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안주는 역시 김치가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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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안주는 역시 김치가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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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할아버지 (上)

역시 호남은 애향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시가 있고 낭만이 있고 해학이 숨쉬는 곳이다.

시내를 벗어나 조금만 내달리면 어릴 적 보았던 시골스런 풍경들이 왠지 막걸리 한잔에 시 한 수를 읊조리고 싶은 충동질을 한다.

광주에 내려 온 김에 평소 친하게 지냈던 선배와 함께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화개장터를 찾았다. 그냥 화개장터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곳에 가면 나이 지긋한 전라도 할아버지를 만나 걸죽한 해학 한마디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애향의 도시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란 직감 같은 것이 나를 화개장터로 이끈 것이다.

다행히 도착시간이 점심때인지라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고 허름한 식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누가 이런 것을 두고 꿩 먹고 알 먹는다 했던가. 그곳에 80세가 넘어 보이는 허연 수염에 갓 쓴 할아버지 한 분이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고 계신 것이 아닌가.

누구를 기다리듯 막걸리 한 잔 놓고 멍하니 밖을 주시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니 역시 막걸리와 할아버지가 제대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국밥 두 그릇 시키고 막걸리 한 병을 할아버지께 드리라고 주모께 부탁했다. 주모가 할아버지께 막걸리 한 병을 갖다드리자 할아버지는 금방 화답했다.

"어허, 젊은이들 고맙구먼. 나가 잘 먹을 것이여."

"예, 할아버지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몇 병 더 사드릴께요. 진짜 안주도 하나 시켜드릴까요."

"괜찮혀, 막거리 안주는 김치가 최고여."

역시 막걸리의 진짜 풍을 아는 할아버지였다. 우리는 날라져 온 국밥을 후딱 해치우고 서서히 할아버지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선배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저가 한잔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라고 하기도 전에 선배는 불쑥 일어나 할아버지 테이블로 가서는 점잖게 한잔을 따라 올렸다.

"할아버지 왜 혼자서 이렇게 막걸리를 드시고 계십니까."

"응 뭐 좀 팔려고 왔는디 생각보다 빨리 팔려 시간이 남아 한잔하고 있당께. 가끔 시장에 오면 꼭 막걸리 두 병 정도는 비우고 가는디 그 기분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여."

이 때다 싶었는지 선배가 나를 불렀다. 나 역시도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선배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 이 친구 서울서 왔는데, 할아버지께 오늘 거나하게 막걸리 한잔 대접하겠답니다." "허허 고맙구먼. 근디 젊은이는 술 할 줄 안당가."

"예 몇 잔은 합니다."

"근디 요새 젊은이들은 막걸리 안마시지 잉."

"아, 아닙니다. 저희들도 서울서 비가 촉촉이 내리면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씩 합니다."

"그려 비가 촉촉이 내리면 막걸리 생각 나지라 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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