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축전' 30일 밤10-12시 연세대 안팎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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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축전' 30일 밤10-12시 연세대 안팎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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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굴욕외교의 표본 - 한미 정상회담
자주노선 보여준다던 '노짱'은 어디있습니까

밤 10시 상황.
"학생들 어엿 뛰어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히 외친다. 한편에선 '시민감시단' 명찰을 목에 걸고 학생들과 경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촌현대백화점부터 연세대학교까지 곳곳 길목마다 경찰 병력이 대기중이다.

위압감을 느낄만한 상황은 아니다. 방패정도만으로 경계근무만 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대 앞 굴다리 앞의 상황은 또 다르다. 이곳에 다다르면 좀 전의 편한 마음은 이내 무겁게 변하고 만다. 검은색 하이바와 미묘한 숫자가 적힌 국방색 방패로 중무장을 한 채 지나가는 학생들을 집중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불붙는 사건은 일어나고 있진 않다. 그러나 폭풍전야의 분위기 속에서 경찰과 학생들간의 충돌 위험 인자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심지에 불이 붙는 순간 상상할 수 없는 위기국면으로 전환될 듯 보인다.

밤 10시 10분께

연대 정문 앞은 300여명의 학생들이 <승리로 말하자>등의 투쟁가를 부르며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은 "5월 축전 보장하라","5월 축전 성사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50m정도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그 사이 깃발을 앞세운 대학생들이 속속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밤 10시 20분께

"남총련 동지들 뛰세요(투쟁!)"라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밤 10시 35분께 연세대 안

학교 안은 바깥과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낀다. 보통 때와 다름없이 평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본 행사가 열리는 노천극장으로 올라가는 길 좌·우측으로 '교육학생연대','서부청년회'등 각 시민사회학생단체들의 천막노점이 들어서 있다. 그 주위로 각 단체의 주장이 담긴 현수막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한편에선 '강경대','오영권','박동학'등의 열사들을 추모하는 '열사의 거리'를 열사사진 200장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 '학생운동 16년사','한총련 프로필' 등을 소개하는 알림판들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설치돼 있다.

밤 10시 40분께

노천극장으로부터 사수대로 보이는 100여명의 남학생들이 급히 정문 쪽으로 달려간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엔 "친미 굴욕외교의 표본, 한미 정상회담!","자주노선 보여준다던, 당당하던 '노짱'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서 있다.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청춘>의 노래에 열광하고 있다. 축전의 이름에 걸 맞는 모습이다. 노래 사이사이 민중가수 누구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장이 보인 침착한 모습에서 한총련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총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다만 돌아가신 운동가의 말을 빌려 '대다수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것이 진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대협·한총련 이름은 다르지만 마음은 항상 같다"고 덧붙였다.

"나란히∼나란히 같이 가요!"

밤 11시 25분께

'한총련 출범 10주년 기념대회 및 11기 한총련 출범 축하 한마당'이 노천극장에서 문화공연과 노래가 어울려 열리고 있다.

"자유가 판치는 세상, 민주가 판치는 세상"
"그 길이 너무나 힘든 길이지만 여러분들이 있기에 힘들지 않다."
무대에 선 노래패 가수 중 한 멘트이다.

밤 11시 40분께

'통일을 노래하는' 노래패 <희망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대위로 나왔다. 순간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전국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화답한다.

이들의 노래공연은 들떠있는 노천극장의 마음을 최고조에 올려놓는다. 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하나둘 어깨동무를 이루고 좌우로 몸을 흔들며 톡∼톡 튀는 반주를 따라가고 있다. 또 팔뚝질과 수백 개의 깃발이 나부끼며 집회는 절정을 향해 치솟고 있다.

이어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우대식씨에 의해 11기 한총련 대의원들이 소개된다. 그는 "순수함으로 이곳에 서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곧 승리의 역사다"라고 강조했다.

밤 12시께

대의원들은 투쟁가로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그 사이 깃발은 춤췄고, 솟구치는 청년들의 함성이 밤하늘을 깨우고 있다. 이어 전대협 동우회 복기완 회장은 "우리는 청년의 앞자리, 여러분은 청년의 뒷자리에서 새 세상의 불을 밝히자"고 말했다. 그는 '구국의 강철대오'를 크게 외친 후 <전대협 진군가>를 선창한다.

"아∼전대협이여 우리의 자랑이여, 나가자 투쟁이다. 승리의 그 한길로."

선창이 끝나자 정재욱 11기 의장은 "이 마음을 담아 한국학생운동답게,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이 땅의 자주, 평화, 통일을 향해 청년학생들이 달려가겠다"고 화답했다.

화답은 말로만이 아닌 노래로도 이어졌다. 1만여명의 학생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로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을 외친 후 <한총련 진군가>를 제창했다.

"투쟁이다. 한총련이여 반미자주 함성으로, 가자∼가자 한총련이여 해방 조국으로."

이날 본 행사 1부 '한총련 출범 10주년 기념대회 및 11기 한총련 출범 축하 한마당'은 이 순서를 마지막으로 밤 12시 10분께 끝이 났다.

1996년 6월 '연대사태'로 일컫는 그때, 이곳에 갇혀 오도가도 못한 상황에서 끝내 닭차(경찰이동버스)에 몸을 실었던 조성연(28, 가명)씨는 "지금 이 순간 그 날의 참담했던 모든 것들이 오버랩 돼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담조로 "이곳에 다시 오게 되다니…(웃음)"라며 멋쩍게 웃는다.

강원도 춘천에서 올라온 한림대학교 조덕희(20, 가명)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첨 봐요"라며 벅찬 마음에 들떠 있었다. 그는 또 "노래할 때도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몸짓을 한다는 게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또 1학년생이기에 모든 것을 잘 알진 못한다고 말한 그는 "모두와 어울리는 과정에서 보고 느낀 만큼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참가동기를 밝혔다.

그는 또 "어제 뉴스를 보면서 조금은 걱정됐지만, 의장님께서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는 이상 평화적으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던 말이 현실로 이어져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강원대학교 4학년생인 장영주(여, 23, 가명)씨는 출범식 참가가 두 번째라고 말한다. 그는 "제 작년 같은 경우엔 경찰 병력이 없었는데, 올해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며"제발 불미스러운 마찰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총련 합법화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5·18사건'이 어려운 상황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대중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2003 서울대학교 5·18 광주순례단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학생 단체는 4절지 크기 4장에 걸쳐 "이번 5·18 광주 투쟁은 정의로운 청년정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라며 평가한 뒤"수구언론과 보수세력의 한총련 탄압에도 이 땅의 민중들은 청년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온몸을 던져 투쟁한 학우들의 투쟁을 한총련 의장이 혼자 '사과'하고 '죄송'하다고"말한 사실에"그럴 것이었다면 그 자리에 없는 게 더 나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투쟁하는 학우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모욕할 권한은 없다"고 덧붙이며"한총련 의장의 겸허한 반성과 충심 어린 사죄를 촉구한다"고 대자보를 통해 밝혔다.

"종속과 굴복과 피로 얼룩진 평화는 원치 않는다."
"자주와 통일이 전제된 평화를 원한다."

사회자 멘트 중 일부이다.

"한총련 10돌!"
"국민에게 박수 받는 한총련이 되겠습니다."

건물 한쪽을 가린 걸개에 적힌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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