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하면 영덕대게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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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하면 영덕대게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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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대게마을”

 
   
  ^^^▲ 대게를 잡는 모습
ⓒ 영덕군^^^
 
 

경북 동해안 일대에서 열리는 '울진대게축제'와 '영덕대게축제'가 끝난 지도 제법 되었다. 하지만 그 맛있는 대게를 찾는 미식가들의 발길은 지금도 끝이 없다. 이 지역의 공식적인 축제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대게들을 향한 사랑의 축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그말이다.

그래.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이맘 때면 대게가 한창 속이 꽉 차 있는 상태여서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대게의 제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근데 울진대게는 또 뭔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로는 대게, 하면 영덕으로 알고 있지 아니한가.

대체 대게가 무엇이기에 같은 동해안을 끼고 살아가는 울진과 영덕에서 제 각각 서로 자기 고장의 명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영덕은 지난 겨울에 한번 다녀왔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번에는 울진으로 한번 가보자. 근데 걱정이다. 길을 나서려니 또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에라, 모르겠다. 기왕 작정한 김에 길을 나서보자. 이곳 경주에서 그리 멀기도 않은 곳이니, 퇴근 무렵에 나서서 대게와 더불어 소주 몇 잔을 마신다 하더라도 대략 자정 안에는 충분히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오늘은 봄비가 오기 때문에 혹시 차라도 막힌다면 어쩌지.

"대게 하면 영덕대게가 아닌가요?"
"영덕대게나 울진대게나 꼭 같은 대게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교통 때문이다 이 말 아닙니까. 아, 현실적으로 봐도 영덕에서 울진까지는 지금도 2차선 도로이지만, 포항에서 영덕까지는 4차선 도로가 아닙니까. 말하자면 울진대게가 영덕을 통해 팔려나갔다 이 말입니다."

 

 
   
  ^^^▲ 대나무처럼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게라고 부른다
ⓒ 영덕군^^^
 
 

그랬다. 대게는 그냥 대게였다. 다만 사람들에 의해서 울진에서 잡히는 대게는 울진대게, 영덕에서 집히는 대게는 영덕대게라고 이름 붙혀진 것 뿐이었다. 또 영덕이 울진보다 대게의 고장으로 더 알려진 이유는 결국 인근에 포항이란 공업도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영덕에서 울진까지는 비포장도로였어요. 또 영덕은 지리적으로도 바닷가 반대 편으로는 산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대게의 판로가 열악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대게는 예로부터 울진에서 더 많이 잡혔습니다. 영덕 사람들도 울진에 와서 대게를 사서 영덕으로 가져가는 일이 빈번하니까요."

울진대게 축제를 끝낸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울진대게의 역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제45권 평해군편 및 울진현편의 기록에도 나와 있단다. 이 기록에 의하면 대게를 '자해'(紫蟹)라로 표기하고 있으며, 예로부터 이곳의 주요한 특산물에는 항상 대게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대게는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 등 색깔에 따라 4가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대게는 황금색이 짙은 게다. 이 게는 '참대게' 혹은 '박달게'라고도 불리우며, 다리가 여섯 마디라고 해서 '6촌'이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또 다리가 대나무를 닮았다 하여 '죽촌', '죽육촌'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대게의 암컷은 마치 찐빵만 하다 해서 '빵게'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얼마씩 해요?"
"크기에 따라 다르니더. 요렇게 작은 거는 마리당 7000원부터 받니더. 아재비가 혼자 드실라카모 요만한 거는 묵어야 하니더."
"그거는 얼마지요?"
"요놈이 중간 크기인데, 2만5천원씩 하니더. 하지만 아재비가 드신다카모 2만원에 드리지예."

 

 
   
  ^^^▲ 대게를 들어보이는 아낙네
ⓒ 영덕군^^^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팔뚝으로 허리를 툭 치며 한쪽 눈을 찡긋한다. 이것 저것 물어보다가 슬쩍 다른 곳으로 가서 가격 흥정을 더 해 보려고 했던, 내 속내를 모두 들킨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 속에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당신 아니라도 대게 사 먹을 사람은 많아, 하는 투다.

"큰 거 저거는 얼마씩 받죠?"
"그거는 혼자서 다 못 묵고 서넛이서 묵어야 하니더. 가격도 10만원에서부터 20만원이 넘는 것도 있지예. 그라고 저렇게 큰 놈은 좀체 잘 안 잡히니더. 100마리 중에 한두 마리 정도 나올까 말까 하니더."

"맛은 어때요?"
"아재비 혹시 기자 아인교? 자꾸 물어쌓는 폼이 어째 수상하니더?"
"아따, 기자면 어떻고 기자 아니면 또 어떻능교. 그라고 영덕에서 묵을라카다가 일부러 요까지 왔거마는. 퍼뜩 중간 꺼 저거 한 마리하고 소주나 한 병 주소."

대게는 알콜 해독작용이 있어 술안주로도 그만이라고 한다. 게다가 소화도 잘 되는 데다가 지방이 적고 단백질까지 풍부하단다. 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필수아미노산도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얗게 부서지는 봄바다를 바라보며 울진으로 떠나보자.

"클났다. 퍼뜩 묵자."
"왜?"
"밤안개 끼는 거 좀 봐라. 저래가꼬 앞이 제대로 보일랑가 모르것다."
"세월아 가라, 하고 천천히 가면 되지, 웬 걱정이냐?"
"니는 팔자가 늘어진 사람 아이가. 누구는 운전한다꼬 술도 못 먹는데."

그랬다. 나도 대게를 안주 삼아 대게처럼 거품을 뽀글뽀글 내뿜도록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봄비가 쏟아지는 바다로 달려나가 봄비처럼 목을 놓아 꺼이꺼이 울고 싶었다. 왜? 해마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 자꾸만 몸살이 나니까. 그리고 바다를 보면서도 바다가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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