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문칼럼] 공은 여기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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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문칼럼] 공은 여기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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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국리민복을 증강시키는데 전심전력을 다하여 32년....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자기 책상 앞에 “공은 여기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 라는 명패를 놓아두었다고 한다. 마지막 결정자. 이것이 바로 최고 권력자의 자리이며, 이것이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다.

트루먼은 수십만 명의 몰살을 가져 올 원자폭탄 투하를 명령한 대통령이다. 그 명령을 행하기까지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정책은 왼쪽으로 혹은 오른 쪽으로 결정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장관들은 왼쪽, 오른쪽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며, 추후에 보아 틀린 의견을 개진한 장관일지라도 자기가 낸 의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최종 결정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결론은 신중해야 한다. 가(可)냐 부(否)냐, 가느냐. 마느냐,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일본의 민간인 수십만 명을 죽일 것인가, 그것을 망설여 전쟁을 2~3년 더 끌음으로써 연합군 백만 명을 죽일 것인가. 그는 하나, 둘, 세 가지 안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어느 안이 최선인지는 안개 속에서 사물을 보는 것처럼 분명하지 않다. 나중에 보면 너무나도 명백한 문제지만 결과는 미리 볼 수 없는 것이 인생사다. 최고의 권력자가 아닌 우리 또한 나중에는 쉽게 알 수 있는 일을 사전에는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던 경험을 무수히 갖고 있다. 링컨은 남북전쟁을 감수하고라도 흑인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가 내린 결론은 매우 당연한 것이지만, 링컨이 그런 결론을 내리던 당시에는 그것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듯 명료하지 않았다. 만일 남북전쟁이 남군 측의 승전으로 끝나 미국이 둘로 쪼개졌다면 링컨은 나쁜 결정을 내린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에서는 패배한 정치가, 그는 현실을 모르는 공상적인 대통령이라고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같은 결론이라도 때와 장소가 다르면 평가가 달라진다. 흑인 해방 자체는 옳다. 즉 인간은 평등하게 어울려 사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상만 추구할 수는 없다.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시대는 현실적으로 노예를 해방시키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옳은 이상도 때를 만나야 성취된다. 이상을 너무 서두르다 실패를 저지르면 허황하다는 평판을 받게 된다. 대통령은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어려움이 매일, 매순간 부딪친다. 거기에 더하여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권력자를 타락시킬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고의 권력자는 자기를 이용하려고 몰려드는 자들을 잘 감별하여 올바른 사람을 가까이 하고 그릇된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누가 올바른 사람이고, 누가 그릇된 사람인지를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이런 어려운 정황에 대해 링컨도 탄식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되자 나의 입장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나는 이제 적들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나를 위하는 채 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적들이 득실대고 있다”

이런 위험한 정황을 버텨내는 한계가 최대 10년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십년이면 모든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부패는 한 해가 지나자말자 일어난다. 십 년째 일어나는 것은 부패가 아니라 부패가 극한에 이르러 체제가 붕괴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 우리는 세종대왕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세종대왕은 군왕의 지위에 32년간이나 있었다. 부패하여 붕괴하기를 세 번이나 했어야 할 기나긴 기간 동안 세종은 임금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세종은 부패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의 판단을 내리면서도 그의 판단은 대부분 옳았다. 세종대왕은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국리민복을 증강시키는데 전심전력을 다하여 32년을 보냈다.

현 대통령보다 절대 권력이던 왕이 32년을 무탈하게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그것만으로도 평가는 끝난 것이다. 부패하지 않는 대통령, 후세에 그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예견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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