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탄압’ 위험한 주장까지 나간 가짜뉴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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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탄압’ 위험한 주장까지 나간 가짜뉴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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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이사 주장에 대한 반박

“애초 사건이 되지 말아야 할 이 사건은 국제 인권사와 국제 언론사에 역사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 말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윤회 씨의 밀회설 기사를 쓴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은 사건에 대해 논평한 것이다. 알다시피 산케이 신문 기자가 쓴 이 기사는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숱한 가짜뉴스와 함께 이 기사도 근거 없는 가짜뉴스임이 확인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안타까운 건 이때 “일본 극우파가 한국 언론 자유의 기수가 된 것 자체가 난센스다. 미친 정부가 멍청이를 영웅으로 만들었다”며 허위기사에 대응한 박근혜 정권을 혹독하게 비판했던 자칭 진보세력이 보수우파, 기독교 세력이 가짜뉴스 온상지라며 때려잡아야 한다고 나팔을 불고 있다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가짜뉴스의 최대 수혜자가 가짜뉴스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모양으로 밖에 볼 도리가 없는 집권세력의 호들갑은 백번 이해해보려 해도 앞뒤가 안 맞다.

필자는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나오는 심각한 시대착오 주장을 접하며 박경신 교수와 같은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민언련 이사 박석운 씨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가짜뉴스 대책은 미디어교육과 시민들의 감시운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는데, 심각한 건 이 부분이다.

“이런 탐사보도 노력 이외에도 가짜뉴스 퇴출을 위해서 정부 당국이 해야 될 일이 있다. 바로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 기무사, 경찰청 등 공안기구들이 지난 적폐정권 시절 자행하였던 여론조작 공작들의 민간인 협력자 또는 민간 실행단위들을 전면 조사하는 일이다. (중략) 최근의 가짜뉴스 제작·유포의 양상을 보면 “거점이 있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 그렇다면 여론조작 공작의 실행단위에서 거꾸로 추적해 올라가는 방식(bottom-up방식)과 함께, 여론조작을 기획하고 지휘한 거점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되는 공안기구의 여론공작 단위들을 조사해서 그와 연결된 민간인 협력자나 민간 실행단위들을 조사해 내려가는 방식(top-down방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박석운 씨는 한겨레 탐사보도로 모 기독교 단체가 그러한 사례로 드러났으니 국정원, 경찰청, 기무사 등 공안기구가 나서 민간인이나 민간단체들을 바텀업 방식이든 톱다운 방식이든 전면 조사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박 씨 주장에는 큰 문제가 있다.

첫째 최근의 가짜뉴스 제작·유포 양상이 ‘거점이 있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 씨가 마치 자기주장의 근거처럼 사례로 든 기독교 단체가 주장한 것이 과연 가짜뉴스가 맞느냐의 문제가 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상당수가 언론보도를 근거로 한 주장이다. 시민단체가 자신들 가치관에 입각해 논평한 것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또 한겨레는 이 단체가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지만 이것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이 단체와 관련돼 고소고발이 이루어졌고,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될 것이다.

▲ 10월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이사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한겨레신문 '가짜뉴스 공장'보도 관련, "한겨레 탐사보도팀과 유사한 정도의 입체적 추적을 통해 밝혀낼 필요가 있다"며 한겨레 보도를 사실처럼 기술하고 이에 대한 사실상 공안탄압을 주장했다. ⓒ뉴스타운

집권세력의 가짜뉴스 과잉대응, 희대의 인권침해 사례로 남을 것

그런데도 박 씨는 이 경우를 근거로 합리적 의심 운운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의혹만 가지고 공안기관들이 먼저 나서서 민간인과 민간단체를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자유 민주국가에서 할 짓이 아니다. 과거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어느 곳보다 앞장서 외치던 민언련의 이사라는 사람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한다면, 민언련이 이 정부의 앞잡이 관변단체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여론조작 조사의 정당성 문제다. 문재인 정권의 공안기구는 여론조작의 대표적인 사례 드루킹 댓글공작 사건을 개인의 일탈 정도로 치부했다. 집권세력은 드루킹의 여론조작 진실규명보다 은폐와 덮기에 급급했다. 민언련은 이런 대규모 여론조작 공작사건에 어떤 입장을 취했던가. 특검을 통해 드루킹과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연루 의혹도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민언련이 드루킹 여론공작 기획세력, 지휘한 거점 조사부터 하자고 주장했는지 필자 기억엔 없다. 민언련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나? 권력에 대한 감시는 민언련의 모토 아니었던가?

셋째 박 씨의 불필요한 여론선동 문제다. 박 씨는 “문재인 대통령 문현동 금도굴사건” “평창올림픽 때 땅굴작전으로 북한 특수부대” 투입계획, “민주당이 연금 개혁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200조를 북한에 퍼주기 위해서다” “노회찬 의원 투신자살 ....의심되는 타살의혹” 등을 가짜뉴스라며 유통처가 유튜브 극우채널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한겨레 탐사보도팀과 유사한 정도의 입체적 추적이 필요하며, 공안기구들이 전면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한겨레가 기독교 단체를 공격한 뒤 곧바로 모 정당이 이 단체를 고발하고 검경이 수사에 나서는 것과 같이 그대로 하라는 지령처럼 느껴진다. 만일 박 씨가 거론한 주장들을 가짜뉴스라고 본다면 관련자들이 직접 법적으로 대응하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박 씨는 또 다른 의혹보도와 공안기구 투입을 부추기고 있다. 이건 가짜뉴스를 근절해야한다기보다는 가짜뉴스를 핑계로 보수우파 유튜브 채널과 보수우파 진영 논객 씨를 말리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가짜뉴스 핑계로 시대착오적 망언을 일삼는 민언련 이사 박석운 씨에게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우려를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 필자가 알기로 이 단체는 민언련, 언론노조와도 가까운 친여권으로 분류되는 단체다. 방통위가 가짜뉴스 대책발표를 미룬 뒤 나온 논평이다.

“처벌과 단속 위주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이미 다차원적으로 강력한 표현규제 제도를 갖춘 나라의 경우 새로운 표현규제를 도입하는 데 엄격한 기준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마다 ‘가짜’의 개념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어불성설” “표현규제는 규제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대상이 모호하면 과잉규제를 초래한다”

과거엔 공안기구의 정당한 활동마저 탄압이라던 박 씨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희박한 근거로 공안기구의 과잉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상 공안탄압을 부추기는 것이다. 박 씨 말대로 하다간 “애초 사건이 되지 말아야 할 이 사건은 국제 인권사와 국제 언론사에 역사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남을 것이다”란 국내외 비판을 또 듣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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