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안개가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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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안개가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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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토함산

 
   
  ^^^▲ "해야 솟아라" /토함산 해돋이
ⓒ 경상북도^^^
 
 

신라 천년의 숨결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천 년 동안 그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이제는 내가 걸어간다. 가서 무엇을 얻어 올 것인가? 그 누구처럼 '만파식적'이라도 얻어 올 것인가. 만파식적? 그래. 그 피리를 불면 온갖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만파식적. 신라의 전설 속에 나오는 그 피리. 신문왕이 해룡으로 변한 선왕에게 얻어 국보로 삼았다는 그 피리. <삼국유사>에 의하면, 문무왕이 죽어서 된 해룡(海龍)과 김유신이 죽어서 된 천신(天神)이 합심하여 용을 시켜서 보낸 피리가 바로 '만파식적'이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천년의 안개를 머금고 오늘도 실타레 풀듯이 천천히 토해내고 있는 토함산. 토함산(745m)은 신라의 혼이 깃든 영산이다. 태백산맥 남단에 자리잡고 있는 토함산은 동악이라고도 불리우며 신라 오악 중의 하나다. 신라 오악이란 토함산(동악)과 계룡산(서악), 태백산(북악), 지리산(남악), 팔공산(중악)을 말한다.

 

 
   
  ^^^▲ 토함산 등산로 입구는 단풍나무길이다
ⓒ 이종찬^^^
 
 

토함산은 경주시 보덕동과 불국동, 양북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토함산에 올라가는 길은 두 가지다. 산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불국사 정문 입구에서 '석굴암 입구' 라는 팻말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1시간 남짓한 등산을 하기가 불편한 사람들은 불국사 주차장에서 석굴암행 12번 버스(15분)를 타고 가도 된다.

그러나 신라 천년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려면 등산로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함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차가 한 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그렇다고 차를 몰고 올라가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미리 차량을 통제하기도 하거니와 만약 차를 타고 올라갔다손 치더라도 등산로 곳곳에 숨겨져 있는 계단은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

토함산 등산로 입구는 널찍한 돌멩이가 박힌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시멘트 길을 걷기가 싫은 사람들은 길 양쪽에 벌건 살을 드러내고 있는 황토길을 따라가면 된다. 등산로 입구는 온통 단풍나무숲이다. 가을에 오면 등산로가 온통 불이 붙은 것 같단다. 그 단풍나무숲 뒤에는 벌건 몸둥이를 드러낸 소나무숲이다.

간혹 단풍나무 사이로 아카시아 나무도 보인다. 하지만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매달린 아카시아 꽃은 이미 그 짙은 향기는 어디론가로 모두 날려보내고, 갈색빛을 띠며 시들어가고 있었다. 여기 저기에서 수학여행 차 온 학생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스스럼 없이 "얼마나 더 가야 돼요?"하고 묻는다. 이제 시작이야.

 

 
   
  ^^^▲ 청마 유치환 시비
ⓒ 이종찬^^^
 
 

목 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 감고
앉았노니

시멘트 포장이 된 길을 중간 쯤 걸어가면 오른 편에 마치 버려진 무덤처럼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비가 쓸쓸하게 서 있다. 시비에는 "유치환 작 <석굴암 대불>의 일부"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래. 저 시처럼 청마 유치환 시인의 혼백이 이 시비 속에 "한 개 돌로 눈 감고"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숲속에서 나뭇잎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뭘까? 등에 줄이 선명한 다람쥐다. 근데 곁에 다가가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사람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달라는 듯한 표정이다. 희한하네. 다람쥐가 사람을 보고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네. 등산 가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자꾸 주니까 그렇니더.

그래. 여기 토함산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다람쥐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토함산에 사는 새들도 마찬가지다. 새들도 사람을 보고 달아나려 하지 않는다. 옆에 다가가자 계속 종종걸음만 치면서 힐끔힐끔 내 모습을 쳐다본다.

"그참! 불국은 불국이구먼."
"조금만 더 올라가모 약수터가 나오니더. 그 약수터에서 목이나 축이고 가입시더."
"그 약수터에도 무슨 전설 하나쯤은 있겠구먼."
"아무리 날씨가 가물어도 한번도 마른 일이 없었니더.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도 이곳 약수터에는 늘 맑은 물이 흐르니더."

 

 
   
  ^^^▲ 토함산 등산로
ⓒ 이종찬^^^
 
 

마치 토함산이 소변을 보는 것처럼 졸졸졸 흘러나오는 이 곳은 바로 오동약수터다. 짐작한 대로 이 오동약수터에도 사연이 서려 있다. 어느날, 스님이 오동나무로 된 지팡이를 짚고 토함산을 오르다가 이상하게 생긴 바위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팡이로 그 바위를 들춰보니 그곳에서 감로수가 솟아났단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때 이 약수가 피부병에 그만이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목욕을 즐겨했다고 한다. 그때 이 약수터 양쪽에 대나무 발을 치고 이곳은 남탕, 저곳은 여탕, 하면서 남녀가 함께 목욕을 했단다. 그래. 그랬음직 하다. 왜냐하면 약수터가 나란하게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산마루에 있는 저 종이 에밀레종입니까?"
"에밀레종은 무슨? 에밀레종은 경주박물관에 가서 알아보셔야지?"
"그럼 저 종은?"
"통일대종이니더. 저 종은 1991년에 만든 종이니더."
"저 종은 언제 치나요?"
"12월 31일 밤 10시가 되모 스님들과 경주시 관계자들이 모여서 타종식 행사를 제법 그럴 듯하게 합니더."

헉헉거리며 토함산 산마루에 올라서자 제법 널찍한 마당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른 편에는 주차장과 함께 통일대종이 눈에 들어온다. 왼편에는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파는 매표소가 보이고, 그 옆에는 '세계문화유산 석굴암 석굴'이라고 새겨진 돌덩이가 마치 사천왕처럼 떡 버티고 앉아 있다.

 

 
   
  ^^^▲ 통일대종이 있는 전각
ⓒ 이종찬^^^
 
 

그 사이, 양쪽으로 확 트인 공간이 바로 토함산 해돋이를 바라보는 장소이다. 그러나 애당초 해돋이를 보러 온 것은 아니었다. 토함산 입구에서 츨발할 때 이미 시간이 오후 3시를 지나고 있었다. 근데 그 어디에도 탁 트인 감포 앞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굽이굽이 산마루를 안고 도는 흐릿한 안개만 잔뜩 끼어 있을 뿐.

"이 곳이 우리 나라 육지에서는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라면서요?"
"해돋이요? 바다에서 직접 올라오는 해는 일 년에 두세 번 정도밖에 볼 수가 없니더. 정말 멋지니더."
"그러면 이곳에서 해가 올라오는 광경을 직접 보셨나요?"
"한때 제가 이곳에서 경비를 섰니더. 바닷물이 용암맨치로(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그 사이로 시뻘건 해가 천천히 올라오는데... 꼭 계란처럼 길쭉하니더. 그라다가 어느 순간 바닷물에서 툭, 떨어지면서 동그랗게 변하니더."

 

 
   
  ^^^▲ 토함산 안내 표지
ⓒ 이종찬^^^
 
 

 

추가자료 :통일대종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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