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한 모습 보여줘
작가 박종윤 선생이 소설집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을 도서출판 도화에서 펴냈다.
이 작품집은 중견작가 박종윤 선생이 미니픽션 14편과 단편 2편, 중편 3편으로 묶은 독특한 구성의 창작집이다.
갓 태어난 여동생의 출생 비밀을 다룬 「뻐꾸기」를 비롯해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청부업자 이야기 「청부업」,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돌이의 형상이 돋보인 「냉동 엄마」, 소경부부와 소경아들의 사연을 그린 「돌아온 아들」 등의 미니픽션 14편이 각기 다른 여운으로 다가온다.
이 짧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너무 일찍 삶의 비밀을 알아버린 사람들에게 연민이란 인생을 낭만적으로 보는 인간들에게나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역설하면서, 동정 없는 세상에 동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시종일관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삶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하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짧지만 인상적인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읽는 재미가 독특하다.
단편소설 「노란 고무줄」과 「더부살이」는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초와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어 읽는 내내 가슴 먹먹한 아픔을 공유할 수 있다. 견뎌할 고통과 아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삶의 기술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설명보다 이해가 필요한 필연 속에서 자칫 마음이 운명이 되고 마는 복잡다단한 조선족 여인들의 심리와 현실 묘사가 인상적이다.
세 편의 중편소설 가운데 「죽도의 푸른 갈대」는 조선시대 정여립의 모반사건을 다룬 역사소설로, 정여립이라는 인물을 다층적으로 그리면서도 올바른 역사의 방향성이 무엇이지 끈질기게 묻고 있다. 「짚신」은 고려시대 절 연미사를 배경으로 연이와 석수장이 만소의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만소가 매일 아침 가슴에 품었다가 댓돌 위에 올려놓는 짚신을 통해 전달하는 연모의 감정이 따뜻한 온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미륵불을 완성한 만소가 사무치게 그리운 연이를 빨리 보려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낭떠러지라는 것을 망각하고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서 애달픈 사랑은 입체성을 확보한다.
그래서 특별한 비극성이 있다. 표제작인 중편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 는 선상 폭동을 다룬 해양소설로 물질만 중시하는 현대사회와, 인간 이기심이 부추기는 현실이 선상을 배경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살인을 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부조리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종윤 소설가의 소설집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 인간 군상을 통해 그럭저럭 관성으로 살아가면서 관성으로 견디다가 관성으로 나이가 드는 현실에 대한 반항으로도 읽힌다. 그것은 소설속의 인물들이 이런저런 이유와 운명 때문에 삶과 불화하면서도 고뇌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박종윤 선생은 작가의 말을 통해, 미니픽션과 단편, 중편을 묶어 한 권의 소설 창작집으로 출판한 사례는 없는 것 같아 약간 고무되기는 했다. 미니, 단, 중편을 한데 묶은 작품집이 어쨌든 작가 글쓰기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어줍지 않은 자긍심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부산 출생으로 경남 거창에서 성장했다. 장편소설 눈 내린 뒤, 의친왕 이강. 소설집 그 여자의 남자(1. 2), 진딧물의 미로,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 동녘 사랑이 머무는 곳(공저) 등이 있다.
그동안 한국소설문학상, 박영준문학상, 직지문학상 수상했으며, 2009년~2017년 천지일보에 ‘사마천 사기’를 연재했다. 2017년부터 현재 천지일보 ‘다시 읽는 삼국지’ 연재를 하고 있으며. 1992년(세종문화회관 16개국 참가) 국제 소형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이사로 있으며 한국소설 중흥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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