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5일 현재 5쇄 돌파, 5만 7천부 판매
- 페미니즘(남녀평등주의) 한국이나 일본 공통점에 공감
- 여성 삶의 고달픔 : ‘조용한 다수(silent majority)’에 큰 공감대 형성
- 소설 읽은 소감 “한국에선 ‘화’가 났고, 일본에선 ‘눈물’ 많이 났다
한국에서 100만 부를 웃도는 부수가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최근 보도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차별을 정면으로 다룬 이 소설은 지난해 12월 일본어 번역판이 발매되자 1개월 만에 5만부가 팔리는 등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임금격차나 출산휴가 혹은 육아휴가 이후의 사회복귀의 어려움 등 일본사회에서도 공통되는 “여성의 삶의 고달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 같은 인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82년생’은 한국인 여성작가인 조남주 씨가 2016년 10월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13번째 책으로 선정된 책으로, 서른넷의 나이에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 김지영을 상담한 리포트를 재구성한 형식의 소설로 이름을 떨쳤다.
소설 주인공인 김지영은 1982년생으로 남편과 딸의 3인 가족이며, 이야기 속에서는 김지영이 일생을 통해 다양한 차별과 부당한 취급을 담담하게 이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김지영은 태어나면서부터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족에게 차별 당하고 “여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젠더적 감성”에 기반 한 이 소설은 김지영이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어릴 적부터 ‘남자 아이니까“라는 이유로 남동생은 우대를 받지만, ’딸,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직 활동 중 면접에서는 성희롱 질문을 받기까지 한다. 회사에서는 성과를 올린다 해도 남자 사원들의 업적이 되거나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보고했을 때 남성들로부터 인정머리 없는 말을 듣게 되고, 육아를 위해서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사회적 구조를 낱낱이 밝히는 형식이다.
김지영은 한국에서 1982년생으로 태어난 여성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으로 일본어 번역자 사이토 마리코(斎藤真理子)씨는 “주인공 김지영은 그렇게 힘들어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투영한 ‘조용한 다수(Silent Majority)’의 여성들에게 깊게 호소했다”는 평하면서, 바로 그러한 점이 큰 인기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82년생 김지영’은 남녀차별을 주제로 한 페미니즘(Feminism : 남녀평등주의)소설로 한국에서는 사회현상이 되었다. 공감뿐만 아니라 반감도 없지 않았다. 인기그룹 ‘레드 벨벳(Red Velvet)’의 아이린이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하자 ‘페미니즘 선언’이라며 일부에서는 약간의 소동아닌 소동이 일기도 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평이다.
이 책이 출간된 2016년은 한국에서는 서울의 번화가인 강남역 부근에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남성)은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Hate Crime : 헤이트 크라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2018년도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 : 나도 당했어) 운동”과 관련, 한국 내에서 성적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이 소설을 언급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어 번역자 사이토씨에 따르면, 알고 있는 한국 거주 일본 여성이 교제하고 있는 한국인 남성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건네주자 “나도 읽고는 싶지만.... 읽었다고 내색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남성에게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지난 12월 8일 발매가 시작되면서 판매 시작 불과 4일 만에 3쇄에 들어갈 정도였으며, 2월 5일 현재까지 5쇄를 거듭하면서 5만 7천부가 팔려나갔다. 일본 내 서점의 문예 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완판도 속출하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문구가 ‘해시태그(#)’가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 공감할 수 있다”는 등 ‘남녀차별 체험’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서점 담당자는 “한국 문학은 지난해 무렵부터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의 히트는 유례가 없다”면서 “페미니즘이나 한국문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 케이 팝(K-Pop)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문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며 놀라기도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 즉 세계경제포럼(WEF) 맞이해 발표된 남녀격차의 정도를 보여주는 글로벌 젠더 갭 지수 (Global Gender Gap Index) 2018년도 판을 보면, 일본은 110위, 한국은 115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남녀차별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임금격차와 가사 및 육아 분담 불평등, 출산 후 여성이 사회로 복귀 어려움 등 남녀 격차가 커 여성이 살기 힘든 사회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문화평론가들은 미국, 서유럽 등에 비해 일본이나 한국의 사회구조나 남녀차별 구조는 비슷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아직도 한일 양국 모두에 공통적으로 유교적인 영향을 받은 가부장제나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중시하는 풍토, 그리고 남존여비(男尊女卑 :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등의 여성 천대를 뜻함) 의 풍조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82년생’이라는 소설을 읽은 여성들의 소감으로 보면, 한국에서는 ‘화’가 많이 났지만, 일본에서는 ‘눈물’이 많이 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번역자인 사이토씨는 “여성에 있어 숨겨져 있던 것, 스스로 덮고 있던 것 같은 것들을 눈앞에 꺼내 보이는 책”이라며 “남성에게 있어서도 (여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 등) 전혀 몰랐던 것들을 아는 계기가 되고, 그 때문에 공감도, 반발도 컸다”고 분석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씨는 오는 2월 19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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