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젓가락과 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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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젓가락과 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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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전,후


우리 남편은요, 결혼 전에는 너무 너무 잘해줬어요.

눈길을 걸을 땐 삽으로 치우면서 나를 인도하고

좀 춥다싶으면 옷을 벗어서 걸쳐 주고...

감동 그 자체였죠.

분식점에서 라면을 같이 먹다가

젓가락을 앞에 세우고는

"자갸 깍꿍! 어디 있니? 안보여 자갸~"

젓가락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숨은 내 쬐그만 얼굴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곤 했죠.

결혼한 지 3년이 좀 지났습니다.

며칠 전, 같이 삼겹살에 소주 두어 병 걸치고 귀가하다

예전 생각이 나서 전봇대 뒤에 숨었어요.

"자기야 나 보이니?"

뭐라는 줄 알아요?
.
.
.
.
.

"응 배꼽만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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