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가 그기에 들어가면 녹아버려"
"거시기가 그기에 들어가면 녹아버려"
  • 손상대
  • 승인 2006.09.22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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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할아버지 (中)

젊은 시절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65년을 마셨는데도 아직까지 술이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호남 땅의 술 예찬론자였다. 하기사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술예찬론을 펴니 주당들의 기분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술판 인연은 참으로 빨리 맺어진다. 금새 친해졌는지 할아버지는 손자들 대하듯 한잔씩 하라며 술병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한잔씩 따라 주었다.

"쭈욱 마셔부러, 그리고 김치 하나 주워먹어 그 맛이 일품인게."

원샷으로 잔을 비우자 또 따라 주었다. 그리고는 선배보고 자신의 잔에도 한잔 따르도록 했다. 셋은 잔을 부딪혔다.

술판 분위기가 무르익자 내가 한 말씀 건냈다.

"할아버지, 혹시 화개장터와서 막걸리 한잔하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재미난 것 있으면 하나 들려주시지요."

"그려 술을 공짜로 얻어먹고 있은께, 나가 술값은 하고 가야 쓰것지 잉. 예전에는 막걸리 한 사발 놓고 앉으면 세상 돌아가는 야거 보다는 서로의 입담으로 술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멋이 있었당께."

할아버지는 수염에 묻은 막걸리를 손으로 훔치더니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나도 이거 들은 야건디 재미없더라도 이해 해부러."

"옛날에 각 지방에서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선비 3명이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제. 그런데 이 선비들이 담소를 나누던 중 누구 고향이 제일 추운지 내기가 붙은 거야. 평안도 사는 박 선비가 일등을 한 거야. 박 선비는 내 고향 중강진은 얼마나 추운지 한겨울에 오줌을 누면 오줌줄기가 거시기 끝에서 땅위에까지 고드름처럼 얼어붙는다고 했지. 그러자 김 선비가 한마디했지 그러면 평안도 사람들은 거시기가 겨울에 다 얼어붙어 못쓰게 됐겠군 하고 말이야. 이 말에 박 선비가 뭐라고 했는지 알겠는가. 이 사람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거시기가 얼어붙으면 마누라가 녹여주잖는가. 아무리 꽁꽁 언 거시기도 그기만 들어가면 순식간에 녹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할아버지의 재치 있는 입담은 주모까지 솔깃하도록 만들었다. 주모도 거시기 예기에 귀가 쫑긋했던 모양이었다.

"할아버지 이왕지사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으니 한가지만 더 들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라제이, 나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알아 듣것지 잉. 이런 야거는 몇 날 몇 일 해도 다 못할 것이여, 근디 젊은이들도 이런 야거는 외워뒀다가 친구들 만나면 자미 있게 들려 줘봐 모두 좋아 할 것이구먼."

역시 술판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직장, 가정, 군대 이야기보다는 뭔가 뜻이 있고 해학이 담긴 이야기 한 소절이 더 값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야기를 하느라 목이 말랐던지 할아버지는 막걸리 한 잔을 쭈욱 들이켰다. 우리도 덩달아 한잔 마셨다. 모두 젓가락을 들고 김치를 하나씩 집고 입으로 밀어 넣었다.(쩝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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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2006-09-22 15:15:22
꿀꺼덕..... 히히히히ㅣㅣ 흐흐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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