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편견이 숨은 진실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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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편견이 숨은 진실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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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6년 日 남성 “법원이 법원을 단죄하라”

8일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주목할만한 재판이 열렸다.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허위증언으로 6년여 동안 구속됐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된 한 남성이 경찰과 검찰뿐아니라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까지 책임까지 묻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사건 당시 65세였던 이 남성은 집에서 동거하고 있던 양녀가 11세였던 2004년과 14세였던 2008년 2회에 걸쳐 억지로 성관계를 갖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추행을 한 혐의로 2008년 검거돼 오사카 지검에 기소됐다.

피해 여성은 이밖에도 몇 차례 더 남성에게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성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여성의 주장이나 2살 위 언니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2009에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오사카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 2011년 징역 12년의 실형 판결이 확정했다.

사태가 돌변한 것은 2013년이었다.

복역 중인 남성의 재심 청구로 오사카 지검이 재수사를 한 결과 피해여성이나 언니 모두 실제로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2008년 사건 직후 여성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산부인과 의사의 검사를 받았다. 이때 기록에서도 처녀막 열상이 없던 것으로 판명됐다.

2010년 여성을 진찰한 다른 진료과의 진료기록에도, 실제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여성의 발언이 기재돼 있었다.

성적 피해가 없었다고 하는 여성들의 새 증언이 객관적으로도 증명되고 여성과 언니의 허위 증언임이 밝혀져, 오사카 지검은 2014년 남성을 석방했다.

이미 복역한 지 3년 반, 체포로부터 따지면 인신 구속 기간은 6년에도 이르고 있었다.

재심 청구에 대해 철저히 유죄를 입증하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입장이지만 검찰은 재심 개시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백기를 들었다. 2015년 재심에서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받았고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여성들에 대한 허위고소죄나 위증죄에 따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무죄판결 시점에 허위고소죄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위증죄도 역시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성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던 당시 여자들이 어린 나이에 어머니에게서 호되게 추궁을 당하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뒤늦게나마 진실을 말한 점도 참작됐다.

성범죄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찰이나 검찰은 피의자 측 주장보다는 피해를 절절히 호소하는 피해자 측 증언을 더 신뢰하기 쉽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가족, 연인, 친구 등과의 관계를 포함해 그 이후의 삶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 피해를 당한 유아나 초중등학생의 경우 "어린 나이에 심한 일을 당해 불쌍하다"라는 감정이 앞서 그 진술을 믿기 십상이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수사단계에서 남성를 조사했던 야마요시 아야코 검사는 결백을 주장하는 남성에게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형사 재판 전문가로 신뢰가 두터웠던 베테랑 스기타 무네히사 재판장(2013년 사망)도 당시 판결에서도 "14세였던 여성이 있지도 않은 피해를 조작해 고소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생각으로 유죄로 판결했다.

오사카 고등법원 항소심에선 변호인이 검찰 측에 대해서 진료기록의 공판 제출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제출하지 않았다.

여성들의 진술조서에는 피해 직후 산부인과 의사들의 진료를 받았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기재돼 있었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진료기록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리한 증거라 그냥 숨겼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유카와 데쓰지 오사카 고법 재판장은 변호인이 요구한 진료기록 조사나 관련 여성들의 재신문을 일절 인정하지 않고 심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남자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좁은 문’이라고 야유를 받는 대법원도 남성 측의 상고를 깨끗이 기각했다.

일본 의사법에서 진료기록을 의무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기간은 마지막 진료 이후 5년이다.

2008년 산부인과 의사들의 진료기록이 폐기됐더라면, 설령 여성들이 증언을 뒤집었다고 해도 남성은 옥중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늦어도 항소심 단계에서 그 진료기록이 증거로 제출돼 조사를 받았다면 더 빨리 무죄가 내려졌을 것이다.

재판을 통한 진실 발견의 한계와 예단과 편견에 따라 사람이 사람을 재판하는 형사재판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소송으로 법원이 법원 스스로를 단죄할 수 있는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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