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백설공주의 성’ 알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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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백설공주의 성’ 알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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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 무대가 된 작고 아름다운 성. 그곳엔 공주·난쟁이 그림 하나 없고...

^^^▲ 동화 속 무대가 된 아름다운 알카사르성^^^
아또차 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적색 내륙 스페인의 황량하고 건조한 지형을 달려가고 있었다. 세고비아(Segovia).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이 연상되는 스페인의 도시. 그러나 나는 열차 안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들과 비치된 책자를 통해 세고비아가 음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도시란 걸 알게 됐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세고비아는 동화 ‘백설공자’의 배경이 된 알카사르성과 고대 로마의 수도교(Acueducto de Romano), 그리고 새끼돼지 통구이로 유명한 곳이었다.

음악도시 세고비아에 대한 나의 환상은 여행지에 대한 상식의 부족으로 물거품이 되기는 하였으나 어렸을 적 내 ‘이상형’이었던 백설공주의 성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만은 부풀어 올랐다.

14세기 중엽의 건축물 알카사르성. 이곳이 동화 속 백설공주가 살던 성이다. 전략적 요새였던 이 성은 스페인 분열시대였던 15세기에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이 스페인을 정복하기 위해 본거지로 삼았던 곳이다. 스페인 제국의 황금기였던 펠리페 2세 때에는 왕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거행되기도 했던 지명도 높은 성이었다.

^^^▲ 백설공주가 살았다는 알카사르성^^^
안내책자를 통해 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읽으며 걸어다닌지 얼마나 되었을까. 내 앞에는 동화 속에 나왔던 그 아름다운 성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연한 황톳빛의 알카사르성. 성의 모습은 웅대하고 화려하다기보다는 작고 아담했다.

성 안에는 페르난도 이사벨 여왕의 초상을 비롯해 카를로스 5세의 초상, 그리고 펠리페 2세의 결혼식 장소가 있었고, 지하에는 죄수들을 가두었던 동굴감옥도 있었다. 그러나 어딜 보아도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에 대한 자료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이기는 하나 이것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성일텐데 그림 한 장 걸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는 비좁은 계단을 15분 정도 올라 성벽의 꼭대기로 갔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넓은 장소가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카스티야의 황량한 황톳빛 평원. 그 반대편에는 세고비아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 로마제국의 위대한 유산인 로마 수도교^^^
시선을 끄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비누를 깎은 듯한 모양의 높은 첨탑들로 이루어진 고딕양식의 산 에스테반 교회(Lglesia de San Esteban).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알카사르성과는 정반대여서 호기심을 일으켰다. 뭔가 외로워 보이고 고독해 보이는 교회. 아이러니컬하게도 내 눈에 교회는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의 성처럼 보였다. 구경을 즐겁게 하고 돌아나오다 성 꼭대기에서 우물 같은 것을 발견했는데 나는 그곳에 동전을 던지면서 동화 속 알카사르성이 영원하길 빌며 성을 내려왔다.

성에서 나와 나는 로마제국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로마 수도교로 갔다. 기원 후 1세기 말에 건축됐다는 로마 수도교와 12~13세기에 걸쳐 건설된 중세의 성벽. 두 개의 건축물이 시공간을 초월한 듯 잘 어우러져서 고대의 깊이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멕시코의 마추피추 성벽과 같이 아무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다리. 167개 중 131개만이 남아있다는 이 아치를 보고 또 세어보면서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기차시간이 촉박해 아쉽게 새끼돼지 통구이는 먹지 못하고, 나는 마드리드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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