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팍팍한 사막을 걸어
더 갈 수 없는
그 끝에 서보아라.
거기 또하나의 사막처럼
막막한 바다.
사막을 헤치고 가듯
하얗게 뱃전에 파도 부서지며
수평선 끝으로 배가 가고
무엇을 건지려는가 사내는 그물을 던진다.
동해바다여, 이 봄 한낮에
거대한 신록의 해일로 상륙하려느냐.
더 갈 수 없는 끝
긴 고동소리처럼 게으른 울음을 울며
우리도 너에게로 상륙하고 싶다.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에게 등지느러미 반짝이는
해일일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면.
^^^▲ 들꿩나무이 세상은 끝이 있을까 ⓒ 우리꽃 자생화^^^ | ||
낙타가 등에 두 개의 산을 짊어지고 사막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햇살은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고, 이내 목구녕이 말라붙습니다. 입속에서는 침조차 모조리 말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마른 목을 축여줄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을 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끝없는 모래의 물결뿐입니다.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내가 걸어왔던 길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뒤돌아가고 싶어도 뒤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아니,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처음 내가 출발했던 그 길로 되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나를 태우는 뜨거운 사막뿐입니다. 사막의 끝은 어디쯤 있을까요.
시인은 끝없이 출렁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막의 끝을 떠올립니다. 그렇습니다. 수평선이 끝없이 출렁이는 바다의 끝이라면 사막은 곧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끝일 것입니다. 수평선과 지평선. 그 둘은 모두 끝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가서면 또다시 저만치 서서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길도 수평선과 지평선처럼 다가서면 또 저만치 서서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수평선 끝으로 배가 가고/무엇을 건지려는가 사내는 그물을 던"집니다. 하지만 사내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은 수평선이 아니라 짭쪼롬한 바닷물과 파닥이는 물고기 몇 마리뿐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너에게로 상륙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서로에게 등지느러미 반짝이는/해일"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지워지지 않는 의미가"되고 싶습니다. 희망. 그렇습니다. 시인은 언제나 저만치 서성이는, 하지만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그 희망과 하나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긴 고동소리처럼 게으른 울음을 울며" 그렇게, 그 희망의 세상에 다가서고 싶습니다. 그 세상에는 국가보안법도 없고, 그 세상에는 입 바른 소리를 하는 교사를 잡아 가둘 감옥도 없을 것입니다. 그 세상에는 이데올로기도 없고, 그 세상에는 너와 내가 활짝 웃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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