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수입되는 대다수의 영문법 책은 미국이나 영국의 영어교육자들이 한국 학생들의 영어실력, 한국어의 구조, 그리고 한국인의 사고방식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수업교재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영어 문법에 관한 모든 사실을 중요도와 활용정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사전식으로 망라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과 대학교에서 학년 구별 없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총 251쪽에 124 unit으로 구성된 Grammar in Use입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시제(tense)가 24 unit이고 전치사가 16 unit으로서 총 40 unit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 학생들이 꼭 익혀야 할 사항인 동명사, 부정사, 형용사, 그리고 부사에 관한 내용은 모두 합쳐서 25 unit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영어에서 시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지는 몰라도 한국 사람과 같은 외국인에게는 시제는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물론이고 웬만한 학생들도 완벽하게 익힐 수없는, 그래서 잉여적인 문법사항입니다.
따라서 저자들도 머리말에 교사가 학생 수준을 고려해서 unit을 선별해서 강의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그 권고가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미래시제 표시법의 하나인 ‘will'과 ’be going to'를 초보자에게 조차도 선별하여 올바르게 사용 것을 강요할 정도로 무시됩니다.
두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Grammar in Use의 Unit 8에 나온 예문을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Helen's bicycle has a flat tire. She tells her father.
Helen: My bicycle has a flat tire. Can you fix it for me?
Father: Okay, but I can't do it now. I'll fix it tomorrow.
교재의 설명에 따르면, ‘will‘은 화자가 말하는 순간에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 쓴다고 합니다. 화자인 아빠는 헬렌의 말을 듣기 전에 결정한 것이 아니고 헬렌이 아빠한테 말하기 전까지 아빠는 펑크 난 타이어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에 'going to' 보다 ’will' 써야 문법적이라는 것입니다.
Later, Helen's mother speaks to her husband.
Mother: Can you fix Helen's bicycle? It has a flat tire.
Father: Yes, I know. She told me. I'm going to fix it tomorrow.
‘will'과는 달리, 'going to'는 무엇을 해야겠다고 미리 결정했을 때 사용합니다. 헬렌의 아빠는 부인이 펑크 난 타이어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자전거를 고쳐주려고 결정했기 때문에 ’going to'가 올바른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용법의 차이는 “Look at those black clouds, It's going to rain.”과 I feel terrible. I think I'm going to be sick.”에서처럼 ‘going to' 가까운 미래에 일어 날 일에 대해서 쓴다고 합니다. 반면에 “Sue will probably arrive at about 8 o'clock.”과 I think George will like the present you bought for him."에서는 ’will'을 사용해야한다고 합니다.
위의 대화를 우리말로 하면 “지금은 고쳐줄 수 없으니 내일 고쳐줄게요.”와 “알고 있어요. 헬렌이 이미 말했어요. 내일 고쳐주려고 해요.” 'will'과 ‘going to'의 차이는 한국말에서 “고쳐줄게요”와 “고쳐주려고 해요‘의 차이입니다.
또한 정상적인 한국 사람이라면 두 번째 예문에서 ”검은 구름 좀 봐, 비가 오려나봐“라는 표현을 쓰지만 ”검은 구름 좀 봐, 비가 올 것 인가 봐“라고는 하지 않고, 다른 예로서 ”수(Sue)가 아마도 8시경에 도착할 거야“라고 하지 ”수(Sue)가 아마도 8시경에 도착하려고해“라는 표현을 쓰는 한국인은 없습니다.
정상적인 한국인은 모두 올바른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차이점을 쉽게 설명하지 못 합니다. 한국인조차도 분명하게 설명 못하고 그저 쓸 뿐인데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종종 실수를 해서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을 썼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에게 이와 같이 미묘한 차이를 문법적으로 올바르게 가르쳐서 정확한 표현을 쓰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학생들은 과연 어떤 문법사항을 배워야 할까요? 그 해답은 한국에서 비교적 많이 사용되지 않는 문법책인 An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의 머리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문법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머리말에 따르면, 영어 모국어화자들은 문법을 배운 것이 아니고 그저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되어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국어 화자조차도 영어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법을 배워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문법적인 문장을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것과 분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해서 책의 반 정도를 할애해서 영어 모국어화자가 영어 문장에 대해서 분석적인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배워야 할 문법 사항이라고 선별해 놓은 것이 바로 문장의 구조와 내용어(content word)의 핵심인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그리고 기능어(function word)에 속하는 전치사구입니다.
영문법은 영어 모국어 화자도 이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 학생들이 가산명사, 수동태, 시제 등과 같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문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스스로 고행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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