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나무가 엄나무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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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가 엄나무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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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음나무 마을"

 
   
  ^^^▲ 수령 700년이 되었다는 음나무 군락
ⓒ 이종찬^^^
 
 

"잠깐! 여깁니다, 여기"
"음나무 군락은 조금 전에 지나온 마을에도 있었는데?"
"아니, 이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그 음나무 군락입니다"
"어, 이 나무는 어머니 산소에 있는 그 나무네?"
"그렇네요. 그게 오가피 나무인 줄 알았는데, 바로 음나무였네요"

창원에서 단감으로 유명한 진영 쪽으로 끝없이 구불거리고 있는 국도 25호선. 4차선으로 잘 포장된 국도 왼 편 산자락은 온통 감나무 밭이다. 아직까지 무언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드는 감나무 가지에서는 마악 돋아난 연초록 잎사귀가 햇살에 나부끼고 있다. 눈이 부시다. 그래. 저 감나무 잎사귀의 은빛 신호는 곧 노오란 감꽃을 피울 것이라는 무언의 몸짓인지도 모른다.

국도 오른 편에는 200~300m 남짓한 산들이 어깨에 어깨를 걸고 있다. 잠시라도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줄줄이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에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산 아래에는 금방이라도 달래가 긴 목을 쑤욱 빼고 올라올 것만 같은 다랑이 들판이 계단을 이루고 있다.

 

 
   
  ^^^▲ 악귀를 쫒아낸다는 음나무
ⓒ 이종찬^^^
 
 

들판 곳곳에서는 오래 전에 갈아놓은 듯한 흙더미 곳곳에 뚝새풀이 끈질지게 살아남아 연갈색 꽃을 피우고 있다. 간혹 물이 가득 찬 논도 보인다. 내내 비가 내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벌써 모를 심기 위해 물을 가두어 놓은 것일까. 그 곁에는 비닐하우스를 벗어버린 새파란 모가 직사각형으로 자라고 있다.

봉림산이 시작되는 머리맡에 둥지를 튼 덕산에서 동읍 본포로 들어가는 길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처럼 그렇게 많은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맘 때 주남저수지에 가면 새로운 진객들을 만날 수 있다. 텃새들인 해오라기, 황로, 왜가리, 동박새, 딱새, 물총새 등이다.

어디선가 오래 전에 맡았던 향긋한 흙내음과 풀내음이 물씬 묻어난다. 이런 이런. 이곳에도 띄엄띄엄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그래. 지난 겨울, 이곳을 찾았을 때 시인 이선관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 아파트 때문에 새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왜요? 주남저수지를 바라보며 날아내리던 새들이 이 아파트에 부딪쳐 많이 죽었거든.

주남저수지를 뒤로 한 채 본포를 향해 5분 정도 더 들어가면 아담한 마을이 하나 나온다. 그리고 마을을 물고 있는 야트막한 산 옆에는 녹색 동상이 하나 서 있는 초등학교가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700여년이나 된 음나무 군락으로 유명한 신방마을이다. 또 음나무 군락이 지키고 있는 이 초등학교가 바로 신방초등학교이다.

 

 
   
  ^^^▲ 꼬부랑 할머니 같은 음나무
ⓒ 이종찬^^^
 
 

"음나무의 연한 잎사귀를 따서 쌈을 싸먹기도 하고, 나물을 무쳐 먹기도 한다고 씌어져 있구먼"
"그러면 우리도 어머니 산소에 있는 그 음나무 잎사귀를 조금 따옵시다"
"히야! 이렇게 오래된 고목이 도로가에 방치되어 있다니. 도로를 저쪽으로 옮기던지 해야지, 원"

음나무 군락 바로 옆에는 2차선 포장도로가 나 있다. 산비탈에 뿌리를 겨우 걸친 듯이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는 음나무가 몹시 위태로워 보인다. 금방이라도 도로가로 뿌리채 뽑혀나갈 것만 같다. 그래서 그런지 도로변으로 비스듬하게 드러누운 음나무 가지는 굵은 쇠기둥에 몸을 지탱하고 있다. 언뜻 바라보면 호호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듯하다.

경남 창원시 동읍 신방리 산 652번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 음나무 군락은 예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신방마을 사람들의 수호신이다. 왜냐하면 이 마을사람들은 음나무의 가시가 돋친 가지를 꺾어 악귀를 물리치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 연한 음나무 잎사귀를 따서 나물로 무쳐 약 대신 먹기도 했단다.

"음나무가 엄나무 아이가?"
"맞습니다. 옛날에는 이 나무로 6각형의 노리개를 만들어 어린 아이들에게 채워주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악귀가 들어오지 말라고요. 이 노리개를 '음'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래서 엄나무를 음나무로 부른다고 합니다"

음나무는 보통 엄나무라고 부르며, 우리 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만주 등지에 많이 분포한다고 한다. 이곳 신방마을에서 음나무가 잘 보존된 이유는 음나무가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고, 토양을 보전하는 역할까지 했기 때문이란다. 또 이 마을 할아버지들은 지금도 이 음나무가 신방마을로 들어오는 마귀를 쫓아주는 수호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 그래서 신방초등학교를 이 음나무 바로 옆에 세운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음나무 고목은 모두 5그루다. 또 그 곁에서는 어린 음나무들이 할아버지 음나무의 보호를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나고 있다. 가장 큰 음나무는 높이가 18~19m 정도이며 가슴둘레는 5.4m 정도다. 나머지 4그루도 높이는 비슷하나 가슴둘레는 3.2m 정도다.

 

 
   
  ^^^▲ 음나무 안내 표지판
ⓒ 이종찬^^^
 
 

"나이가 700살이면 도대체 어느 시대부터 있었다는 기야?"
"조선이 1392년에 건국했으니까 고려 후기가 되겠네요.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이니까요"
"사료학적인 가치도 꽤 높겠구먼"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이 나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도 엿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랬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렇게 굵고 오래 된 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드물다고 한다. 하긴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아니겠는가. 꼬부랑 할머니 같은 음나무 앞에는 마치 이름표 같은 하얀 표지판이 붙어 있다. '신방리의 음나무군' 1964년 1월 31일, 천년기념물 제164호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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