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음악을 매만지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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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음악을 매만지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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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라보는 헤비메탈 앨범들

 
   
  ▲ 빛바랜 헤비메탈 앨범들..12년전부터 사기 시작했다
ⓒ 이성훈
 
 

상자에 가득한 100여개의 음악테이프를 청소하였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웬만한 음악들은 거의 다 있다보니 굳이 카세트 테이프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테이프들은 몇 년 동안 박스 안에서 세월을 묵고 있었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누렇게 빛이 바래고 여기저기 긁혀 있으며 금이 간 것도 있다.

먼지 쌓인 빛바랜 테이프들을 하나씩 닦다보니 음악이 절로 들리는 듯하다. 케이스 하나라도 잃어버리기 싫어서 옆면을 자른 다음 스카치 테이프로 정성스럽게 다듬어 놓은 것도 있다. 어떤 것은 공테이프 케이스에 종이를 자른 다음 직접 제목을 적어 놓기도 하였다.

"야! 헬로윈이 무슨 음악이냐? 메탈리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퀸을 한번 들어봐라. 그까짓 헬로윈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어디 동네가수들의 음악을 듣고 있냐?"

헬로윈을 처음 접하면서 헤비메탈에 관심을 가졌던 나는 친구들의 그런 말을 들으면 얼굴이 벌개졌다. 또한 같은 헬로윈 펜인 친구와 함께 대항하기도 하였다.

91년 맨 처음 샀던 것이 헬로윈의 'keeper of the seven keys'이다. 이 앨범은 나에게 헤비메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안내해주었다.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높인 다음 귀를 꽉 막아서 들으면 심장으로 전해지는 강렬한 전자음은 사람을 한없이 매혹시킨다.

머리 속에는 그들의 치렁치렁한 긴머리와 찢어진 청바지, 헤드 뱅잉이 떠오른다. 퀸의 음악은 장르별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세계는 도저히 꼭 집어낼 수가 없다. 그의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그해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로 사망하였다.

'보헤민안 랩소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곡 가사를 몽땅 외우고 해석도 해보고 늘 흥얼거리고 다녔다. 'Love of my life'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인가!

그들의 곡 중에 'we will rock you'는 응원곡으로 들을 수 있고 경기가 끝나면 'we are the champion'이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선수들은 서로 포옹하고 악수를 한다. 이외에도 메탈리카, 스콜피온스, 딥퍼플 등 지금도 너무나 유명한 그들의 앨범을 보고 있노라면 힘이 솟는다.
 

 
   
  ▲ 헤비메탈의 세계로 인도해준 헬로윈과 메탈리카의 앨범
ⓒ 이성훈
 
 

뮤직 비디오를 보기 위해 대입이 끝나고 하루종일 커피숍에서 음악을 듣고 신청곡도 자주 보냈다. 당시의 꿈은 음악공부를 열심히 해서 음악평론가가 되고 싶었다. 하나의 음악을 접하면서 그 세계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 무엇보다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진학하여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학교내 레코드점에서 하나둘씩 사 모은 테이프들은 어느새 책꽂이를 가득 장식하게 되었고 이것은 친구들에게 커다란 자랑이 되었다.

메탈을 좋아하는 선배들을 만나면 하나의 음악으로 이루어지는 공감대는 무척 컸다. 서로의 음악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끝이 없었다. 때로는 격렬한 논쟁을 하면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보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 멋진 낭만과 취미였다.

한때 서태지 음악을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소리가 들린다는 주장으로 나라가 떠들썩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종교계에서는 일부 록음악이 청소년들에게 자살행위를 부추기고 정서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듣지말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특히 공연중에 나타나는 음란한 행위나 피를 뿌리는 의식, 과격한 행동 등은 두고두고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화끈하고 내 청춘의 열정이 가득하게 배어있는 헤비메탈을 쓰레기통에 넣고 싶지는 않다. 문득 에릭 클렙턴의 라이브음악을 카세트에 넣어보았다. 언플러그드 음악으로 당시 전세계에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 앨범은 그동안 먼지가 쌓였는지 음감이 그다지 좋지가 않다. 그가 자식을 잃고 나서 쓴 곡인 'tears in heaven'이 약간 늘어져서 들린다.

먼지를 닦고 나서 다시 상자에 넣어 놓았다. 한때 삶의 가장 큰 보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추억의 물건으로 자리잡았다. 시간 나면 모두 들어봐야겠다는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내 자신에게 한번 해본다.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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