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복장 파괴’ 이면에 무엇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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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복장 파괴’ 이면에 무엇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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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와의 힘겨루기’ VS ‘개혁신당 창당의 불씨 지피기’

4월 29일 면바지에 라운드 티셔츠, 감색 상의를 입고 등원했던 유시민 의원이 30일 본회의에는 정장차림으로 선서를 마쳤다.

전날 ‘파격적인 복장’으로 여야 국회의원의 반발을 샀던 유 의원은 회색 싱글 양복에 파란색 계통의 넥타이를 매고 본 회장 연단에 올랐다. 유 의원은 평상복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다른 의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평상복의 날’을 제정하자는 유 의원의 제안에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유 의원은 홈페이지(www.usimin.net)에 전날 있었던 ‘복장 파괴’에 대해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려는 ‘불관용’ 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의 핵심은 “앞으로도 국회에 나올 때 지금 같은 평상복을 자주 입으려고 한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유 의원의 ‘복장 파괴’에 대해 네티즌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경직된 정치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라는 평과 ‘지나친 돌출행동’이라는 평이 격렬하게 대립되고 있다.

”나와 다른 것은 인정하지 못하는 불관용과 싸우겠다”
유시민 의원,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의정활동 다짐

유 의원은 “옷차림이 마음에 드느냐”고 인사말을 시작한 뒤 “튈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넥타이를 매기 싫어서도 아니며, 국회를 모독해서도 아니다”, “국회가 제 일터가 됐고 일하기에 편한 옷을 입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 의원은 “어제 저 때문에 다른 두 의원이 선서를 못해 죄송하다”며 “우리가 인정하지 못할 것은 나와 다른 것은 인정하지 못하는 불관용뿐이며, 불관용에 대해서는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 의원은 “옷이 문제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다음 여야 합의로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의석에서 “그만해”라며 감정적으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4월 29일 올렸다. 유 의원은 이 글에서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언급하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유 의원이 ‘복장 파괴’를 했던 29일 조순형 의원은 “TV에서 사회를 볼 때는 넥타이를 매놓고 (국회의원이 되니까) 왜 이러느냐”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며 따졌고, “옷차림이 뭐냐”, “국회에 놀러 왔느냐”며 고성이 터지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와의 힘겨루기’ VS ‘개혁신당 창당의 불씨 지피기’
유 의원의 ‘복장 파괴’ 이면에는 무엇이 있나

1982년 이후 의원 당선자의 국회 선서가 좌절된 것은 유 의원이 처음이다. 일부 선배 의원들은 “국민과 국회에 대한 무례”라며 유 의원의 ‘복장 파괴’를 질타했다. 하지만 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의 대립, 민주당 내 신주류와 구주류의 대립, 신당 창당에 대한 논의 등의 최근 정국을 고려해볼 때, 일부 의원들의 이러한 반응은 유 의원으로 상징되는 ‘노무현 정부와의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화여대 정치학과 조기숙 교수는 이번 일을 “관행을 존중할 필요는 있지만 이 경우는 미운 놈 손보기”라고 평가했다. 또한 조 교수는 “(이러한 일부 정치인들의 과민 반응은)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 의원은 의원수를 100% 늘린 개혁당을 홍보하고, 언론의 집중 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복장 파괴’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의원의 입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보수-개혁의 양분화를 자극함으로써 최근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혁신당 창당 준비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의 ‘복장 파괴’는 단순한 의복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또는 더 나아가 한국정치의 특성을 읽는 코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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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에는! 2003-04-30 22:20:23
"노무현 닮은 운동가적 기질"
정략가 유시민, 평상복으로 본 개혁성의 실체

유시민은 그 동안 외로운 소수자의 목소리와 참신한 주장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국민들은 ‘이런 인물이라면’ 소외계층을 살피고 주위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옳은 정책을 펼 것으로 생각하여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였다. 그런데 국회에 처음 들어서면서 유시민이 가장 먼저 대립의 각을 세운 것이 하필 복장 문제였다.

의원선서에 정장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고, 대개 상식이라는 것은 서로 지키면 편한 것이다. 간혹 인습이 굳어져 상례화 한 것이 상식이라면 깰 필요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굳이 준비된 상식파괴를 할 효용은 없었다. 산적한 현안을 두고 굳이 다른 의원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복장을 이슈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국민들이 유시민에게 기대한 것이 복장을 다르게 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민생현안을 챙기는 성실한 개혁정책가의 모습이었을까? 꾸준하고 성실한 의정활동을 통해 다른 의원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정치가인 동시에 정책가인 국회의원의 본 모습이고 초선의원인 유시민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사안의 경중을 불문하고, 정적을 누르고 자신의 정치적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소재를 무분별하게 이슈화하기도 하는 게 정치인이지만 정책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정책가로서 유시민을 바랬지만 유시민 스스로 선전선동술에 입각해서 움직이는 정치인 또는 운동가의 모습을 보인 격이다.

노무현을 닮은 운동가적 기질

그러한 행태는 유시민 스스로가 한 때 ‘지킴이’ 노릇을 해주었던 노무현 대통령과도 유사하다. 민생 현안을 제쳐두고 언론개혁에 매진한다든지, 실질적으로는 크게 집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이슈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들은 정책가라기보다는 운동가적 기질의 소산이다.

운동가적 기질은 서로간에 대립각을 세워 자신이 디딜 공간을 만드는 전술에 적합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일삼을 바는 아니다. 전자는 소모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후자는 창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유시민 의원의 이번 사건은 그의 개혁성이 기존의 구태 정치에 단순히 대립하여 생긴 반사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구태 정치를 뛰어넘을 창조적인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외교현장이 일터인 외교관이 편한 츄리닝 차림으로 나가도 될까?

국회가 내 일터이기 때문에 편한 복장을 하며, 의원들의 복장 색깔이 획일적이어서 다른 복장을 해보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국회가 국회의원 일터라서 의정의 현장에 편한 복장을 할 수 있다면, 외교관의 일터인 각종 외교의 현장에도 외교관은 편한 츄리닝 차림으로 나가도 되는가? 외교관이 타국의 고관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평상복이 안 된다면 국민을 대리하여 국민을 상대로 의정활동을 벌이는 국회의원은 평상복도 문제없다는 말인가?

불행한 점은 유시민 의원이 그러한 관례와 예의를 모른다는 점이 아니다. 지적이며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안내서 시리즈까지 저술한 유시민이 그러한 관례의 중요성을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까지 뛰어넘으며 고도의 정치전술을 쓸 수 있는 그의 재능이 국민의 민생현안이 아니라 순수히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에 쓰였다는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것도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국민에 선뵈는 자리에서.

결과적으로 복장을 문제 삼아 의원선서도 못하게 한 다른 의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복장이 기본적인 예의임을 타이르는 목소리도 결국은 유능한 정략가 유시민의 장단에 놀아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평범한 서민들은 냉정한 권력자에게 당하고 머리 좋은 계략가에게 속는다. 정치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진정한 개혁을 희망하며

정치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된 지 오래되었다. 정치개혁은 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얼마간 인적 청산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젊고 초선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유시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자유복장으로 나타난 개혁당의 기수 유시민에게서 드러난 것은 신선한 개혁이 아니라 계산된 듯한 여론몰이였고 소모적인 정치쟁점화였다. ‘국회의원’ 유시민은 정치적 허영심과 개인적 야망을 경계하고 회심하여 정도를 걷기 바란다.


최성재 기자 rightfactio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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