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갈등, 해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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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갈등, 해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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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스크린쿼터와 한미투자협정은 공존할 수 없는 평행선인가

^^^▲ 12일 오후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미투자협정 및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영화인들이 낭독하고 있다.
ⓒ 연합/네이버포토^^^
과연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와 한미투자협정(BIT)은 공존할수 없는 평행선인가? 최근 한미투자협정과 관련하여 경제계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문제를 주장하고 나섰다.이에 대응하여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영화계 인사들은 '절대 불가'를 내걸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현재의 분위기는 자칫하다간 지난 90년대 말, 역시 스크린쿼터 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문화계와 정부간의 대결 구도를 재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크린쿼터, 과연 한국영화의 수호천사인가? 아니면 집단이기주의의 산물인가?

부처간 힘겨루기와 미국의 눈치보기

'양보할수 있다.'(재경부) '누구 맘대로?(문광부)' 같은 사안을 놓고 정부 내에서 극심한 의견 대립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발단은, 재정경제부 권태신 정책관이 12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21세기 금융포럼' 강연석상에서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미투자협정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국익을 위하여 스크린쿼터를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요지의 발언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경제계 인사들이 스크린쿼터를 놓고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여 정부 출범 이래로, 지난 4월 9일에는 국회의원 강봉균 의원(민주당)이 역시 한미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의 상관 관계를 지목한 바있고,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는 대통령 방미에 동행했던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이 ' 미국이 한국 영화의 수입을 늘여준다면 한국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양보하도록) 영화계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는 발언을 하여 세인을 놀라게 했다.

여기에 대해서 반대 여론도 확고하다.영화인 출신의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은 '장관직을 그만 두는 일이 있더라도'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이창동 장관은 한미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를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12일에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주최로 영화계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절대 사수를 주장하며, '한-미 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를 위한 30인 위원회'를 선언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장외 집회와 같은 집단 행동에도 나설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럼 여기서 감정적 접근을 덜어내고 냉정하게 경제계의 지적에 귀기울여보자. 경제계는 일단되게 국익을 위한 어쩔수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내세우는 국익의 근거는 모두 한미투자협정으로 귀결된다.

권태신 정책관은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이제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40%를 넘어서고 있는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48.3%, 2002년 통계), 이미 개방된 다른 분야(CD,DVD 등)와의 형평성, 한미투자협정 체결시 약 40억 달러 국내 투자효과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에 비추어볼때 영화만 스크린쿼터를 고집하는 것은 다른 산업이 받는 피해를 무시하고, 영화계- 특히 일부 영화 관계자들-만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자칫하다간, 돌이킬수 없다

그러나 재경부의 이런 주장은 스크린쿼터 자체의 문제보다는, 결국 미국의 경제적 압력 때문이다.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도가 큰 현실에서, 경제 회복을 위하여 한미투자협정의 체결에 다급해하는 것은 한국 측이다. 미국은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국내 경제의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DDA 한.미 양자협상에서는, 스크린쿼터뿐 아니라 아예 방송프로그램쿼터까지 완전 개방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한국의 미래 산업이라 할수있는 영상산업을 경솔하게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이것은 사실 눈앞의 카드빚을 메꾸기 위해 다른 카드를 끌어다 쓰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더 큰 미국에의 경제 종속을 야기할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과연 경제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40억달러의 투자효과는 과연 어디에 근거한 이론일까? 말그대로 우리만의 장및빛 전망이다. 한미투자협정은 말 그대로 '상대국 투자자들이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협정' 일 뿐이다.

얼핏 들으면 공평한 것 같지만, 이 경우 자본과 시장의 규모가 전혀 다른 양국간의 무역에서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는 이러한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협정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실상을 들여다보면,오히려 규모의 차이를 무시한 시장 독점과 불공정 거래를 방조하는 측면이 커지게 된다 . 스크린쿼터라는 지엽적인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미국과의 투자가 급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40억 달러라는 통계는 근거가 취약하다.

한국 영화의 자생력이라는 것도, 헐리우드의 자본력과 비교해볼때 거품이다. 몇몇 상업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저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들이 극장잡기도 어려운 실정에서, 스크린쿼터가 폐지될 경우, <매트릭스>같은 대작과 그에 끼어맞추기로 들어올 헐리우드 중소 규모 영화들의 물량 공세를 우리 극장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순진한 이들은 영화의 질만 놓고, 우리도 까짓거 좋은 영화만들어서 헐리우드와 대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영화는 작품이 아니라 산업의 부산물이다.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극장에서 상영해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제작사는 당장 이익이 되는 저질의 트렌디 무비를 양산해내는데 소비할수밖에 없다. 너무 비관적인게 아니냐고 비판할수 있겠지만, 자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냉정하다.

재경부나 일부 여론에서 주장하는, 스크린쿼터가 일부 영화인들만 살찌게 한다는 주장도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국내 영화계가 일부 제작자나 배우들의 편식 무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한때, 스크린쿼터 반대 투쟁 당시에, 데모하러 나온 배우들이 전부 외제차를 몰고 왔더라는 일부의 비판도 무지한 '연예인'(영화인이 아닌)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그러나, 영화계는 일부 제작자나 배우만의 것이 아니다. 영화는 산업이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는 감독를 포함하여 촬영,조명,분장,의상,극본 등 다양한 스텝들이 필요하고, 다시 영화라는 산업에서 파생되는 각종 사회-문화적인 고 부가가치는 엄청난 경제 효과를 유발한다.국내 영화계의 붕괴는 탐욕스런 몇몇 제작자,외제차 굴리는 배우만이 아니라, 그 시스템 하에서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영화인들의 생존과 황금알을 낳는 영상 산업의 부가가치를 위협하는 것이다.

스크린쿼터는 경제의 형평성과 현실을 부정하는 장벽이 아니라 최소한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연예인 등의 특정 계층에 대한 선입견으로 시스템 전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 일방적인 경제 논리로 인하여 어쩌면 '돌이킬수 없는' 경제-문화적 피해가 유발될수 있음을 잊지말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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