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기난사 사망 러시아인의 위조여권지난 17일 저녁 마피아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기난사로 숨진 러시아 사업가 나우모프 와실리씨가 사용한 위조여권. 와실리씨는 슬로베이아 국적의 이 여권으로 한국을 수차례 드나들었다. ⓒ 사진/연합뉴스 | ||
4월 17일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피살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이 수산물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마피아 두목을 치밀한 계획을 세워 제거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은 국제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경찰 정보력과 시스템 개선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경찰 수사의 허점이 노출된 만큼 ‘국제범죄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부산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경찰의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초등수사 허점 투성이
경찰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연인원 2,100여명을 투입해 수사를 벌였고, 공항과 항만, 외국인 거리 등에서 러시아인과 러시아 어선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사건현장에 킬러가 버리고 간 렌터카와 휴대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사건현장에 킬러가 공범들과 통화한 휴대폰을 두고 가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미해결로 남게 될 뻔했다.
경찰은 휴대폰의 통화내역을 입수해 역추적에 나섰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살해된 러시아 마피아 야쿠트파 두목 나우모프 바실리(54) 씨의 살해를 지시한 사람이 지난해 10월까지 동업자였던 삐드라코프파 두목 치즈호프(가명,38) 씨임을 밝혀냈다. 또한 이번 사건이 부하조직 6명을 동원해 한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의 총책인 치즈호프 씨와 범인들의 경비 일체를 부담한 르코프(가명,30) 씨의 해외도피를 막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직접 살인을 저지른 킬러 2명도 범행 당일 서울로 간 뒤 다음날 인천공항을 통해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 초등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과 국정원, 해경,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관련기관과 경찰의 공조체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숨진 바실리 씨가 엄청난 이권이 걸린 수산물 수출을 위해 위조여권과 정상여권을 번갈아가며 부산에 드나들고 있었지만, 경찰은 바실리 씨의 국내 행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외국인 범죄가 발생할 경우에도 경찰이 지금과 같은 정보력과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범죄 대처 위한 경찰 조직 개편 절실
마피아 조직은 세력이 확산되기 전에 제압해야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마피아의 활동이 한국최고의 항구도시인 부산을 위협하고 있다. 매춘, 마약, 인신매매, 납치, 사기, 불법총기류 거래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국제범죄조직 마피아에 대해 정부당국의 강력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이번 러시아 마피아 피살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미 국제범죄가 부산을 장악한 정도는 심각한 지경이다.
마피아의 범죄활동은 '외관상으로는 합법적인 형태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다른 범죄들보다 더욱 위험하다. 게다가 마피아는 범죄활동으로 얻은 자본을 바탕으로 공무원, 정치인을 매수하고, 전문적인 회계사와 변호사를 고용하여 돈세탁에 나선다. 국제공조수사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활동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사업을 하려면 정부의 지원은 없어도 되지만 마피아의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이러한 말은 러시아와 수산물 거래를 하는 국내 업자들 사이에서도 ‘비밀 아닌 비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러시아 마피아 피살사건은 ‘국제범죄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기 밀매, 마피아간의 세력 충돌로 인한 살인, 여권 위조, 합법적인 형태로 전개된 수산물 거래, 국내 조폭조직과의 연계 등이 이번 사건의 핵심 사항들이다.
국제범죄조직은 반드시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이들 세력이 확장된 후에는 현실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경찰의 초등수사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정보력과 시스템을 개선하여 국제범죄에 대한 확실한 조직 개편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범죄의 특성상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점을 감안하여 수사의 공조체제도 관련기관들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부산이 ‘국제범죄의 주무대’가 되지 않기 위해 경찰은 다시는 용의자 전원을 잡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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