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 전자제품 보이콧(불매 조치)f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 터키 사이의 관계가 더욱 악화일로에 접어들고 있다.

터키 전역에 TV중계된 연설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들이 아이폰을 가졌다면, 다른 곳에 삼성이 있다. 또 우리나라에는 비너스와 베스텔이 있다”고 터키 국민들에게 강조했다. 그가 말한 ‘베스텔’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터키 회사이름이며, ‘비너스’는 이 회사가 만드는 스마트폰 브랜드명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같이 미국산 아이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을 터키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구 8천만에 이르는 터키에 전자제품 수요가 많기 때문에 미국에게 대한 ‘의미 있는 위협’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신문이 전하기도 했다.

* 터키의 미국산 전자제품 불매 운동 왜 ?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지만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불매 운동을 펼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터키정부가 미국산 전자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민간 차원의 불매 운동을 장려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다.

이 같은 불매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터기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3일 터키산 철강에 50%, 알루미늄에 20%의 관세 부과조치를 했다. 원래 각각 25%와 10%였는데 이를 두 배로 높인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급락하고 있는 터키의 리라롸”를 겨냥한 것으로 설명했다. 트럼프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터키 ‘리라화’가치가 20% 이상 하락했고, 이후 폭락세는 이어졌다.

* 미국이 터키를 제재한 이유는 ?

미국인 선교사(목사)를 구속한 것 때문이다. 터키 당국이 지난 1993년부터 터키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2년 가까이 구금 중이다. 지난 2016년 진압된 쿠데타 배후세력을 지원했다는 혐의이다. 이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무고한 신앙인이 너무 오래 갇혀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석방을 요구했으나, 터키가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제재를 예고했고, 이에 따라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터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기도 했다.

* 미국의 압박은 지속 중

미국 정부는 터키에 첨단 전투기 F-35판매를 동결시켰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19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그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터키 당국이 러시아에서 도입하는 S-400 방공체계가 미국의 무기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F-35판매를 동결하기로 했다. 물론 브런슨 목사를 터기 정부가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 대화와 협상은 계속되지만 합의점 못 찾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 세르다르 킬리치 주미 터키대사를 만나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지 않는 한 협상할 뜻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에도 터키 외무차관이 이끄는 협상단이 워싱턴에 왔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 미국 제재에 따른 터키 리라화 폭락의 영향은 ?

지난 13일 달러당 환율이 7.24리라로, 역대 가장 높았는데, 달러대비 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리라화 가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리라화 환율 하락은 터키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함께 내려가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 구성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이날 10% 이상 떨어져, 2016년 6월 이후 최저치가 됐고요. 인도 루피화도 사상 최저, 중국 위안화도 약세를 보인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는 2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유럽지역 공동통화인 ‘유로’화 가치는 13일 13개월 만에 최저치인 1.14달러까지 떨어졌고, 남미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내려가자, 기준 금리를 5%p 한꺼번에 올려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아시아인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한국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원화 환율이 국제시장과 같이 움직이고 있으며, 시장이 급속하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단호한 시장안정 대책을 취하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틈을 타, ‘버버리’ 같은 명품을 평소 3분의 1 가격으로 터키에서 사들이는 움직임도 있다는 보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