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생은 몰라도 꼭지가 돌도록 마시면 자연히 주신들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행해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백께서는 꼭지가 틀어진 상태를 비유해 "오직 술꾼만이 취홍을 알 것이니, 아예 맹숭이에겐 전하지 말지어다"고 했다.
무릉도원에서 술병과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주신들께 감히 술이 무엇인지 평가해 달라고 졸랐다.
그러자 꼬냑을 마시고 있던 루터가 "술과 여자,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평생을 바보로 보낸다"고 흥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위철리가 위스키 병을 입에서 떼면서 "술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 사랑은 우리에게서 자유를 빼앗아버린다"고 거들었다.
여기에 질세라 칸트가 포도주를 벌컥 마시더니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하며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고 한 말씀 던지니. 헤세 선생 그것도 모자라는 듯 "주신처럼 강렬한 것이 또 있을까. 그는 환상적이며 열광적이고 즐겁고도 우울하다"고 극찬했다.
술 맛 구분 않고 닥치는 데로 마셨는지 술병을 이불 삼아 누워 있던 돈키호테 선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까닭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서 마신다. 그래서 오늘도 마시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자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순배를 들고 있던 우리의 이태백 선생 헛소리들 하지 말라며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하고 한말이면 자연에 합친다"고 정중히 한 수 거들었다.
보통 이쯤에서 나타나는 것이 방랑시인 김삿갓이 아닌게벼. 삿갓 선생 그냥 지나 갈 수 없었는지 한 말씀 거드는데.
"천리 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기다 보니, 남아 있는 엽전 일곱 냥도 오히려 많구나, 주머니 속 깊이 들어가 있으라고 했건만,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이를 어찌하랴"
이 말을 들은 중국 죽림칠현사의 한 사람이었던 유영이 괭이를 들고 나타나 김삿갓을 뚫어져라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신경질이 난 삿갓선생 "이봐 유영선생 왜 하필이면 나를 그렇게 존경스럽게 쳐다보는 것인가"라며 언짢은 듯 툭 쏘았다.
그러자 유영이 들고 있던 곡괭이를 김삿갓 앞에 던지면서 한 말씀 건내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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