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子曰 人有不爲而後 可以有爲
- 맹자의 이루장구 하(離婁章句下) 중에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은 우리 한국팀에게 좀 황당했다. 심판들의 판정이 불리하게 나타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남자핸드볼의 편파적 “휘슬”이었다. 정황은 상대가 주최국 카타르 팀이고, 주심이 그들과 같은 이슬람권인 쿠웨이트 사람이었다. 평소 지연, 혈연에 강한 우리로서는 쉽게 파악되기는 하지만, 생존차원에서 봤을 때 전향적 대처가 요구된다.
아시아는 종교문화권으로 봤을 때 크게 네 토막으로 나눌 수 있다. 동쪽의 유교 문화권, 남쪽의 힌디-불교 문화권, 서쪽의 이슬람 문화권이 분산되어 있다. 그밖에 북쪽의 러시아정교회 문화권이 또 있지만 저들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중-일의 동아시아권에서 금메달을 거의 휩쓸었다. 그래서 “한류(韓流)”는 아시아권에서 시샘의 대상이 된 것이다.
중국은 원래 블랙홀이다. 그들의 인구며 국토가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시비꺼리가 되지 않는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어떠한 국가도 시비 붙기를 아예 두려워한다. 일본은 20세기의 신화이다. 저들은 서구강대국들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을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게다가 도하 선수촌생활 “금메달 깜”이란 매너의 국가로 자리매김하였다.
다른 아시아 국가는 동아시아가 밉다. 그중 한국이 만만하다. 우리가 빤질빤질하면 중국과 일본의 대타로 아시아권에서 몰매 맞을 수도 있다. 한국은 아시아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맹자의 말씀처럼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내야 하고, 동시에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마치 작두 위에서 춤추는 무당이 균형을 잡는 것과 같다.
인구나 국력으로 따졌을 때 아시안 게임에서의 국가경쟁력은 우리가 중국까지 제치고 단연 일등이다. 그런데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좀 엉뚱할까, 우리의 문화적 인프라는 유교의 삼강오륜에 있다고 본다. 그런 사정은 중국과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지 않는가? 그렇다. 그러나 그중 유교유산이 우리에게 가장 많이 남아있고, 이것이 바로 유별난 저력인 셈이다.
삼강(三綱)은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다. 오륜(五倫)은 군신유의(君臣有義), 부자유친(夫子有親),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 강(綱)은 그물망 같은 하늘을, 윤(倫)은 땅에 사는 사람의 무리를 뜻한다. 삼강은 천리(天理)로서, 오륜은 지기(地氣)로서 수직과 수평의 질서를 요약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규격화를 이룬 삼강오륜은 “모세의 10계명”에 비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삼강은 임금-아버지-남편이 하늘을, 신하-아들-아내가 땅을 이루는 우주관으로 절대로 손 탈 수 없는 금기(taboo)의 기둥이다. 그 사이 공간에는 충-효-열(忠孝烈)의 분향(焚香)만이 올려질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삼신(三神)에 대한 은유(metaphor)요, 그림자에 가깝다.
현재는 과거와 다르다. 우선 통치체제가 군주에서 민주로 바뀌었다. 또 여권(女權)이 신장되어 남녀평등사회가 구축된 것이다. 따라서 삼강을 삼신의 패러디로 본다면, 삼강오륜은 오늘도 통용되는 새 버전으로 바꿀 수 있다. 16세기의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은 삼강오륜을 새롭게 해석한 여권 트로이카이다. 캄캄한 밤하늘의 유성(流星)처럼 온몸으로 불사르다 사라졌다.
뭇 남자들은 그녀들 앞에서 초라한 제 몰골을 확인했으나, 예외도 있었다. 율곡 이이는 신사임당의 4남3녀 중의 3남이었다. 화담 서경덕은 황진이의 스승이었다. 교산 허균은 허난설헌의 남동생이었다. 율곡의 이기론(理氣論)은 엄마 사임당이 그 모델이었다. 화담의 주기론(主氣論)은 제자 황진이가 뒷받침했다. 교산의 심학(心學)적 언행일치는 누나 난설헌에서 출발했다.
자유와 금기는 상생과 상극이 맞부딪치는 경계이다. 바닷가의 물결처럼, 태극무늬의 S 커브처럼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이 지점에는 언제나 생사의 갈림길이 열려있다. 그리고 반유(半有)를 택한 삶은 이성적 사유를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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