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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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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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형과 만나고 있었지만 노쇠한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 보였다. 걱정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는 길은 형을 자수시키는 길밖에 없었다.

하지만 형에게 그런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형은 그 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보였지만 범죄자가 갖는 어리석음은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질 수밖에 없음을 말했다.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죽이고는 살수가 없음을 알고는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
“어떻게 하긴, 자수를 하는 것뿐이야,”
“자수? 난 그거 못한다.”
형은 자수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교도소의 오줌통에서 나는 시궁창 같은 냄새를 몰라서 그런 말을 한다고 했다. 성호는 더 이상 이야기를 못했다. 형의 말이 너무 강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성호는 형의 살아온 과거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회개하고 사는 날까지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형은 자수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그렇게 용기가 있었고 못하는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름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

한 평생을 값지게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망각하고 살았다. 형은 베짱이처럼 일하지 않고 노름만 하며 살았다. 그리고 남을 속이며 살았다. 가족들에게 밥먹듯 거짓말을 하고 나쁜 짓만 골라 했다. 그게 형이 살아온 전부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가족들을 외면하고 살수가 있어,”
“외면하긴, 그렇게 되었다. 처지가 그래서,”
“형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연락을 하지?”
성호는 입에서 욕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무슨 일을 저지르든 형이 처벌을 받는 것이 두려워 덮어두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 형은 그런 약점을 늘 이용했다. 가족들에게 아무 짓을 하던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광호는 늘 가족들을 괴롭혔다. 누나 집에서 개를 죽이고 금품을 훔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을 앞산이 아버지 소유의 산이다. 양지바르고 높지 않은 산이어서 목장을 하거나 과수원을 하려고 하던 땅이다.

형은 어느 날 그 땅문서를 몰래 들고 나갔다.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찍어주고 쌀 두 가마에 팔아먹었다. 노름을 하다 돈이 떨어지자 한 짓거리다.

지금은 매우 값비싼 땅이지만 남의 소유가 되었다. 그것을 쌀 두 가마에 팔아서 노름을 하고 산 하나를 날려 버렸다. 지금 그 자리에 목장이 들어서 있다. 형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았다.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아무 짓이나 했다. 그래서 늘 문제가 되었다.

광산에도 도둑질을 하러 여러 번 갔었다. 한 번은 죽을 뻔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경사가 많이 진 채광 굴 입구에서 굴러 떨어져 절명했었다. 광산 사무실에는 금이 없다. 그러나 미련한 형은 사무실 문을 뜯고 들어갔다. 몸이 망가진 채 잡혀서 또 문제가 되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미수범으로 처리되어 몇 달을 감옥에서 고생하다가 나왔다. 그때도 형은 무엇이 그렇게 당당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형이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저질렀지만 그것은 모두가 노름 판 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형은 사람을 죽이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런 형이 이젠 사람까지 죽였다. 그것도 몇 푼의 노름 돈을 위해서다. 그리고 작부를 위해서다.

성호는 어머니의 뜻을 분명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자수할 것을 원한다는 말을 했다. 형은 이제 그런 소리는 그만 하라는 말을 했다.

성호는 눈물이 나왔다. 형은 이제 악인이었다. 남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간곡한 말도 허사였다. 성호는 가지고 있던 돈을 주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울적한 마음에 사로잡았다.

어둠 속에서 가로등과 네온들이 현란하게 번쩍이며 어지럽게 했다. 천호동의 중심가로 들어선 성호는 김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이 있는 여인숙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집으로 돌아 왔다. 김 형사가 얼마 후에 그 여인숙을 덮쳤지만 이미 광호는 멀리 도망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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