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바퀴에 팔이 잘리고 심지어는 몸통이 두동강이 난 채 선로변에서 발견되었다는 보도는 당시의 지하철이 얼마나 만원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필자도 하마터면 영원히 앉은뱅이로 살아갈 뻔한 일이 있었다. 직장(!)이 있는 신대방동으로 지하철2호선을 목적지인 신대방역에 도착했으나 워낙 많은 사람으로 인해 꼼짝도 못하고 지나쳐 버렸고 다음 정거장인 신림역에서 간신히 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승하차로 뒤엉키면서 덩달이 휩쓸려나와 전동차와 승강장사이로 두 다리가 빠져버린 것이다.
그때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간 풍경은 역시 X놈의 세상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으나 전동차문과 플랫포홈사이로 두 다리가 빠진 나를 보고도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연신 사람살려를 외쳐대었지만 사람들이 모두 타고내리자 그대로 전동차문이 닫치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때 내 두 다리는 전동차와 돌탱이(플랫포홈승강장) 사이에 조여지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차를 세우라고 신호를 보내자 그제서야 기관사가 차창밖을 내다보고 전동차를 멈춘 것이다.
결국 그날은 지각을 했고 모형(기공소에서 제작한 치아모형을 각 치과병원에 배달하는 임무였다)은 산산조각났기에 이 일은 단기알바로 그치고 말았다.
그때를 떠올리라면 다시는 기억하고싶지 않은 추억 아니 악몽이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도 몸이 좀 불편한 사람 취급하며 12년간 직업전선에서 퇴짜를 맞았는데 두 다리마저 없는 상태에서 그짓했다가는 수용소행이었을 게 불보듯 뻔했기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나의 직업도전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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