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콤플렉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카멜레온 콤플렉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는 종합경기장 시설처럼 평준화 길을 걷고

카멜레온 콤플렉스
여자는 종합경기장 시설처럼 평준화 길을 걷고

부질없는 다짐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

- 길은정의 유작 시어에서 -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요”, 순진한 젊은이의 이런 넋두리를 쉽게 본다. 먼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에서 한 장면을 감상해 보자.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흘리며 방긋 웃는 얼굴로 거짓말로서 속일뿐이리”,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를 부르는 남자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이다. 즉 이 노랫말은 세상을 터득한 멘트인 것이다.

여자는 분위기와 무드에 약하다고들 이른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선 남녀가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나 강조하는 포인트는 남녀가 서로 다른 것 같다. 남자는 “약하다”하는 부분에 강세를 둔다. 즉 여자를 쉽게 공략할 수 있다는 여성의 약점을 떠올린다. 반면, 여자는 다정다감하게 접촉되는 주어진 “분위기”를 연상한다. 여자에겐 이런 측면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하다.

한 사람의 약점은 때로 열등감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약점이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의 설계도가 DNA이라 했을 때 사람 사이의 높이의 차이는 마치 만원의 밑천에서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더 있거나 없거나 하는 차이보다 더 미미하다. 열등감이나 우월감은 착각에 지나지 않으며, 다만 사회적 편의에 따른 잣대의 수치에 불과하다.

심리학에서 즐겨 쓰는 용어 콤플렉스(complex)는 열등의식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콤플렉스를 부끄럽게 여긴다. 그러나 콤플렉스는 인간 실존의 구조를 보인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의 풍경처럼 사실을 나타낸 것일 뿐이다. 단순한 전용경기장과 대하여 종합경기장 시설을 영어로 콤플렉스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보면 콤플렉스는 자랑꺼리가 된다.

남성의 성염색체가 (XY)인데 반하여, 여성의 그것은 (XX)의 구조를 가진다. Y 염색체가 23쌍의 모든 염색체 중에 제일 작고 외톨이인 사정은 X 염색체의 외연(外延)인 까닭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X뿐인 여성에 비하여 남성의 우수리(odd)로 나타난다. 그러나 X의 짝이 서로의 백업(back-up)으로 뒷받침하는 여성에겐 남성이 결코 넘을 수 없는 평탄함(even)이 있게 된다.

딸은 엄마의 X 중의 하나와 아빠의 X가 섞여서 새로운 (XX)의 한 쌍을 구축한다. 이때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결합되면서 부모와 다른 변이(mutant)를 겪게 되지만, 아빠의 X가 원래 할머니의 X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결국 여자는 여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자는 섞일수록, 후대로 갈수록 더욱 한 여자(Big Mom)에 가까워지고 생물학적으로 평준할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 비하여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 그래서 아기가 여자의 품에 안기면, 엄마가 아니라도 쉽게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여자는 편안함을 위하여 특별히 기획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때그때 주어진 현실을 사랑하기만 하면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멜레온이 12가지의 보호색으로 동시적으로 탁월하게 환경과 공존하듯이 여자는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로마제국 초기의 아그리피나(Agrippina 15~59)는 카멜레온 같은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여자였다. 그녀의 X 염색체는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쪽을 이어 받았고, 친아들 5대 황제 네로의 Y 염색체는 2대부터 시작된 클라우디우스의 쪽에서 넘겨받았다. 그녀는 14살 때 오빠 칼리굴라(3대 황제)와 39살 때 숙부 클라우디우스(4대 황제)에 이어 아들에까지 성관계를 맺었다.

비슷한 시기 유태 막달라 지방에 마리아가 살고 있었다. 사람의 아들 예수(칼릴 지브란)에 나타난 그녀는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나는 모든 남자의 소유였고, 동시에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지요. 사람들은 나를 창녀라고, 혹은 일곱 마리 마귀를 데리고 사는 신들린 여자라고 불렀습니다.” 그 마리아가 예수의 빈 무덤에서 죽음으로써 죽음을 극복한 현장을 처음 목격한다.

두 여자의 변신은 극적으로 갈리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세상 끝 날까지 전자에게 X 표, 후자에게 O 표를 칠 것이다. 그것은 성속(聖俗)의 방향을 구별하는 유전자가, 동물에게는 없으나 사람에게만 있음을 알린다고 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