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를 찾아 떠난 남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옻나무를 찾아 떠난 남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 방안의 일환

^^^▲ 아베스공동체 오픈 당시 모습
ⓒ 벧엘의 집 홈페이지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한 자활공동체가 아직은 손익분기점까지 못가고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방법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는 길을 찾던 중에 옻나무 절단 작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일은 최 0 0 이란 분이 인삼공사에 옻나무를 절단하여 납품하는 작업을 야베스 공동체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그 분의 말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옻나무 진액이 옻을 타기에 외국의 기술력을 가지고 인삼공사에서 옻나무 진액을 축출하는데 그 사업권을 자신이 맡게 되어 자신은 전남지역에서 옻나무를 채취하고 야베스공동체는 옻나무 절단작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노숙자 쉼터에 있는 분하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최 0 0 아저씨의 이력이나 그동안 생활을 보면 충분히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분을 처음 만난 것은 프레스 기계에 손을 다쳐 진료소를 찾아 왔을 때였는데 치료를 위해 쉼터 입소를 권유했고 그 분도 순순히 응해 쉼터 생활을 하게 되었다.

쉼터 입소 후 상담을 통해 공주에서 자신은 양어장을 하고 부인은 식당을 경영했는데 부인이 바람이 나서 재산을 몽땅 자신의 명의로 돌려놓고 내쫓기다시피 집을 나오게 되었다는 것과 그 전에 사료공장을 운영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좀 토속적인 분위기였지만 균형 잡힌 생활과 나름대로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자주 예전에 사업을 할 때 만났던 분들을 만나면서 재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분의 말이 꾸며진 과거일거라고 생각했다가 서서히 그 분의 과거 이력에 대해 믿게 되었다.

손에 박았던 철심을 빼내고 어느 정도 완치되자 집을 나올 때 가지고 나왔던 트럭을 가지고 와서 본격적으로 재기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 이분이 시작한 것이 고물수집이었다. 보통 아저씨들의 고물 수집은 리어카를 가지고 폐지를 수집하거나 고철을 수집하는 정도인데 이분의 경우는 건물 철거를 한다거나 폐선을 사서 고철을 분리하는 등 고물을 쌓아놓는 야적장만 없을 뿐이지 제법 고물상과 같은 규모였다.

그래도 쉼터에 계신 분이기에 얼마 안가 여느 고물 수집을 하는 아저씨들처럼 할 줄 알았는데 중간 중간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면 고물수집이 제법 사업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개월을 열심히 일하다가 한 번은 옻나무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예전에 사업을 할 때 알고 지내던 분이 인삼공사에 있는데 인삼공사에서 이번에 참옻 진액을 축출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참옻을 수집하여 납품하는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쉼터에 지내는 나이 많은 분들을 중심으로 자신은 전국을 다니면서 참옻나무를 수집하고 야베스공동체에서 일정한 크기로 절단하여 묶는 작업을 하면 개당 얼마씩 쳐서 이익금을 서로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참옻나무 얼마를 가지고 와서 절단해야 하는 크기와 묶는 크기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자신에게 일을 준 인삼공사 담당자를 같이 만나 확인하자고까지 말하면서 절단하는 기계도 자신이 구입하고 물건을 만들면 가져가기 전에 수량을 확인해서 대금을 지불하겠다며 야베스공동체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쯤 되니 그 분의 말을 믿게 되었고 야베스공동체 수지사업도 어려운 상황이고 해서 함께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는 그 아저씨는 전남으로 옻나무 채취를 위해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이 옻나무 채취를 해 오면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돌아오기로 약속한 날짜에 연락도 없이 오시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하루를 더 기다렸다가 연락을 취했는데 현장에서 문제가 생겨 며칠 더 걸릴 것 같고 산속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전화가 잘 안 되는 때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을 더 기다렸다가 다시 연락을 취해보니 전화가 안되는 것이다.

한편으론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또 한 번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그 분 말대로 아직 옻나무를 많이 구하지 못해 산속을 다니며 옻나무를 구하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몇 주가 흘러가면서 역시 이번 일도 해프닝으로 정리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정리는 해야 하기에 전화를 했더니 여자가 전화를 받는 것이다. 그 핸드폰 번호가 최 0 0 아저씨 번호가 아니냐고 물으니 그 분 것이 맞고 지금은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재차 그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전남이 아닌 대전 도마동 식당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참옻나무 진액 축출 프로젝트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는 아직도 미련으로 남아있다. 정말 해프닝이었을까? 아니면 작업비를 높게 책정해서 이익금이 적어지는 것이 아까워서 현장에서 직접 작업까지 마무리해서 납품하고 있는 것을 얘기하기가 어려워서 ?... 난 그 분이 처음부터 작심하고 속인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그랬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령 옻나무 수급이 여의치 않거나 납품조건이 바뀌는 등 일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미안해서 전화도 못하고 오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분에게 옻나무는 희망이길 바란다. 지금도 희망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단지 그 희망을 나누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못 오고 있을 것이다. 옻나무는 희망을 찾아 떠난 그 분에게 꼭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재기에 성공하고 나눔을 위한 장애를 넘어 이곳을 찾을 것을 기도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