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협 기자의 실크로드 기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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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협 기자의 실크로드 기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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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고도古都 라흘의 양羊 마켓

몇 천마리가 넘는 산양,양,소가 운반되어 왔다.
동물들이 질러대는 소리, 숨이 막힐 듯한 흙먼지 속에서 값의 흥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는 쪽도 진지하기가 이를데 없어, 양의 입을 벌리고 이齒를 살펴본다든가 털의 질을 확인한다든가 하고 있었다.

'이 양, 얼마지요?'
'2 천루피...'
'2 천루피라고! 비싸군, 하기사 이도 좋고 코도 좋긴 하지만 너무 비싸군. 천오백으로 깎세'
'아니,2 천루피에서 한푼도 깎을 수 없소'
'이것봐요. 여기 천오백 있소. 이걸로 손을 털세.'
'아니, 2 천루피요.'
'내일은 축제요.지나치게 걸어봐야 별무소용이오.'
'여보시오,아무리 손님이라 하더라도 나를 들볶을 것까지야 없지않소.'
'저엉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여보 손을 내미시오. 옛소 돈이오.'

마치 노획물을 빼앗듯 돈을 지불하고는 마음 변하기 전에 택시나 마차의 화물칸에 실어 자리를 뜬다. 이 두 사람의 역학관계를 보노라니 어쩐지 사는 쪽이 얼마간 우세한 듯 했다. 그고 그럴것이 천오백루피는 한국 돈으로 십오만원, 파티스탄 샐러리 맨의 초임을 훨씬 웃도는 금액인 것이다. 동물 시장에 모여드는 양羊의 등엔 빨강 또는 노량 페인트가 칠해져 갖가지 빛깔 덩어리를 빚어내고 있다.

희생축제를 앞두고 화장이라도 하고 있는가 보다고 생각하였으나, 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 사장은 일시적인 것으로, 파는 사람도 이것이 본직이 아니다. 그들은 보통의 샐러리맨이나 농가 사람들로 1 년 걸려 키운 양을 적게는 몇마리, 많이는 2 백마리가 넘게 끌고 오는 것이다.정성을 쏟아 키웠다고는 하지만, 비슷비슷한 양이 모이게 되면, 다른 사람의 양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페인트를 발라 식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색의 가짓 수도 한정돼 있기때문에 동그라미나 삼각형의 모양을 그린다든가, 가지가지 아이디어를 짜낸 흔적이 역력하여 재미있다.
희생제가 생긴 것은 기원전 2 세기로 거술러 올라간다. 예언자 아브라함이 사람들에게 유일절대의 창조신 알라를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하라고 요구하였을 때, 신은 아브라함의 신념을 시험하는 뜻으로 아브라함이 총애하는 아들 이스마엘을 희생시키라고 명령하였다.

사브라함은 주저하였으나 신의 명령을 받아들이고, 제 아이를 살해하려는 그 순간,신은 이스마엘을 대신항 산양을 아브라함에게 일러 가리켰다. 신은 '산의 말씀이 진실이다'라고 믿는 자를 구원, 아브라함은 예언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슬람교의 희생제는,이 고사에 바탕을 둔 행사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슬람교 사회 전역에서 행해지는 희생제의 기일이, 실은 메카 순례와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카순례 달의 10 일째, 즉 순례의 최종 일에 순례자 개개인이 메카에서 감행하는 희생제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10 억인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이슬람교도가 메카의 순례행사가 끝나는 날에 맞추어 유일신 알라에게 귀의를 서약하고, 이슬람의 단결을일제히 더불어 확인하고자 한 시스템은 놀랍도록 결연한 종교의식이라 하여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필자는 예전부터 불교가 번영했던 세계에 지금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슬람교 최대의 이벤트인 희생제를 엿보기 위해 한 파키스탄인의 집에 머무는 일을 간신히 허락받을 수 있었다.
'신은 최고의 것입니다. 신은 최고,최대,절대의 것입니다. 자~ 기도 시간이 왔습니다. 여러분! 오십시요 이쪽으로~. 네 이 쪽으로 와 주세요. 기도 드립시다. 함께 기도 드립시다.'

무하마드씨 집이 있는 가잘Kajal공원 지구의 주택가에 들어 선 필자를 마중한 것은, 모스크의 스피카에서 낭랑히 흘러 나오는 기도에의 부추김 '아잔'이었다. 지구에서 비껴 선 조그만 모스크는, 열성적인 이슬람 교도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대 모스크에서 대 군중이 일제히 기도를 올리는 벙법이 아니라 개개인이 마음이 미칠 때까지 자유롭게 기도하고 있다.

기도를 끝낸 듯 한 노인이 필자 앞으로 다가서는 것이었다. 무하마드씨였다. 일몰의 기도로 오늘 하루의 무사함을 고마워하는 밝고 아름다운 표정이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 알라는 위대하십니다. 우리들 파키스탄의 인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10 억의 이슬람교도를 지켜 주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희생제로, 이 모스크에서도 특별한 감사 기도를 올립니다만, 선생께선 바드샤히 모스크에 가 보시는 것이 좋을 듯 싶군요.'

순백의 샤로왈로 몸을 감싼 장신의 '무하마드' 씨는 조용한 어조로 말 하는 교양이 넘치는 신사였다.

3 만인의 기도

창밖은 아직도 어스름 할 무렵, 눈이 뜨였다. 손목시계가 오전 3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필자에게 제공되었던 침대는 골목 길에 면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깥 정경이 손에 잡힐 슷 알 수 있다. 바깥이 소런스럽다. 양이 지르는 소리, 돌 바닥을 오가는 마차 소리, 그리하여 4 시가 지날 무렵엔 새벽기도로 부르는 소리, 아잔으 ㅣ방송이 번져흐른다.

이 방송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스크로 향한다. 마치 베겟머리 위를 군대가 행진해 가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는 박력이다. 사람들은 바드샤히 모스크로 향한다. 이른 아침 라흘 거리는 양 마켓도 사라지고, 고도의 차~악 가라앉은 무드를 되찾고 있다.

바드샤히 모스크로 향하는 돌바닥에는 손을 내미는 걸인 남녀가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 줄을 서 있다. 이슬람세계에서는 '박시시'라하여, 부자는 가난한 자에게 베풀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은 특히 제일祭日이기 때문에 양 손을 벌리고 보시布施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오전 7 시, 바드샤히 모스크는 아직 기도시간까지는 한참인데도 이미 수 많은 사람들로 일대 혼잡을 빚고 있었다.

정면 계단을 올라 모스크의 입구를 빠져 나가자, 붉은 화강암을 깐 정원이 나선다. 넓다. 실로 그 넓이에 압도되고 만다. 이 모스크느 파키스탄인이 자랑으로 삼고 있는 건물로, 6 만인의 예배자를 수용할 수 있는 세계제일의 모스크다. 그에 관련해서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그보다 더 큰 10 만인을 수용하는 파이쟐 모스크를 건설 중이다.

17 세기에 세워 진 이 모스크는, 주위에 네개의 미나릿드가 있다. 2 백 4단의 돌 계단을 올라 보면, 정원이 조그많게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라흘 시가지를 한 눈에 바라볼 수가 있다. 필자가 잠시 주위를 살피는 사이, 정원의 절반 이상을 예배자들이 메웠다.

'펀잡의 주 지사가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기도가 시작되겠습니다.' 입구의 반대 쪽에 있는 대리석 돔이 달린 예배당에 지사가 도착하였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아나운스가 울리자 모스크의 정원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코란의 독송이 시작된다. 끓어 오르는 티놀의 올림이다. 긴장한 탓일까, 단정히 정좌하여 듣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간간이 기침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3 만인의 합창, 일제히 일어서고 다시 머리를 땅에 대고 공손히 절을 한다. 모든 예배자가 기도에 심취하여 있는 듯이 보인다. 진지한 표정으로 양 손을 얼굴 가까이에 벌리고는 코란을 열창한다. 기도를 끝내자 상기한 얼굴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잰 걸음으로 걷는 바람에 촐구는 인파로 넘친다.

라흘 정보 성省의 '안쟘'씨도 기도 때문에 머리에 쓰는 것을 주머니에 우겨넣다싶이 하면서 달려 왔다.
' 이 입구의 바로 윗 방에는 예언자 마호멧의 유발遺髮과 유골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기도는 이술람 최대의 모스크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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