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단어는 암기가 아니라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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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는 암기가 아니라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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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적인 기호인 단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결국 잊기 때문에 망각의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기억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연구에 따르면 기억이 유지되는 지속성의 차이에 따라 기억을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전화번호나 처음 만난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처럼 잠시 동안 기억될 뿐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입니다. 둘째는 비록 전화번호라도 계속 반복된다든 지 여름휴가의 세세한 일들에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험 그리고 상황이 특별한 의미로 작용하면 제법 오랫동안 남게 되는 기억을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단기기억은 반복되는 학습을 통해서 장기기억으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정보의 종류에 따라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한 후에 반복적으로 정보를 접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정보는 임의적(任意的, arbitrary)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을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름은 외모나 성격 등을 고려해서 특별히 주어지기도 하지만 대게의 경우 특정 사람에게 임의적(任意的, arbitrary)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접하지 않는 한 장기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그 사람을 자주 만나지 못해서 그 이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어떻게 장기 기억으로 남게 할 수 있을까요? 그 이름을 가진 사람과 이름 사이에 억지로라도 자기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출석부에 있는 약 40명의 학생이름을 기억하라는 과제를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첫 번째 방법은 학생얼굴을 확인하지 않고 집에 가서 무조건 40개의 이름을 암기하면 가장 빠르겠죠. 그러나 그렇게 암기하면 다음 날 수업 시간에 누가 누군지 알 수 있나요? 또한 한 사람씩 얼굴을 보면서 출석을 부른다고 해서 그때만 잠시 기억할 뿐 수업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출석부를 보면 역시 새롭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방법은 학생들을 지정 좌석에 앉도록 한 후에 수업 도중에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입니다. 만약 좌석표가 없었으면 유난히 연필을 자주 돌리고 있는 학생이름이 홍길동이라는 것을 몰랐을 텐데 좌석표 덕분에 그 학생이 홍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순간 이후에 ‘홍길동‘과 ‘연필돌리기‘는 연결고리로 작동하여 교사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암기한다기 보다는 한 학기 동안 시간을 두고 익숙해진다고 봐야겠지요.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암기한다고 억지로 애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습니다.

사람 이름과 마찬가지로 영어 단어도 ‘책상‘을 왜 ’desk‘라고 하고 ’꽃‘을 ’flower'로 하기로 했는지 특별한 이유가 없고 그냥 영어를 쓰는 사회구성원간의 임의적으로 약속한 것입니다. 임의적이기 때문에 ‘flower' 대신에 ’desk'라고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flower'라고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꾸 ’desk'라고 하면 사회구성원들이 대꾸도 안 할 뿐더러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뿐입니다.

이와 같은 단어의 임의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단어는 왜 제법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단어에 대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기억하는 지속성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clandestine', 'pedantic', 'beautiful', 그리고 ’claustrophobia' ‘promenade' 등과 같은 단어는 저한테는 특별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단어에 해당하는 한국말이 유의미적(有意味的)이 되어 장기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beautiful'만이 장기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학생들이 네 단어 중에 영어의 ’beautiful'과 한국어의 ‘아름다운’을 유의미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까? 다른 네 단어와는 달리 영어의 ’beautiful'과 한국어의 ‘아름다운’이 모양이나 발음상 서로 유사합니까?

학생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두 단어를 유의미적으로 연결할 만한 특별한 경험을 못했지만 ‘beautiful'은 여러 다른 상황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익숙해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반면에 나머지 네 단어는 많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장기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beautiful'과 같이 위의 다른 네 단어도 많이 보면 장기기억이 될까요? 출석부의 이름을 얼굴도 안 보고 암기하려는 교사처럼 조급한 학생들은 ‘clandestine: 비밀스러운‘, 'pedantic: 현학적인', 'beautiful: 아름다운', ’claustrophobia: 폐쇄공포증' ‘promenade: 산책'을 단어장을 통해서 비록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오랫동안 암기할 수는 없습니다.

0.1퍼센트의 연관성도 없는 영어단어와 한국어를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히 경험한 후에 반복해서 볼 때 비로소 그 단어에 익숙해지는 때문입니다. 다음이야기에서 특별한 경험 없이 단어책의 단어를 무조건 암기했을 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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