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굳모닝한주 분규 “우리는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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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굳모닝한주 분규 “우리는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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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노동자, 꿈이 담긴 적금통장 해약 등 고육책 선택

^^^ⓒ 김경목^^^
"부당해고 철회하라."
"체불임금 지급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28일 낮 2시, 붉은 머리띠를 동여맨 해고노동자 16명의 절규 어린 함성이 강릉역 광장을 울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3일 직장폐쇄 조치된 (주)굳모닝한주(회장 이광경, 이하 한주)의 노동자들이다.

한주는 부당 노동행위 위반의 이유를 들어, 안봉진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노조간부 16인을 26일자로 해고하고, 전 직원을 27일자로 해임 조치한 뒤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는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어 사측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태도가 노동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기영 부위원장은 "사규에는 인사위원회 위원에 노조위원장이 명시돼 있지만 안 위원장은 그 자리에 결코 배석한 적이 없다"며"사측이 22일 아침 9시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26일자로 (우리들을) 해고·통보한 사실은 원천무효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들의 분노가 활화산이 된 까닭은 이 뿐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한주의 공식적 대표는 이광경 회장. 그러나 노사협상 테이블의 대표자는 이원경 굳모닝쏠트(주) 미국지사장으로, 이 회장으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있다.

그는 현재의 난국(難局)을 타개하려는 의지조차도 별로 없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협상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조차도 직장폐쇄 이후 대화가 끊겨 노사 간 해답을 못 찾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다.

김회종 사무국장은 "회사측의 임금체불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우리들은 꿈이 담긴 적금 통장을 해약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선택하고 있다"며"조속히 (임금 및 복직) 이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벼랑 끝에 선 노동자

^^^ⓒ 김경목^^^
파업 16일차에 접어든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액수는 총 4억6000만원(4∼5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체납액은 총 1억2800만원(2∼4월, 5월 연체금 제외)에 이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주와 연불(延拂)매매계약을 맺은 산은캐피탈 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한국경제신문>23일자 신문공고를 통해 (주)굳모닝한주 리스물건(기계나 설비 등의 장기간에 걸친 임대)에 대해 오는 30일 공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제 이들의 유일한 자산은 직장폐쇄 이전 생산했던 소금 800t(1억2천만원)이 전부가 됐다. 그나마 회사측에선 이것조차 이들에게서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실제 지난 26일에는 노조와 일언 상의 없이 재고 소금 800t을 방출하려다 천막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과 마찰을 빚어 인근 파출소에서 긴급 출동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었다.

지방노동사무소 '속빈강정'?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노동자들은 직면해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줘야 할 강릉지방노동사무소는 오히려 이들에게 짐이 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일은 비단 한주 노동자들만의 볼멘 소리가 아니다.

지난 영동병원(동해)의 부당노동행위 사례에서도 담당 근로감독관은 병원 노동자들에게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말해 어렵게 찾아온 이들을 문전박대한 일이 있었다. 결국 이 일은 민주노총에서 나서게 되었고, 이 일로 인해 담당자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강릉시협의회 김진옥 사무국장은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소·고발 진정서를 접수하지만 전적으로 (강릉지방노동사무소) 믿지 않는다"며"누가 봐도 명백한 위법 사실에 있어서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노동부의 양비론(兩非論)적 사고방식을 당장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민주노동당 강원도의회 고수정 의원은 "원주지방노동사무소의 경우 사측에 자료도 요구하곤 하는데, 강릉지방노동사무소는 이런 면에서 특히 부족한 것 같다"며 강릉노동사무소의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노동자들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김창환 근로감독관(강릉사무소)은 "첨예하게 대립되는 노사문제에 사용자는 노동자를, 노동자는 사용자를 비난하는 현실이다"라며"이런 부분에서 구조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은 거대 자본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노동 관계 실무자들은 노동쟁의 조정에 있어서, 그 동안 적극적이지 못했던 태도를 버려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구시대적 노사 대응방식의 사고 발상 자체도 버려야 제2 제3의 전태일, 배달호가 역사에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 김경목^^^
한주사태, 해결의 실마리 있나?

파업 16일, 직장폐쇄 8일째에 접어든 '굳모닝한주'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노사간 손해배상 등의 이유로 고소, 고발, 가압류에 들어간 상황에서 협상의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측은 29일 사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미 회사는 소생할 수 없다. 그 일부에 노동자들이 신용을 깨뜨리는 행위가 영향을 끼쳤다"며"굳모닝쏠트(모회사)와 굳모닝한주(자회사)와의 계약관계가 끝났다"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또 "법의 테두리에서 체불임금과 손해배상을 해결할"뿐만 아니라"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해 고용승계 부분까지도 결말짓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측에서는 지난 26일 사용자측의 '체불임금' 및 '4대 보험 공금횡령'으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이다. 이어 29일에는 춘천지방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사회적 약자로써 법에 호소를 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 양쪽은 해결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사태를 중재할 사람이나 단체가 유명무실하다는데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 문제를 두고, 고수정 도의원은 "회사가 경영의지가 있는지 채권단이 나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경영의지가 없다면 노조와 협의해 공장을 돌려 체불임금 등의 채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굳모닝한주의 국내 소금시장 비중을 생각한다면 타 업체의 도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노동부장관이 직접 나설 필요성을"제기했다. 아울러 고 의원은 "강릉시민이나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안봉진 노조위원장
ⓒ 김경목^^^
[인터뷰] 안봉진 노조위원장

29일 오전 10시 강릉시 강동면에 소재한 (주)굳모닝한주의 노조원 60여명은 천막을 사이에 두고 분주히 돌아다녔다. 이날 기상청은 "제4호 태풍 '린파'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발표해, 쉼터이자 새로운 집(?)이 된 천막 농성장을 다시금 손봤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유독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첫 인상은 매우 초췌해 보였고 삶에 지쳐 있는 듯 했다. 그는 다름 아닌 이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안봉진 노조 위원장.

안 위원장(52)은 기자에게 정중히 악수를 건넨 후 노조사무실로 안내했다. 본관 1층 왼쪽 구석진 곳에 자리한 사무실은 생각과 달리 아담하고 깨끗했다. 아담한 사무실의 소파에 앉은 기자는 그에게 '당신의 빚은 얼마인가?'라고 첫 질문을 건넸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쓴웃음을 지으며 "700만원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며 "저 뿐만이 아니라 이 곳 모든 직원들이 비슷한 실정이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심지어 자그마한 아파트라도 장만하려고 힘들게 부어왔던 적금통장을 울면서 해약한 노동자들도 태반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쟁조끼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담배를 꺼내들고 갈라진 입에 갖다댄다. 후∼우. 길게 내뱉는 그의 담배연기에서 계속될 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학교(카톨릭대, 2년)를 다니는 큰딸과 중학교 3학년생인 작은딸을 둔 그는 뭐니뭐니해도 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얼마 전엔 작은딸이 "나도 알고 있어, 절약할 테니 걱정하지마 아빠. 그리고 담배 좀 그만 피우세요"라고 말해 그에게 용기를 심어 줬다고 한다. 이런 그의 착한 효녀는 부도덕한 기업가의 횡포로 인해 다니던 학원을 그만 둬야 했다. 게다가 그의 사랑스런 아내도 얼마 전부터 생계를 위해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가정을 가진 노동자들에겐 예외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안 위원장은 아빠를 이해하는 딸들과 아내가 있어 다행인 셈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도 "불투명한 회사의 앞날로 인해 파생되는 아이들 학자금과 고용불안은 풀리지 않는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라이타 불을 담배에 갖다댄 후 성난 목소리를 내뱉으며 "전 직원이 죽어갈 판국에 회사에선 아무런 대응도 없다"며 상기된 얼굴 표정을 지은 채 회사를 질타했다. 그는 또 "이 잘못된 상황은 모두 경영자가 저지른 범죄"라고 단정했다. 이어 그는 "지난 주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특약점 관계자들과 만났지만, 능력부족으로 직원들에게 실망을 줬다"며 동료들에게 미안한 심정을 드러냈다.

25년 간 장기 근속한 그에게 있어서 '굳모닝한주'는 또 하나의 삶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반쪽 삶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굳모닝한주'의 대표는 대화할 생각조차 없고 심지어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날씨만큼이나 어두운 이들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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