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국정현안과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청와대 들어간지 두 달여 동안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여론을 살펴보면 국민 모두가 만족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평했다.
▲ 노대통령, MBC100분토론 참가노무현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100분토론에 참석, 패널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
노 대통령은 "실제로 해보니까 어려운 일은 참 많이 있다"면서도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긴다"며 "열심히 해서 국민 여러분이 안도하고 미더워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인사,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보다 개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 인사와 관련, "항상 절대적 선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선택 가능성을 놓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고 원장이나 서 실장이 인간적으로 훌륭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해,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노 대통령은 또 "국정원 개혁과 국회 존중 두 가지를 다하면 좋은데 국정원이 국민 신뢰를 잃고 있고 제기능을 다 못해 제자리로 돌려놓는 개혁이 꼭 필요하다"며 "야당이 찬성하지 않더라도 원만한 관계보다 개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인사로 인한 야당과 대립과 관련해서 노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며 "새로운 주제로 협력할 것이 있을 때 적극 노력해 긴장·갈등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나도 야당을 많이 했는데 여당을 공격하다가도 국민의 눈치를 보고 여론이 아니다 싶으면 한발 두발 물러서고, 여론이 유리하다 싶으면 밀고 갔는데 그게 정치의 현실이고 게임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번 국정원 인사가 국정원을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에는 기능 정상화만이 아니라 DJ 정부 후반기 국정원 상층부를 이뤘던 호남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까지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잘 믿지 않으시겠지만 국정원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간부들의 신원을 하나하나 검증해 보지 않았고, 지역적 출신분포도 일일이 따져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안희정씨는 나를 위해 일해 왔고, 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과 연루돼 있는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안희정씨는 저를 위해 일해왔고, 저로 말미암아 고통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만 말하고,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은 "우선 이 문제에 관해 무슨 사실을 말하기 전에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고 난감한 심정을 솔직히 고백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측근 용어도 싫어하지만 안희정씨는 내 측근이 맞고 통속적인 말로 측근이 맞다"며 "오래 전부터 안희정씨를 동업자라고 얘기해왔고 동지라고 말해왔다"고 이 부분에 대해 솔직히 답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제 입장을 밝히려고 한두 번 시도했는데 참모들의 반대로 밝히지 못했다"며 "(검찰) 수사중이 아니라면 지금도 밝히고 싶지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피해갔다.
어떤 참모도 내 귀나 눈을 가로막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소외론'과 관련 '일부 참모들이 대통령 귀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참모도 내 귀나 눈을 가로막지 못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떤 문제를 결정할 때는 여러 참모들이 모여 토론하고, 토론을 거치지 않으면 결론을 내지 못한다"며 "인터넷에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고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호남소외론과 인사 편중문제에 대해서는 "호남소외와 편중문제에 대해 제가 그렇다 그렇지않다 대답하기 어렵다"면서 "실제로 자릿수 몇 개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어떤 게 요직이다 아니다 말해야 하고, 같은 1급이라도 요직이냐 아니냐가 있을 수 있고, 어떤 부처는 편중이 있으면 다른 부처엔 반대의 편중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호남 사람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할 때도 그 기준을 원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초등학교, 아니면 고교졸업으로 할지, 현주소는 다 서울인데 이것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인사 문제는 어려움이 있지만 5급, 4급 양성과정에서부터 균형이 잡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당, 속은 뻔하지만 '감놔라 배놔라' 말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당과 정계개편에 대한 질문에 "이런저런 생각과 판단은 있으나 말하기는 그렇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말하지 못하는 이유로 "첫 번째 개혁은 대통령이 당정분리를 하고 당을 지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속은 뻔하지만 '감놔라 배놔라' 말 못한다"고 밝혀, 신당과 정계개편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지켜보고 의사를 표명할 때가 있으면 표명하겠다"며 "단, 대통령의 힘이 실리지 않도록, 당 중진의 한 사람 자격으로 말할 것"이라고 말해, 이에 대한 개입 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다음 총선에서 제가 당을 만들고 제가 이끄는 당이 과반수를 해야 한다는 식의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과반수가 되는 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원칙을 지키고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여야를 굳이 구별하지 않고 초당적인 정치를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정치문화나 분위기가 바뀌면 정치개혁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당을 깨라, 당을 같이하라'는 식이 아니라 개혁의 분위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개혁 성과, 기다려달라
패널로 참석한 손호철 교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놈현스럽다(결정적인 순간에 실망스럽다)'는 표현을 들어, '참여정부 두 달을 자평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성급하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어릴 때 아버지가 집을 지으셨는데 목수가 오전 내내 대패, 톱 같은 연장만 갈고 있어서 어머니가 불평하셨다"며 "그러나 연장을 잘 갈아놓으니까 오후에 금방 집을 짓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유능한 공장장은 생산라인을 먼저 손보는 것이고, 위기 관리를 하면서 안정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좀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집권 초반기 강력한 개혁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에 반대한다"며 "(개혁은) 5년 내내 국민지지를 모아가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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