넣었다."
위의 글은 <한겨레21>의 위 캠페인과 관련하여 강정구 동국대 교수('베트남전 양민학살 진실위원회' 공동대표)가 [황해문화] 2000년 봄호에 쓴 글 가운데 일부로 "부끄러운 역사, 당신들에게 사과합니다!"라는 타이틀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자료집]에 재수록된 것을 옮긴 글이다.
강교수가 '한국군의 학살 만행'이라 칭하며 '양민 중에 양민을 살해했다'고 분노에 찬 어조로 전하는 저 글을 읽으면서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에 옮긴 글은 그러나 그야말로 일부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분노해야 하는 글은 얼마든지 더 있다. <한겨레21>을 구독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와 비슷한 글을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글들 가운데서 하나를 더 옮겨보기로 한다.
▶ 아, 몸서리쳐지는 한국군
옮기는 글을 <한겨레21>의 웹사이트에는 <한겨레21> 273호의 글이다. '아, 몸서리쳐지는 한국군'이라는 타이틀 아래 "아이건 산모건 사정없이...", "여성 돌아가며 강간한 뒤 살해" 등의 소제목을 달아 다음과 같은 '양민학살' 기사가 실려 있다.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를 끔찍한 사진과 함께.
이러한 수색소탕작전은 일차적으로 융단폭격 등으로 작전지역을 공개하고, 한국군 등 지상군이 현장에 투입되어 마을에 남아 있는 주민들을 즉결처분한 뒤 집을 불사르고 불도저 등으로 마을 전체를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생존자들의 한국군에 대한 증언에서 공통되는 점은, 무차별 기관총 난사, 대량살육, 임산부 난자살해, 여자들에 대한 강간살해, 가옥 불지르기 등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국군들의 방식을 양민학살 정리해보면 몇 가지 공통된 유형이 나타난다.
- 주민들(대부분이 여성과 노인, 어린이들)을 한데 끌어모은 뒤 다시 몇개의 그룹으로 나눈 다음 기관총을 난사해 몰살시킨다.
- 주민들을 한집에 몰아넣고 총을 난사한 뒤 집과 함께 죽은 자와 산 자를 통째로 불태운다.
- 아이들의 머리를 깨뜨리거나 목을 자르고, 다리를 자르거나 사지를 절단해 불에 던져넣는다.
- 여성들을 돌아가며 강간한 뒤 살해하고, 임산부의 배를 태아가 빠져나올 때까지 군화발로 짓밟는다.
- 주민들을 마을의 땅굴로 몰아넣고 독가스를 분사해 질식사시킨다.
한국군의 대량학살이 자행된 곳에는 아이들의 입에 캔디나 케이크가 물려 있었다. 노인들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마을사람들을 안심시키면서 한곳으로 모으는 한 수단이었던 듯하다.
기사는 그러면서 참전군인들을 향해 묻는다. "과연 그대들에게 진정한 반성은 있는가"라고.
▶ 과연 그대들에게 진정한 반성은 있는가?
'베트남전 파병 한국군들의 충격적인 양민학살 실상'을 전한 이 기사에 힘입어 <한겨레21>은 곧 '부끄러운 역사에 용서를 빌자-베트남전 양민학살, 그 악몽 청산을 위한 성금모금 캠페인'에 착수한다. 만일 위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당연히 반성해야 하고 나아가 기꺼이 용서를 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전시 상황, 그것도 피아 구분이 힘든 게릴라전 양상에서 빚어진 일이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그런 상황논리가 들어설 여지가 없이 분명 부끄러워 해야 하고 또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 있는 내용은 과연 얼마나 사실에 값하는 것일까?
먼저 이 글의 허두에서 강교수가 마치 사실로 입증된 것인 양 인용하고 있는 저 내용은 그러나 전혀 확증된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다만 '의혹'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다툼은 시작도 되지 않았으며 그만큼 다툼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사안이다. 구수정 통신원이 전하고 그것을 다시 강교수가 받아 '한국군의 학살 만행 일부'라고 인용하고 있으며 <한겨레21>에서 기꺼이 '베트남전 파병 한국군들의 충격적인 양민학살 실상'이라 부르는 저 글의 '생생한 증언'은 그러나 실제로는 다만 일방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일방의 주장이라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일들, 예컨대 도로 위에서의 작은 접촉 사고 하나에서도 양 당사자의 의견이 일치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하물며 전시 상황을 두고 하는 이야기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일 것이다. 더욱이 그것은 비단 죽거나 죽여야 하는 개인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문제, 곧 이념이나 국가간의 문제와 직결되는 일일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한겨레21>은 당시 서로 적대관계에 있던 일방의 주장만을 들어 '한국군 양민학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주저함이 없다. 더욱이 주베트남 한국군 초대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사령관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것은 다만 '일방적인 주장일 뿐'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도 <한겨레21>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자신들이 짜둔 기본적인 시나리오에만 충실하다. 앞서 강교수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생히 전하고 있는 저 끔찍한 '학살 만행'도 실은 이런 시나리오에 의한 것으로 전혀 사실에 값하는 게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한겨레21>의 이런 시나리오식 접근 방식은 실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전장에서 스러져간 5,000여 젊디젊은 참전 용사들의 넋을 욕되게 하는 일이며, 불굴의 의지로 생사의 갈림길을 헤쳐나온 30만 참전 군인의 자존과 명예를 송두리째 짓밟는 일일 수 있다. 나아가 그 보도로 인해 500만 참전군인 가족들이 겪어야 할 고통까지를 생각한다면 더욱이나 있을 수 없는 접근방식이라 할 것이다.
▶ 의혹 하나 : '양민학살인'가? '양민학살 의혹'인가?
그러나 이런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입장은 외면한 채 <한겨레21>은 오늘도 '베트남전 한국군 양민학살'이라는 깃발을 웹사이트에 곧게 세우고 '부끄러운 역사에 용서를 빌자'며 성금모금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겨레21>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저들의 부끄러운 역사란 과연 누구에 의해 검증받은 '부끄러운' 역사인 것인가? 부끄러워해야 할 이는 과연 누구더란 말인가?
참전군인과 베트남인 가운데 어느쪽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언제고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 여부를 떠나 <한겨레21>의 이런 접근 방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렇다면 <한겨레21>은 대한민국 참전 군인의 증언보다는 당시 적군으로 싸웠던 베트콩의 증언을 더 신뢰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지면에 다 밝히지 못한 어떤 구체적인 물증이라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왜 '양민학살 의혹'이나 '민간인 피해 진상'이 아니라 '양민학살'이고 '양민학살 진상'이고 '베트남전 파병 한국군들의 충격적인 양민학살 실상'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왜 이에 대해 누구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를 않는 것인가? 하물며 정부에서조차도 왜 <한겨레21>의 저런 표현에 대해 침묵하고만 있는 것인가? 혹시 정부는 <한겨레21>의 주장에 대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사실로 확정되기 이전에는 함부로 그것을 기정사실화하여 다룰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언론의 생명은 바로 정확한 사실 보도에 있어야 하는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 때문에 우리는 '베트남전 한국군 양민학살'이라는 용어에 대한 <한겨레21>의 재고를 촉구하며, 동시에 아직 '의혹' 차원의 사안에 대해 '한국군 양민학살' 등의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한 <한겨레21>의 합당한 해명과 조속한 수정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마지 않는다. <한겨레21> 자체의 진상 규명 작업이나 정부 및 참전군인단체에의 동참을 요구하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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