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힌 이들에 대한 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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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갇힌 이들에 대한 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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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엄격한 조건하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국의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필자는 이 문제를 법리적. 정치적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수는 있다 해도 그러지 않겠다. 다만 인간적 성찰을 하려 할 따름이다.

현대사의 풍파 속에서 많은 정치인, 기업인, 관료, 지식인, 학생, 국가 원수들이 감옥에 갔었다. 갈 만한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억을하다“고 할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시대의 격변과 더불어 연대책임으로 들어간 사례도 있었을 것이다. 그 시비곡직도 여기선 다루지 않겠다. 다만 이 모든 걸 인간적 안목에서 돌아보려 한다.

인간적 안목이란 무엇인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옥을 비우자는 소린가?“라고 할 것이다. 그건 아니다. 들어갈 일이 있으면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국내 정치적인 사안으로서, 국제 앰네스티가 규정하는 바 ‘폭력적 전복기도'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의 경우는 너무 오래 둘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얼마가 장기간이고 얼마가 단기간인가 하는 건 물론 논의에 부칠 일이다.

필자가 왜 이런 순진(?)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왕년의 시국사범들은 짐작할 것이다. 왕년의 시국사범들은 ”저들은 정치범이 아니라 반국가사범이다“라는 당국의 비난을 들으며 긴 감옥생활을 했다. 그것도 군사재판과 소급(遡及)법으로. 요즘 그 시국사범들이 정권을 잡고 수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며 ”저들은 정치범이 아니라 적폐사범이다“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국가’ 사범과 ‘적폐’ 사범, 간판이야 다르지만 사는 모습은 똑같다. 그 똑같은 모습 자체에 측은지심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5. 16 직후 감옥에 가보니 그곳엔 3.15 부정선거로 들어온 자유당 고관들,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사람들, 반혁명으로 몰린 장성들(장도영 장군 포함), 정치깡패라는 사람들(이정재 씨 등), 혁신계 정치인들, 학생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사는 모습은 측은지심을 갖게 만드는 똑같은 모습이었다.

3.15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최인규 전 내무부장관과 한 포승줄에 엮인 적이 있다. 내 앞에 80 고령의 혁신계 정치인 장건상 씨가 묶여 있었고 내 바로 뒤에 최인규 장관이 묶여 있었다. 때는 삼복더위가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다. 80대 장건상 씨가 사색을 띠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최인규 씨가 교도관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봐요, 저 노인네 큰일 나겠소, 좀 풀어드려요.“

최인규 씨 입장에선 장건상 씨 같은 혁신계 인사는 담장 밖에선 적(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처지였다. 그런 그가 순전히 인간적인 측은지심에서 그 적의 아픔을 동병상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의 동화는 이걸로 끝내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공직자들이 ‘적폐’로 몰려 재소자로 살고 있다. 그들은 잡아넣은 사람들도 왕년의 재소자였다.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엔 측은지심이란 먹히지 않는 것인지, 아직도 ‘촛불혁명’의 지엄한 상황을 몰라 측은지심이 어떻고 중얼거리는 것인지, 이게 비록 미워도 측은지심으로 봐주기 바란다. 왕년의 재소자들에게 전하는 넋두리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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