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의 생수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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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의 생수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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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삶을 즐긴 풍류 철학자 화담

기라는 것은 천지가 작용하는 일의 바탕이요, 신이라는 것은 기의 품행이다. 신은 기의 정밀한 빛이요, 기는 신의 기초요 바탕이다.
氣者天地用事之質也 神者氣之德也 神者氣之精華 氣神之基質也

- 최한기의 “신기통(神氣通)” 중에서 -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은 조선의 기학파(氣學派)를 일으킨 태두(泰斗)이다. 화담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색하며 홀로 깨달음에 이르렀다. 주역을 풀어놓은 상수학(象數學)에 심취했고, 특히 수리(數理)에 밝았다. 2, 30대의 한참 나이에 세상을 두 번 유람하며 독특한 세계관을 가다듬었고, 그에 대한 풍문은 왕궁까지 뻗어갔다.

모친의 간청에 따라 뒤늦게 생원시에 합격한 화담은 관례대로 한성으로 옮긴 성균관에 입학했다. 43세 때였다. 그러나 당시 사대부의 의식상태는 어지러웠다. 무오-갑자-기묘로 이어진 사화(士禍)는 기회주의적 출세를 부추겼던 것이다. 성인(聖人)에 이르는 정도(正道)가 비틀려 있었다. 무사안일로 일관된 학습의 답답함은 숨쉬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당연히 자퇴했다.

귀향한 그는 성거산(聖居山) 자락 “꽃 피고, 물 맑은 못” 화담(花潭) 곁에 초가삼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춤추며 화담은 후진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찾는 화담의 학도들은 출세지향적인 속물들과 달랐다. 전국에서 몰려든 제자들의 출신도 양반, 서출, 중인, 천민 등 다채로웠다. 그중에 허엽(許曄), 이지함(李之菡), 이구(李球) 등이 특히 눈에 띤다.

초당(草堂) 허엽은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부친이다. 초당은 화담이 56세 때 병석에서 지은 철학서 원이기(原理氣), 이기설(理氣說), 태허설(太虛說),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을 받아쓴 제자 중의 제자였다. 토정(土亭) 이지함은 토정비결의 저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연방(蓮坊) 이구는 화담류의 기일원론(氣一元論) 철학을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킨 제자로 평가되고 있다.

명월 황진이(明月 黃眞伊)가 화담 초가를 찾아가서 제자로 입문했다. 추측하건데, 그때 화담이 40대 후반으로 명월과의 나이 차는 25세 안팎이었을 것이다. 황진이의 모친은 거문고의 달인이었고, 물론 황진이도 일가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풍류를 즐겼던 화담 역시 줄 없는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를 정도로 잘 다루고 있었다. 다음은 “거문고에 새긴 글(琴銘)”이다.

鼓爾律 樂吾心兮 너는 가락으로 북치고 나는 마음으로 즐기네.
諧五操 無外淫兮 오감을 싸잡아 고르나 도리에 넘치지 않구나.
和以節 天其時兮 마디마다 서로 어울리니 그 순간이 하늘일세.
和以達 鳳其儀兮 서로 꿰뚫어 어울리니 그 거동이 봉황새일세.
이 칠언율시는 연정(戀情)의 소통함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화담이 돌연 성균관을 접고, 화담에서 새 출발의 터를 잡게 되기까지 명월의 역할이 뒤에 숨어있는 듯하다. “꽃 못”이란 그의 아호 화담도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또 솥에 이끼가 낄 정도로 빈한했던 화담학당에 수많은 젊은 남자들이 들락거렸던 호황(?)도 황진이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명월은 남자라면 왕 빼곤 누구나 하룻밤을 함께 지내고 싶은 여자였다.

야사에서처럼 화담은 실제로 명월과 성교를 자제했을지 모른다. 그것으로 그의 도력을 가늠할 필요는 없고, 어쩌면 능력이 못 미쳤을지 모른다. 그랬을까? 화담은 시내에 처첩이 따로 살고 있었지만, 그의 말년은 병약한 몸으로 굶주림에도 개의치 않고 산중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황진이를 자주 만났다. 그녀와는 기가 바로 통했다. 그에게 생수같이 시원한 여자였다.

화담 철학의 구조는 우주가 氣로 구성됐다는 주기론(主氣論)이다. 주자(朱子)가 정리한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서의 理는 氣의 상태를 설명하는 원리로 본다. 그렇다면, 화담이 구상했던 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서양의 원자설 같이 기를 단순히 원자로 봤다는 것일까. 만약 기가 기본물질이라면, 화담의 주기론은 북한에서 주장하듯 유물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오늘날 합의되고 있는 기의 개념은 생체, 정보, 자유 등의 특화 에너지이다. 사실이지, 기는 엔트로피가 초기상태인 바닥에너지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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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친구 2006-11-08 10:37:55
왕(王)도 기실 황진이와 자고 싶어 했을 것이다.
모르지. 귀신도 모르게 언로를 틀어 막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 회포를 풀었을지도.....

황진이의 기가 왕의 남자를 압도했을 것이요, 그래서
주변의 신하들이 밤의 언로를 통해(귓속말로) 전국의 뭇 사내들의
그 소문이 입에 오르내렸을지도......

오늘날 칸트가 재탄생 못하고 있듯 황진이도 다시 태어나지 못하는
각박한 현실세계가 그저 아쉽기만 하도다.

Jinny Whang 2006-11-08 10:42:05
Jinny Whang, 그녀는 아마도 유중무생(有中無生)이요
참여정부의 임금님은 무중유생(無中有生)일 것.

지니는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없는 척하며 뭇사람을 즐겁게 했지만
오늘 임금님은 X도 없으면 있는 척하다가 뭇사람들을 고통속으로 몰아 넣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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