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사람을 낚는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물고기가 사람을 낚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 최학 낚시소설 <사내는 수요일에 낚시를 간다> 펴내

 
   
  ^^^▲ 최학 '사내는 수요일에 낚시를 간다' 표지
ⓒ 다락원^^^
 
 

"물고기를 사랑한다. 고놈, 그 토실한 몸매며 윤기 있는 살갗을 보라. 물방울을 튕기며 요동치는 그 자태는 어찌할까. 비늘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물 속에 사는 그 생명체들은 한결같이 사랑스럽다. 하도 사랑스러워 녀석들을 혼신의 힘으로 꼬드길 뿐만 아니라 기어이 잡아먹기까지 한다. 홀리고 껴안고 살점을 뜯어 먹어도 허기는 허기대로 남으니 이 사랑을 어찌할거나."

인연이란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그 어떤 결과를 내는 직접적인 원인을 '인'(因)이라고 하고, 그 '인'을 내는 간접적인 원인을 '연'(緣)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열매의 씨앗이 '인'이고, 그 씨앗을 얻기 위해 필요한 흙과 거름, 농부의 땀 등이 곧 '연'이라는 그 말이다.

작가 최학(53)이 다락원에서 펴낸 <사내는 수요일에 낚시를 간다>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연'에 대한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물고기 한 마리를, 아니 '고놈, 그 토실한 몸매며 윤기 있는 살갗을' 번뜩이는 그런 물고기 한 마리를 낚기 위해 진종일 잔잔한 물가에 앉아있는 낚시꾼들의 그 여유로운 모습처럼.

어느날부터 작가 최학은 취미로 낚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스스로 낚시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신선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문득 돌아와 보니, 어느새 낫자루가 썩어있었다는 그 이야기처럼 말이다.

<사내는 수요일에 낚시를 간다>는 낚시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낚시소설집이다. 이 책은 작가가 지난 19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에 걸쳐 월간 <낚시춘추>에 연재한 짧은 낚시소설 47편이 낚시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그 물고기들의 은빛 비늘 한점이 툭, 떨어져 나올 것만 같다.

이 소설은 낚시터를 오가는 낚시꾼들의 인생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바늘과 찌, 미끼, 물고기 등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그러하겠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그곳에는 늘 사연이 있다. 그 사연 속에는 웃음과 눈물이 반반쯤 섞여있고,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감동도 있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들이 흔히 듣는 그런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르다. 47편의 짤막짧막한 소설 속에는 잔잔한 호수가 나오는가 하면 그 호수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과 대자연의 따스한 숨결도 숨어 있다.

곧 내가 물이 되고, 물고기가 되고, 산과 자연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아니요, 나는 물이요, 물고기요, 산이요, 대자연이다. 그러므로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내가 낚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나를 낚는 것이며, 낚이는 그 물고기 또한 물이요, 산이요, 대자연이다.

"사랑스런 여자를 쫓음에 도를 논하지 아니하고 인생을 처바르지 않는 까닭과 같다. 그녀가 향기를 내는 대신 향기가 그녀를 품어 내게 보이듯이, 바람과 새소리, 별떨기와 물안개가 물고기를 키우는 까닭에 내 사랑은 더욱 속절없는 것이 된다. 그렇게 물가로 달아나고 물가에 서성거린 세월이 서른 해 가까이 된다"

 

 
   
  ^^^▲ 소설가 최 학'사내는 수요일에 낚시를 간다'의 저자
ⓒ 한국소설가협회^^^
 
 

<사내는 수요일에 낚시를 간다>는 작가가 지난 1995년 10월부터 '눈먼 월척과 신출조사'로 월간 <낚시춘추>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마지막 어신'(魚信)까지 모두 90편에 이르는 소설들 가운데 47편을 추려서 묶은 책이다.

이 책은 제1장 '낚시꾼인들 바늘을 물지 않으랴' 외 15편, 제2장 '그 날 저수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외 15편, 제3장 '물 위의 마지막 집' 외 14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설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 특유의 해학과 유머, 거침없는 입담 등도 제법 재미가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