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꽃은 영원히 지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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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꽃은 영원히 지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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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에세이> 라일락

 
   
  ^^^▲ 라일락은 우리 말로는 '서양수수꽃다리'라고 부른다
ⓒ 라일락/우리꽃 자생화^^^
 
 

"아, 향기가 너무 좋다. 아빠! 이 꽃이 라일락이야?"
"그래. 근데 라일락이란 이름은 영어란다"
"그럼 우리 말로는 뭐라고 불러?"
"프랑스에서는 리라꽃이라 부르고, 우리 나라에서는 서양수수꽃다리라고 부른단다"

도심 곳곳에 서양수수꽃다리가 연보랏빛으로 환하게 피어나 눈이 부시기까지 합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백일장에 가야 한다는 두 딸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마산 3.15 국립묘지를 찾았습니다. 3.15 국립묘지는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죽은 분들의 영령을 모셔놓은 곳입니다.

3.15 하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죽은 김주열 열사가 떠오릅니다. 당시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꽃다운 나이에 미처 꽃봉오리를 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김주열 열사. 그런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경찰이, 왜 우리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을까요.

참으로 슬프고도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입니다. 우리 나라 역사를 훑어보면, 이미 수많은 민중들이 저 김주열처럼 피를 흘리며 억울하게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억울한 사실에 대해서 아무도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독재의 힘이 너무도 무시무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역사는 늘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역사적 사실이 부끄럽고 슬프다고 해서 그냥 덮어놓고 넘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끄럽고 슬픈 역사일수록 더욱 더 진상을 환하게 밝혀, 역사 앞에 바쳐야 합니다. 그래야 자라나는 2세들이 그런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 너의 향기는 누구를 향한 그리움이냐
ⓒ 라일락/우리꽃 자생화^^^
 
 


"아빠! 사진 찍어줘?"
"그래. 너희들이 이 서양수수꽃다리를 배경으로 아빠의 모델이 되겠다는 거냐?"
"아니. 금방 지는 꽃이 안타까워서 그래. 사진 속의 꽃은 영원히 지지 않잖아"
"그래. 아빠보다 더 생각이 깊네. 자, 김~치~"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무한하기만 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참과 거짓이 없는 순수,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간혹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 어른들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저 서양수수꽃다리보다 훨씬 향기로울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도심 곳곳이 온통 울긋불긋한 꽃들의 세상입니다. 진달래가 피고 지고, 철쭉이 피고 지는 그 자리에서는 어느새 파아란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아름다운 서양수수꽃다리도 얼마 지나면 어느새 꽃비가 내어 훠이훠이 휘날릴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꽃비를 맞으며, 이내 다가오는 초여름을 예비해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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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2003-04-30 20:18:35
꽃 향기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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