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는 남편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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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는 남편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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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예찬 (上)

"아이구 저 인간 귀신이 안 잡아가나, 술이 웬수여 웬수." 소시적 시골에서 자랄 때 옆집 아저씨를 향해 아침마다 아주머니가 심심찮게 고함을 질러대던 소리다. 술만 마시면 새벽이요, 마셨다하면 고주망태니 당연히 이러고도 남을 일이다. 술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 서보지 못했던 당시에는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술맛에 눈을 뜬지 2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주머니의 입장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주당들이 그러하듯 2차 3차를 거치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란 식은 죽 먹기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뭐가 그리 좋은지 했던 말 또 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리 옮기면 또 하면서도 여전히 궁뎅이(엉덩이) 못 떼는 것이 술판이 아니던가.

술을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심정을 모를 것이다. 땡 하면 집에 가고 따릉 하면 회사 출근하는 FM선생님들이야 술 자체가 싫으니 술판분위기를 어찌 알것는가 말이다.

주당들은 흔히 "사람이 좋아서" "분위기가 좋아서" 늦을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자주 들먹인다. 그러나 이것은 핑계나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고 봐야한다. 주당들이나 주포스맨 들 모두 분위기에 살고 분위기에 죽는다 고나 할까. 하여간 이런 유형이 부지기수다.

바이런은 이렇게 외쳤다. "인생의 으뜸가는 것은 만취다"라고. 그러자 예이츠는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 오나니/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로 알 것은 다만 이것뿐/ 나는 술잔을 입에다 들고/ 그대 바라보며 탄식하노라/고 노래 불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가끔은 "저 사람이 술 한잔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큰 사람이 됐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종교적인 절제보다는 체질적으로 술이 안 받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술은 분명히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힘보다는 결속시키는 힘이 더 크다. 처음 보는 사람도 악수 한번 땡기고 술 한잔 건네면 친구가 되고 형님 동생이 되는 것이 술의 힘이 아니면 어찌 가능하겠는가.

절친한 친구 중에 술이라고는 병아리 눈물만큼도 못 마시는 인간이 있다. 정신 상태가 항상 연못처럼 청명하다보니 그의 마누라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주당들 집에서는 "술 좀 끊어라" "작작 퍼 마셔라" "일찍 집에 와라" 등등 매사 술로 인한 불평불만이 가득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술 못 마시는 남편의 심심찮은 살림살이 간섭 때문에 마누라 스트레스가 항상 최고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는 "다시 결혼한다면 술 못 마시는 사람하고는 안 한다" "딸은 절대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 시집 보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노래처럼 외친다. 남편들 모임에서 술 몇잔 나누면서 이 예기 저 예기하는 남편들이 부럽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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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동 2006-08-31 11:18:53
이하 각설하고 대포 한잔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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