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잔뜩 낀 영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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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잔뜩 낀 영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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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간단한 영문법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영문법의 실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배우자는 것입니다. 영어 문법은 20,000개 이상이나 되는 자동차 부품과도 같습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지식은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필요성에 따라 배워야 할 범위가 달라집니다.

자동차의 성능을 개발 하는 그룹은 공학팀으로서 자동차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자동차 수리를 담당하는 그룹은 자동차 개발 보다는 고장이 나서 수리할 때 필요한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일반인에 해당하는 운전자 그룹에게는 엔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고장 시에 어떻게 수리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 보다는 운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품에 대한 지식만으로도 충분합니다. 20,000개가 넘는 부품을 다 몰라도 아주 기본적인 것, 예를 들면, 기어의 조작법, 좌우 신호등 켜기, 비오는 날 창문을 어떻게 하면 닦을 수 있는 지 등등의 아주 쉽고도 기본적인 사항만 익히면 운전하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익히고 거리로 과감하게 뛰쳐나가면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많은 경우를 맞다드리게 됩니다. 그 때마다 자동차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시간이 나면 정비사가 고치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엔진이 어떻게 생겼고 기어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와 같은 보다 자세한 자동차 지식을 얻으면 됩니다.

영문법도 역할이나 필요성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영문학자들처럼 학문으로서 연구하는 그룹과 시험 문제 출제를 통해서 영어실력을 평가하려는 그룹,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데 관심을 두는 일반 학습자 그룹입니다. 영문법 자체는 영문법으로 변함없이 존재하지만 개별적인 문법사항은 그 종류와 깊이에 있어서 그룹마다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시제(tense), 수동태와 능동태, 가정법의 동사의 형태, 부대상황 등과 같은 사항들은 한국말로도 도무지 잘 이해가 잘 안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대상으로서 가치가 있는 문법이고, 학문적인 가치는 없더라도 학생들이 많이 틀린다는 이유만으로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문법과, 끝으로 오로지 효과적으로 영어를 읽기 위해서 필요한 문법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김희용의 영어이야기는 세 번째 종류의 문법으로서 영어의 핵심적인 부분인 명사, 동사, 형용사, 그리고 부사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째 거나 학생들은 오랫동안 도대체 문법이 왜 필요한 지도 모르는 체 무조건 암기했던 문법수업에 질려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꺼내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으로 하나 같이 또 문법이야기 아니냐라고 반문하면서 질색합니다.

김희용의 영어이야기는 분명 문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방 직후 이렇다 할 책이 없어서 이웃나라의 문법서를 그저 마구 이용한 불가사의한 문법책이나 각종 시험대비 문법책이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기름 떼 묻은 매뉴얼에 해당한다면 저의 이야기는 운전자만을 위한 소책자입니다.

똑같이 명사에 관한 많은 문법 사항 가운데 정관사를 어디에 쓰고 부정관사를 어디에 쓰며, 불가산명사다 가산명사다 하는 허접스러운, 시험에나 출제되는 문법사항은 읽기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 되고 머리만 복잡하게 하기 때문에 김희용의 영어이야기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명사, 동사, 명사, 부사, 형용사의 형태와 기능 그리고 문장 내에서의 위치를 암기하지 않고 확실히 이해하게 되면 영어의 어순을 무시하고 한국어의 어순에 따라 뒤에서부터 해석을 하는 방법에서 탈피하게 되고 그저 영어가 쓰인 순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부터 내려가면서 읽는 이 독서법을 직독직해법(Direct Reading Skill)이라고 하는데 긴 문장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독을 가능하게 해줌으로서 마치 운전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익숙해지듯이 영어문장에 더욱 더 익숙하게 해줍니다.

자동차공학적인 지식을 가졌다는 것, 자동차 정비 기술을 갖추었다는 것, 그리고 주행시험을 한 번에 통과했다는 것들과 운전 실력은 거의 별개의 사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운전하는 것을 배우러 학원에 갔는데 느닷없이 자동차 정비할 때 입는 기름옷을 던져주면서 자동차 밑으로 따라 오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습니까?

똑같은 이치로 학생들이 영문법을 배우는 이유가 글을 잘 읽기 위한 것이라면 학문의 대상으로서의 영문법과 시험 출제 사용되는 문법은 거품으로서 하루 빨리 영어교육 현장에서 빠져야 합니다. 부동산 거품이 빠져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빠졌을 때 여러 이해 집단의 갈등이 빚어낼 후유증을 생각하면 두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잘못된 문법 수업에서 헐떡이며 신음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픔도 감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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