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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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는 숨어 있던 여관에서 저녁이 되자 밖으로 나왔다. 상규가 준 얼마간의 돈이 있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상규를 빨리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광호는 다시 범행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했다.

어떻게 상규를 도울까, 생각하다가 도깨비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상규에 대한 별 소식을 듣지 못하자 걱정이 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집안일을 알기 위해서 전화를 성호에게 걸었다.

“형 지금 어디냐,”
“그건 묻지 말고, 집안에 무슨 일이 없냐. 무슨 일이 없기는, 형도 문제지만 상규도 문제가 많아,”
“그래 알고 있다.”
“알고 있어, 어떻게 그것을 알아,”
“알고 있어, 무슨 좋은 일이 있겠지, 그건 그렇고 어머니는 어떠시냐?”
“형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셔,”
“그래, 미안하다. 잘될거야,”
“잘되긴 형, 이제 자수하는 것이 어때,”

그 말에 광호는 일방적으로 전화기를 끊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 광호는 악어가 살고 있는 서초동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탔다. 동태를 살피려고 찾아간 악어의 집은 정말로 완벽해 보였다.

먼저 번에 우발적 사고를 일으켰던 장충동 집처럼 담장이 높은데다가 무인 경비 시스템이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침입자를 단번에 알아 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악어를 만날 수 있을 가를 생각했지만 무슨 방법이 없었다.

아직 초저녁이지만 기다려 보기로 했다. 늦은 시각이 되면 악어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호는 이제 무슨 일이든지 저지르고 상규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악어의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지만 그 기회가 오지 않았다.

너무 큰집이고 앞뒤가 확 튀어서 도저히 어떻게 은신하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악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차가 앞에 와서 멈추는가 싶더니 누가 갑자기 광호의 머리통을 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몇 명의 청년들이 광호를 둘러싸고 있었다. 상규를 납치한 악어패의 일당들이었다. 광호가 쓸어 진 채로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데 한 사나이가 광호를 일으켜 세웠다.

“야, 너 무슨 일인데, 이 주위를 맴돌아, 너 누구야, 형사 끄나풀이야,”
“아니야, 길가는 사람을 때리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나가는 사람, 너 며칠째 여기서 배회했잖아, 그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데,”
“무슨 배회, 여기서 배회를 해봤자 무슨 일이 생긴다고,”
“이 자식, 거짓말을 하고 있어,”

한 사내가 광호 가 쓰고 있는 가발을 벗겼다. 광호는 이제 큰일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얼굴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가 된다가 이들에게 그것이 들통이 났다고 생각이 들자 이제 모든 것이 끝이 났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성이 다시 광호의 머리를 괴롭혔다.

“너 수배자지, 왜 가발을 쓰고 다녀, 네 사진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어, 그렇지” 그자는 광호를 텔레비전에서 보았다고 했다. 그런 말이 한 사내의 입에서 나오자 서로 눈짓을 하며 무슨 이야기인지를 했다.

그리고 한 사내가 전화기를 호주머니에서 꺼내드니 어디인지로 전화를 걸었다. 광호는 멱살이 잡힌 채, 지금 이 순간 밖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멱살을 잡고 있는 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내달려서 그들이 타고 온 차에 올아 타려고 했다. 그러자 한 놈이 발을 걸었다. 광호는 나뒹굴면서 멀리 나가 떨어 졌다.

그 사이에 다른 차량 한 대가 지나가면 간격을 다소 벌려 놓았다. 광호는 일어서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자의 멱통을 양발로 찼다. 그 자가 나가떨어지자 모두 함께 달려들었다. 한 놈이 품에서 검도를 꺼내 들었다.

그 때부터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치고받는 것에 익숙한 광호는 그들을 상대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엄폐물이 없어서 불리하기는 했지만 그들을 적당한 선에서 간격을 두고 싸워서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들도 소문난 싸움패들이었지만 광호는 싸움에 이골이 난 자다, 그들이 밀리면서 지쳐갈 무렵에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경찰차가 왔다.

그들을 차에 태웠다. 광호는 재빠르게 피하려고 했지만 어디로 갈지가 문제였다. 사방이 어두워서 그냥 담을 기어 올라가서 넘었다. 그 때까지도 밖이 소란해서인지 안에는 조용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집에 있는 사람들이 밖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아마도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광호는 이제 악어를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주머니에서 검도를 꺼내서 단단히 손에 들고 조금씩 안으로 접근을 했다. 악어 패들이 들고 있던 것을 광호가 빼앗은 것이지만 아주 무게가 있고 날카로운 칼이었다. 이 자식들이 이런 칼을 가지고 서민들을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서 뒤쪽을 갔다. 출입구 가까이 접근하는데 누가 뒤에서 날카로운 것을 등에 대고 손들라고 했다. 광호는 손을 들었다. 무기를 버리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주먹이 날라 왔다. 나가떨어지면서 광호는 그자의 턱을 머리로 받았다.

그자도 동시에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재빠르게 일어난 광호는 그자가 잡고 있는 총 뿌리를 위로 치면서 다시 턱을 주먹으로 날렸다. 그 자가 거머쥐었던 총을 놓치고 다시 나가 떨러졌다.

광호는 재빠르게 총을 잡았다. 그리고 그자의 목에다 댔다. 겁에 질린 그자는 아무소리를 못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악어가 누구냐, 그자가 있는 데로 안내해, 어디 있어,” 하고 총을 목에 대자 그자는 한쪽을 가르치며 그 쪽으로 움직였다.

광호가 현관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냐는 소리가 나자 광호는 그자의 목에 힘을 주며 대답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접니다.”라고 말하자 이내 문이 열렸다. 광호는 그자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 퍽 소리가 나면서 꼬꾸라졌다.

안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눈에 보이는 자들을 한곳으로 몰았다. 일하는 가정부와 몇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었다. 움직이면 죽인다고 하자, 무서워서 떨고 잇는 자들을 한방에 몰아넣고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방문 앞에 탁자를 옮겨 놓았다.

그때까지도 악어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아마도 늦은 시간이어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던 같다. 악어가 있어 보이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말 그대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총을 목에다 갔다댔다. 그제 서야 악어가 눈을 뜨고서 일어나 앉았다.

“무슨 일인가,”
“무슨 일, 돈이 필요해서 왔다. 돈만 주면 조용히 나가겠다. 금고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네가 이곳을 빠져나갈 것 같은가.”
“이 자식 죽고 싶어,”
광호는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자의 면상을 후려쳤다.

그가 비명을 지르자, 악어의 부인은 살려 달라면서 금고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광호는 다시 한번 더 악어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치고, 그 아내를 앞장 세웠다. 금고 문을 열라고 하자, 남편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찾으라고 명령을 하자 악어의 아내는 열세를 찾다가 남편이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소리를 쳤다.

당황한 광호는 악어의 아내를 개머리판으로 쳤다. 썩은 등걸이 나가떨어지듯이 나가 떨어졌다. 열세를 찾아 쥔 광호는 금고를 열었다. 우선 상규가 써준 서류를 찾았다. 돈 다발이 가득했다. 서류뭉치와 돈 다발을 악어의 손가방에다 담았다. 그리고 악어의 부인을 한번 세차게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쳤다. 비명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죽어 잇는 것 같았다.

이제 광호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정신을 잃었던 악어가 깨어나 광호의 다리를 잡았다. 광호는 순간적으로 이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부인도 죽었다. 이자를 죽이기로 한 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우연성을 믿고 악어를 죽이려 한 것은 아니다.

상규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냥 두면 안될 것 같았다. 광호는 모든 증오가 그에게 몰리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렇다 이자는 고리대금업자보다 더 못한 존재다. 죽여 없애야 한다. 죽이는 것이 안전하다. 상규를 위해서도 그렇고 나를 위해서도 그렇다.

나는 이미 노출되어 있고 악어의 아내는 이미 죽었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밖에서 싸우던 패들이 파출소로 잡혀갔는데 그들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으면 달려올 시간도 되었다는 생각이 광호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자를 죽이는 것이 나와 가족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 그래, 죽이는 것이 내가 사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악어의 머리통을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짓이기고 다시 몇 번을 내리 쳤다.

그 자의 두개골에서 피가 낭자하게 방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그의 아내도 이미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완전 범죄를 위해서 다시 무참할 정도로 머리를 짓이겼다. 광호는 완전 범죄를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에서 나왔다. 갇혀있던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들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광호는 가발을 다시 바로 쓰고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머리를 겉옷으로 뒤집어썼다. 돈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열고 정문으로 나와서 동태를 살폈다. 아무 기척이 없었다. 아까 들었던 소리는 방안에 감금된 자들이 내었던 소리 같았다. 광호는 밖으로 나와서 다시 겉옷을 입고 재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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