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빨강 신기루, 영화 ‘김군’ 제1광수 못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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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빨강 신기루, 영화 ‘김군’ 제1광수 못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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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대해 히트를 친 2개의 영화가 있다.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 이 두 영화에는 5.18을 지휘한 지휘자가 없다. ‘화려한 휴가’에서는 시민군대장이 공수부대 예비역 대령 안성기다. 전라도 사람들이 그토록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공수부대의 예비역 대령 계급이 내심으로는 탐이 난 모양이다.

그런데, 시민군 대장은 가짜로 하나 만들어 냈는데 시민군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민군 지휘부도 영화에는 없다. 시민군 졸병도 없고, 참모도 없고, 가공된 시민군대장 한 사람만 있는 영화다. 5.18은 유언비어에 의해 흥분된 전라도 사람들 20만 이상이 전남 18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폭동이었다. 그런데 그 폭동을 지휘한 대장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 흥행한 영화는 ‘택시운전사’다. 여기에도 시민군이 없고 시민군 지휘자가 없다. 영화 택시기사의 주인공은 김사복이다. 오죽 지휘자가 없었으면 힌츠페터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 운전수가 5.18의 영웅으로 부각될까. ‘시민군’이라는 것은 구두로만 전해지는 신기루다. 아무리 상황일지를 찾아봐도 실체가 없다. 17년 동안 찾아보니 그 시민군은 상황일지에 그냥 거쳐 가는 표현으로 기록된 ‘광주공원의 학생시위대 300명’, ‘유동3거리의 학생시위대 300명’이었다.

이들 600명이 5월 21일 행군하는 20사단 사령부 차량부대를 습격해서 사단장 지프차를 포함해 14대의 지프차를 빼앗아 아시아자동차로 갔고, 거기에서 군용트럭 374대와 장갑차 4대를 빼앗아 전남 17개 시군에 숨어 있는 44개 무기고를 불과 4시간 만에 털어 5,403정의 총기를 탈취한 용병급 군병이었다. 그리고 계엄군을 광주시에서 몰아냈고, 도청을 배타적으로 점령했다가 5월 24일 안개처럼 사라졌다. 날아다니는 이 600명의 눈부신 활약이 광주인들에 뇌리에 전설로 주입된 ‘시민군’이라는 존재였다.

광주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수백 장 발굴됐지만 이 모든 사진들은 5월 24일까지만 찍힌 것들이다. 이들 600명 시민군이 사라진 이후 도청은 양아치들의 방앗간이 되었고, 이 이후 10명 정도의 20대가 모여 미항공모함이 자기들을 도우러 온다는 어설픈 믿음을 갖고 결사항전을 선포했다가 27일 새벽 진압되었다. 그들 자신의 표현대로 개념 없는 똘마니들과 어린애들이었다.

그런데 그 번개 같던 특수군병 600명과 ‘전라도와 대한민국사이를 이간질시키기 위해 투입된 또 다른 600여 명의 정치공작조들’이 남긴 사진들은 5월 24일 까지만을 촬영한 것들이었다. 매우 신기하게도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남도청에 모인 80명 정도의 10-20대 양아치들이 남긴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북한군이 있을 때 사진이 촬영됐고, 북한군이 사라지자 사진촬영도 사라진 것이다.

▲ ⓒ뉴스타운

제1호 광수의 이미지는 한 번 사진을 본 사람이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500만 야전군 사무실을 여러 차례 찾아왔고, 프레스센터 광수 발표장에도 간간히 와서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부산영화제에 영화 ‘김군’을 출품한 강상우다. 그 영화는 제1광수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강상우 팀은 제1광수를 찾아내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수많은 곳을 누비고 수소문하면서 제1광수를 찾아다녔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찾아내지 못한 채 마무리 한 출구논리가 바로 이 영화의 주제다. “제1광수는 양아치들의 한 사람인 ‘김군’이었다. 폭동에 참여한 모두가 다 김군이었고 모두가 아픈 제1광수들이었다” 강상우 감독, 그가 제1광수를 주제로 하여 그를 찾아 전국을 헤맨 것은 큰 도박이었다. 찾아내면 강상우가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  영웅 자리를 건 투쟁이 바로 영화 ‘김군’ 제작이었다.

제1광수는 양아치 김군이 아니라 북한에서 농업상까지 지낸 김창식이다. 2010년 5월 17일 평양 오동자회관에서 성대하게 열린 ‘5.18제30주년 기념행사장’ 로열석에 앉아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번 ‘김군’의 영화는 제1광수가 북한사람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해주고 확인해준 매우 귀한 영화가 된 셈이다. 500만 야전군이 광수로 밝혀낸 광주현장의 주역은 567명이다. ‘김군’ 영화제작진들이 여러 해 동안 전국을 손톱이 닳도록 훑으면서 수소문해서도 제1광수 한 사람을 이 나라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면 567명을 무슨 수로 한국 땅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아래는 부산일보 기사의 일부다.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의 무장 시민군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장갑차 위에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매서운 눈빛의 그는 한 번 보면 쉬이 잊힐 것 같지 않은 포토제닉의 얼굴이다. 보수 논객 지만원 씨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하며 사진 속 인물을 북한 특수군, 그 가운데서도 첫 번째 인물(이른바 '제1 광수')로 지목한다. 과연 사진의 그는 누구인가.

강상우 감독의 '김군'(와이드앵글 한국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은 이 사진 한 장과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무모와 야심 사이에서 '김군'은 사진 속 인물을 알 수도 있는 당시 시민군이던 생존자들, 시민군을 목격한 광주 시민, 5·18 연구자, 사진을 직접 찍은 사진 기자 등을 찾아가 본다. 돌아온 그들의 대답은 불완전하고 조각나 있으며 때때로 공백 상태이거나 심지어 왜곡돼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해도 저마다 기억하는 대상과 순간, 기억의 선명도는 다르다.

계속된 시도로 영화는 누군가의 진술과 증언을 얻고, 묘연하던 사진 속 인물은 얼마간의 실체를 갖는다. '김군'이라는 성 씨로 1980년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았던 넝마주이의 한 사람…'김군', 개별성을 담보하지 못한 무명에 가까운 호명이 아니던가. '김군'은 사진의 '김군'이자 그에 투사되는 무명의 '김군들'이기도 하다.

▲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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