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바둑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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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바둑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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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30%를 향하여' 너무나 어려운 바둑 초급 탈출

^^^▲ 사다 모은 바둑책들맨앞만 살짝 보고 장식용으로 비치해두었다.
ⓒ 이성훈^^^
'5승 25패 1무 승률 약 16.6% 14급'

모 바둑사이트에서 나의 현재 전적이다. 연패를 줄줄이 당하다 보니 급수도 자꾸만 내려간다. 처음 등록했을때 떨어질 것을 감안 하여 10급으로 기록하였더니, 웬걸! 처음부터 5연패를 당하고 급수는 11급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사흘간 부지런히 대국을 했건만 현재는 14급. 완전 초급으로 밀려났다.

바둑 둔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초급이다. 더군다나 인터넷에서 이런 수모를 당하더니... 상대방이 급수를 속일 경우도 있지만 누구를 탓할 수 가 없다. 부지런히 바둑 TV도 보지만 실력이 정말 늘지 않는다. 한창 바둑을 좋아했을때 책을 몇권 사놓았는데 이제는 누렇게 빛이 바랬다.

학창시절 영어공부할 때 '명사박사'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영어교재를 사면 맨처음에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영어는 대개 명사로 시작하는 교재가 많은데 결국 명사 한 단락 보고 중간에 포기하고 또 다시 시작하면 명사부터 보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결국 명사 챕터 부분만 새카맣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바둑책 역시 가장 기초인 기본정석과 사활 몇 장만 빼놓고는 깨끗하다. 대국을 하다보면 10수까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 후로는 먹통이다. 도대체 어느곳에 착수를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상급자나 맞수끼리 해서 지면 그나마 괜찮지만 16급이 도전해서 그것도 실컷 나를 농락하고 불계패 당했을 때는 정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 바둑의 고전인 '기경중묘'의 한 페이지
ⓒ 이성훈^^^


왜 자꾸만 지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더니 몇 가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첫째 시간 제한이다. 길면 30분, 짧으면 10분 동안의 시간에 부리나케 두어야 한다. 조금 길게 생각하고 있으면 영감바둑이라며, 빨리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조급한 마음으로 건성건성 두다 보면 어느새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리고 만다. 속기에 능하지 않은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대화도 하면서 천천히 두면 얼마나 좋으련만 뭐가 그리 급한지 좀처럼 기다려 주는 경우가 드물다.

둘째 마우스 문제이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수읽기를 하다보면 잘못 클릭하여 엉뚱한 곳에 돌을 갖다놓을 경우가 있다. 특히 한 수 차이로 피말리는 접전을 펼칠 때 그 실수는 곧바로 뼈아픈 패배로 이어진다. 이런 경우로 지면 너무나 억울하여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그것보다 더 억울할 때는 끝나고 계가할 때 사석 지정을 잘못해서 진 경우다. 사람끼리 대국과는 달리 한번 인정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 상대방은 의아해 하며 운좋은 승리를 낚아채지만 승리를 빼앗긴 나로서는 마우스를 내던지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세번째 속수(꼼수)에 아주 약하다. 초반부터 정석대로 서로 두면 좋을 것을 상대방은 꼭 변칙 공격을 해온다. 당황한 나머지 수습하다 보면 페이스에 휘말려서 결국 덥석 걸려들고야 만다. 그런데 내가 꼼수를 두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 하수의 설움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이 요석인지 잘 모르다 보니 사석, 폐석으로 활용하는 돌을 최선을 다해서 잡는 경우도 있다. 행여 상수가 내 영역을 침범하면 부지런히 잡으려고 쫓아간다. 처음부터 못잡을 것 같으면 포기하겠는데 잡힐 듯 하면서 도망가는 돌을 쫓다 보면 나중에는 오히려 내 돌들이 온통 단점만 무수히 남긴 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닭쫓던 개' 신세가 되어 패배의 쓴 맛을 봐야만 한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지만 이상하게 내가 잡으려고 하는 대마는 잡히지 않고 반대로 도망가는 내 대마는 기가 막히게 숨통이 끊긴다.

^^^▲ 가장 기본인 화점 정석의 하나. 언제쯤 이 페이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 이성훈^^^
'공격은 날일(日)자, 한 간 뛰는 수에 악수(惡手) 없다'는 격언대로 두지만 결국은 연패로 이어가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수읽기를 짧은 시간안에 정확히 할 수 있을까?

프로기사의 해설을 들으면 그순간은 이해하지만 막상 바둑둘 때는 여전히 줄바둑이고 무조건 끊기이다. 가끔 접바둑에서 프로기사와 대국을 하여 이기는 아마추어 기사들이 있다. 그들은 이기면 공식적으로 단급을 인정받는다. 그 순간 어떤 기분이 들련지.

요즘에는 누워있으면 천장에 바둑판이 희미하게 보인다. '승률 30%달성, 9급 승진' 올해 남은 반 년 동안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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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2003-06-14 07:58:37
꼭 내 이야기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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